文-安 한날한시 정치행보…지지율 셈법은 ‘동상이몽’
文-安 한날한시 정치행보…지지율 셈법은 ‘동상이몽’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1.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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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民, 범야권 지지층 결집에 총력 VS 安, 거대 양당 틈새 노려

▲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성장과 행복의 동행'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문재인(오른쪽) 의원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한날한시에 정치적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빅뱅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한 28일 오전 10시 문 의원은 국회에서 민주당 가톨릭신도회 소속 의원들과 시국미사를 올렸고, 안 의원은 새 정치세력을 위한 정치구상을 밝혔다.

문 의원은 이날 민주당 가톨릭신도회 소속 의원들이 개최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미사’ 참석에 앞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사제단과 신부들에까지도 ‘종북몰이’를 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 도를 넘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는 데 아마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전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 “부끄러운 행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같은 시간 국회 정론관에 안 의원이 들어섰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낡은 틀’로 규정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가칭)’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출입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신당 창당 의사를 숨기지 않으며 “지방선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식’ 정치세력화 선언으로 풀이된다.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치 세력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Newsis

서로를 의식한 행보는 아니지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로 촉발된 대치 정국 속에서 이들이 동시에 정치적 행보에 속도를 내자 정치권 안팎에선 야권 세력구도를 둘러싼 헤게모니의 서막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높은 지지율을 안고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독점구도 하에서 민주당과 제3정당론을 표방한 안 의원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지 주목할 대목이다.

文, 朴정부 공안몰이 맹비난 VS 安, 새로운 정치세력화 천명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헤게모니에는 ‘87년 체제’ 이후 지속된 영호남 독식 구도(영남-새누리당, 호남-민주당) 타파는 물론 1992년 대선 당시 박찬종 신정당 후보를 시작으로 1997년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2002년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2007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등으로 이어진 제3후보의 대안정당화 성공 여부 등이 담겨있다.

이들의 정치행보 성공 여부에 따라 3김(三金)구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 논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지지율’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야권발 정계개편의 포인트로 “범야권 지지층 결집”을 꼽았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록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벽을 깨트리지 못 한다는 전제하에 범야권 내부 경쟁은 ‘영남-보수-저학력’ 등으로 대변되는 보수성향 지지층 결집과는 관계가 없다는 분석인 셈이다.

결국 정통적인 범야권 지지층인 ‘수도권-호남-50대 이하’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의 방향타가 결정된다는 결론이다.

초반 기선은 안 의원 측이 잡았다. 각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에서 실체가 불분명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60년 정통의 민주당을 두 배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 28일 오전 민주주의 회복과 한반도 평화 기원미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203호실앞에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미사참석에 앞서 함세웅 신부, 참석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Newsis

지난 2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번호 RDD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안철수 신당은 27.3%로, 12.1%에 그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새누리당은 37.9%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

<리얼미터>가 지난 18일부터 22일 만 19세 이상 남녀 2천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자동응답 RDD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23.8%의 지지율을 기록, 민주당(16.0%)을 7.8%P 앞섰다. 이 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44.1%로 정당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눈여겨볼 대목은 야권발 정계개편의 경쟁에 나선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민심 공략 전략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반(反)박근혜-반(反)새누리’ 지지층을 묶는 전략에 나섰다면,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틈새를 노리는, 이른바 ‘반(反)새누리-비(非)민주’ 전략을 전면에 내걸었다.

천주교 시국미사를 둘러싼 종북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이 연일 새누리당을 향해 ‘종박(從朴-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행태)’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은 것도, 전병헌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약속살리기 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엄포 이후 온 나라가 벌집 쑤신 형국”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낡은 틀’로 규정하며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천명했다. 안 의원이 복지와 관련해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강조한 것이나, ‘산업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적이 아니다’, ‘극단주의와 독단론 배제’ 등을 역설한 것도 거대 양당 틈새 파고들기의 일환이다.

다만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여전히 모호한 말로 치장된, 레토릭에 불과한 점은 신당 창당 작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모호한 것은 여전하다”라고 비판했고, 배재정 대변인은 “안 의원의 세력화가 자칫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의 반응을 보였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관전 포인트는 ‘반(反)박근혜’ 프레임 고수에 나선 민주당과 ‘반(反)새누리-비(非)민주’ 전략에 나선 안 의원의 행보에 따른 지지율 변화 추이인 셈이다. 이들의 경쟁이 ‘윈-윈’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죄수의 딜레마'처럼 야권 공멸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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