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KT·LGU+·KT ‘무제한 요금제’ 경쟁…“뒤처지면 끝?”
[기자수첩]SKT·LGU+·KT ‘무제한 요금제’ 경쟁…“뒤처지면 끝?”
  • 임상현 기자
  • 승인 2014.04.03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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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임상현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경쟁에 이어 ‘무제한 요금제’로 불붙었다. LG유플러스가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한지 6시간 만에 SK텔레콤과 KT가 유사한 요금제를 내놨다.

지난 2일 LG유플러스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LTE8무한대 80’과 ‘LTE8무한대85’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당시부터 심상치 않았다. 진행 20여분만에 SK텔레콤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고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장내가 술렁였다. 앞서 “다른 이통사들이 따라서 출시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고, 이상철 부회장은 ‘2주 정도’면 따라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당황한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빨리 따라올 필요가 있었는가...”라고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기자회견 내내 당당함을 잃지 않던 이 부회장의 목소리가 가장 작았던 순간이다.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이 부회장은 “대국적으로 볼 때, 보조금 경쟁보다 요금제 경쟁을 하는게 좋다”며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의 답변이 끝나고 기자회견이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한 임원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유필계 부사장이었다. 유 부사장은 “상도의가 아니다, 점잖치 못하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SK텔레콤을 맹비난했다. “1위 사업자가 3위 사업자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것을 뺏는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1위 사업자가 3위 사업자 공을 가로챈 문제가 아니다. KT도 오후 6시가 넘어선 시각, ‘무제한 보조금’ 요금제를 내놨기 때문.

이통3사가 발표한 ‘무제한 요금제’는 조금씩 다르다. 요금도 조금씩 상이하며 데이터도 무제한이지만 혜택이 다르다.

하지만 결국 8만원 안팎의 금액으로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2년 약정시 6만원대 금액으로 할인되는 요금제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과 KT가 몇 개월부터 ‘무제한 요금제’를 기획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하필 LG유플러스가 2일 전부터 예고한 기자회견 날 발표한 부분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3개월 전부터 무제한 요금제를 기획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두 이통사가 3위 사업자의 결과물을 하루도 안돼 똑같이 발표한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이 내놓은 신제품을 대기업에서 그대로 카피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LG유플러스는 대기업이지만 SK텔레콤과 KT에 비해서 통신시장 입지가 약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신시장에서의 이같은 ‘이전투구’ 양상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이통3사가 자신들이 ‘최초’라고 내세우며 보도자료를 내기 일쑤였다. 보조금 대란 당시에도 각 이통사는 모두 다른 이통사가 시작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만 늘어놨었다.

피튀기는 경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통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면서 수요가 증가했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수요도 금갑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74%에 육박한다. 갓난 아기와 나이 지긋한 어른신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살 사람은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고객을 지키면서 다른 이통사 고객을 뺏어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기에 다른 이통사에 뒤쳐질 수 없는 것이다. 보조금이든 신기술이든 아니면 요금제든 ‘뒤처진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

무제한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고가 요금제이다보니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높은 요금제를 사용한 고객들한테는 분명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이통사들이 남의 결과물을 ‘베끼는’데만 급급하기보다는 고객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더욱 고심하는데 집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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