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설립된 지 106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회장이 탄핵됐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선 입법 후 시범사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통과시키면서 노환규 회장에 대한 대의원의 불신이 곪아 터진 것이다.
대의원회 측은 지난달 10일 파업 이후 노 회장이 독단적인 결정으로 투쟁을 이끌어간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러다 원격의료와 관련해 정부가 관련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자 대의원들 사이에서 반 노환규 정서가 팽배했다.
특히 파업 당시(3월10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신은 더욱 거세졌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9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3일째 되던 날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 대회의실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전체 대의원 242명 가운데 178명(73.6%)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6표, 반대 40명, 기권 2명 등으로 노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반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불신임에 반대하는 인원은 92.82%(1만5천201명)로 찬성하는 인원 7.17%(1천174명)의 13배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반대하는 회장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의협 정관에 명시된 내용 때문이다. 정관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은 전체 대의원 3분의 2이상이 출석해, 출석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정할 수 있다.
전체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최소인원 162명 중 108명만 찬성해도 탄핵안이 가결되는 시스템이다.
탄핵안 가결 직후 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의사협회 106년 역사 속에서 대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받은 첫 번째 의협회장이 됐습니다”라며 “지금 이 시간부로 저는 타의에 의해 대한의사협회장직을 내려 놓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의원과 회원들의 투표 결과가 상이했다는 것과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이유로 “개인적으로 큰 불명예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나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회원님들이 찾으신다면...” 이라고 여운을 남긴 가운데 같은 날 오후 “앞으로도 떠나지 않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혀 향후 노 회장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의협 회장 직무대행에는 김경수 의협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이 전원 합의에 의해 선출됐다. 직무대행을 맡은 김 회장은 "상임이사진이 힘을 모아서 시도의사회, 대의원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전체 의사회원이 단합해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산적한 현안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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