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박정은 기자] 쌀 시장 개방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농민단체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11일 국회 녹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우남, 이하 농해수위)가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쌀 시장 개방에 대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진행한 가운데, 정부 측 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2015년부터 쌀 관세화로 이행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고,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협협상에서 일정량의 쌀을 수입하는 조건으로 쌀 관세화를 10년 유예했고, 지난 2004년 다시 10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때문에 쌀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민단체가 대립하며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
여 차관은 “일시적 의무유예(웨이버)를 통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했을 때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며 “관세화 이행이 유예 연장보다 쌀 산업 보호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우리의 쌀 산업은 전 부문에서 빠르게 변화해왔고, 정부와 농업계의 지속적 노력과 투자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며 “쌀 시장 개방을 쌀 산업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상 유지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 자문과 필리핀 사례 등을 통해 현상유지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했으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불가피성 논리에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관련 농민단체의 반박이 잇따랐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2%밖에 되지 않고 쌀 자급률도 80%대로 떨어졌다”며 “정부의 식량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지난 10년간 발전은커녕 후퇴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정부가 협상도 하지 않고 쌀 관세화의 불가피성과 의무발생론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하면 협상 상대국들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얻지 못하는 만큼 협상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쌀 시장 개방에 대응해 세우고 있는 안이한 대책 방향도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최근 제시하는 우량농지 보전·보험제도, 이모작 확대대책·들녘경영체 등은 이미 추진 중일 뿐 아니라 효과가 의심스럽다”며 “복사하기, 붙여넣기식 대책으로 농민을 설득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쌀 관세화 유예 종료에 따른 대응 방향은 일시의무 면제(웨이버, waiver)와 관세화 두 가지가 있다. 웨이버란 WTO 협정상 의무를 일시적으로 면제받는 것으로, 나라별 예외 상황을 인정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선 4분의 3의 WTO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웨이버는 현 상황에서 대책으로 취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실례로 웨이버를 요청한 필리핀은 유예를 5년 추가연장하기 위해 의무수입물량의 2.3배를 증량하고 쌀 이외의 품목들 관세 인하 등 상당한 대가를 제시했으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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