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논란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의료민영화 논란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2.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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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광장에 선 의사협회, 의료공공성 강화엔 침묵…파국열차 종착지는?

▲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갖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극과 극의 대립이다. 의료민영화 추진을 놓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일삼고 있다. 박근혜 정부 1년 차 하반기에 ‘의료민영화’ 프레임이 휘발유성 의제로 등극하면서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부당국이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에 대해 “의료계 영리화 추진 계획이 없다”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의협과 민주당 등 범야권은 “건강권 포기”라고 맞받아치며 제로섬 게임에 돌입한 모양새다.

참다못한 의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겨울 한파가 한창인 지난 15일 의협 소속 회원 2만여 명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모였다. 이들은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 등을 의료민영화로 규정하며 총궐기 태세로 맞섰다.

연단에서 연설을 마친 노환규 의협회장은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 상위 1% 범주 안에 드는 이들은 왜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이들이 반대하는 것은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지난 13일 보건복지부 발표) ▲의료법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 중단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이다.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핵심은 ‘병원의 자회사 설립’과 ‘원격진료’다. 전자는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 후자는 말 그대로 IT 기술을 이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모델 구축을 골자로 한다.

17일 국회에서 만난 야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해 “사실상 의료민영화 수순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라고 날을 세운 뒤 국회선진화법을 거론하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입법안에 대해선 강력히 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원 자회사 설립을 허용할 경우 의료법인 간 합병 가속화로 의료계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대책이 상법에 기초한 만큼 ‘병원의 자회사 설립→영리법인 활성화→대형병원 간 합병 추진→개인병원 및 지방병원 도산→병원의 구조조정→의료 질 저하’ 등 의료민영화의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앞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10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영리병원 허용 시 국내 의료비는 1조5천억 원 정도 높아진다.

 

의협 슬로건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넘어 건보제도 개혁’…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축회관 준공식'에 참석, 축하 인사말을 하고 있다.@Newsis

이에 대해 정부당국은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지난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의 의료정책과 관련해 “1차 의료를 강화하고자 하는 국정과제 추진과 맥을 같이 한다”면서 “(이것은)의료 취약지나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정부와 의협의 주장이 팽팽히 갈리는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의협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 원격의료와 건보 제도 등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과도한 환자비 부담을 위한 대안 마련에는 침묵하고 있다.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넘어 건보제도 개혁>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의협은 지난 10일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저지를 넘어 낮은 건강보험 수가 등 건강보험 제도 개혁을 위해 경주에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사들의 행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슬로건 자체를 원격의료와 건보 제도 개혁 등 일부에 한정한 셈이다.

또한 이들은 현재 국가가 관리하는 ‘전문의 자격 제도’의 민간이양을 주장한다. 또한 김대중 정부에서 시행한 현행 건강보험 제도의 개혁은 그간 의협이 주장한 저수가 개선과 맞물려 있다. 결국 의협이 원하는 것은 ‘자율에 의한 의료 정책’, 즉 ‘관치 의료’ 저지다. 정부개입이 아닌 의협 주도하에 의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Newsis

문제는 의협이 그간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한 과도한 1인당 의료비 지출에 대해선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천198달러로 소속 국가의 평균(3천322달러)보다 낮다. 하지만 2000~2009년 1인당 국민 의료비 연평균 증가율은 9.3%로 OECD 국가(평균 4.1%)보다 2배 이상 높다.

<건강연대> 측에 따르면, 2007년 GDP(국민총생산) 대비 6.8%에 불과했던 국민의료비는 2015년 10.2%로 증가해 OECD 평균수준(10.5%)을 추월한다. 2024년에는 GDP(국민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가 16.8%로 더욱 증가하면서 OECD 평균(11.54%)보다 4.54% 높아진다. 1인당 국민의료비가 세계 1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 1인당 높은 의료비에 한몫하고 있는 것은 ▲OECD 최저수준인 의사 수 ▲최고수준인 진료총량(외래진료 건수 포함) ▲전국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급성기병상 증설 등이다. 의협이 의사들의 저수가만을 외치는 사이 국민들은 살인적인 의료진료비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것이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에 나선 의협의 불편한 진실이다.

진보진영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의 기형적인 국민의료비 지출과 관련해 “병상의 과잉공급과 불합리한 진료비지불체계, 외래진료 늘리기 등 과잉진료, 과도한 약제비 비중 등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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