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사과’의 핵심…“사과는 하는데 인정은 아냐”
삼성전자 ‘백혈병 사과’의 핵심…“사과는 하는데 인정은 아냐”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5.1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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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반도체-백혈병 인과관계 인정? 그런 건 아냐”
▲ 지난 2012년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 故황유미 씨의 추모기일인 3월 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사망노동자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故 황유미 씨의 부모가 딸의 영정에 국화를 바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2007년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故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지 7년 만에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사과했다.

문제가 최초 제기된 이래 삼성과 정부는 이를 방관, 묵인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왔다. 그 사이 많은 노동자들이 뇌종양, 난소암, 유방암 등에 노출됐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목숨을 잃었다.

여전히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루게릭병 등 고통을 호소하는 현재 진행형 문제에 대해 삼성이 갑작스럽게 사과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반도체와 발병과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뚜렷한 대안책이 마련된 사과는 아니라 향후 진통도 배제할 수 없다.

14일 오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초사옥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백혈병 문제 등으로 고통을 겪은) 직원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이어 "지난 달 9일 기자회견(심상정 정의당 의원 및 반올림)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4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들과 가족들에 공식 사과 ▲양측 합의 하에 제3의 중재기구 구성 및 보상 ▲제3기관을 통한 현장 종합 진단을 통한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삼성 측은 "제안에 참여해주신 가족 분들과 반올림, 심상정 의원께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한다"며 합의 과정 중 도움을 요청했다.

▲ 지난 2011년 7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침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본부 정문 앞에서 백혈병 판정 항소 삼성전자 및 근로복지공단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Newsis

아울러 삼성은 해당 문제와 관련된 소송에서 관여해왔던 기존 소송에서 철회할 뜻을 밝혔다. 발병 당사자와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은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관여해 왔다.

끝으로 권 부회장은 "이번 제안 수용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반도체와 백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냐는 물음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제3의 중재기구에 관련해서도 "우리의 제안이 아니다. 그쪽(심상성 의원과 반올림 등)에서 하자고 했고, 잘 논의해주면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대안마련의욕이 없는 것인지 무조건적 보상에 합의를 한 건지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삼성의 전격 발표에 심상정 의원과 시민 단체 등은 일제히 성명서를 발표하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오늘 삼성전자가 저희들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국민들은 삼성이 이윤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충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자본의 약속이 기만으로 끝나는 상황을 수없이 봐왔다"며 "그러한 우려를 씻고 성실히 이행되길 기대하며,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직업병투쟁이 7년여를 끌어 올 동안 정부는 무었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와 자본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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