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지난 2011년 6월, 법원으로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급성 백혈병을 산재로 처음인정받은 고(故) 황유미 씨 등이 항소심에서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면서 승소 물꼬를 텄다. 그러나 함께 소송을 낸 3명에 대해서는 산재가 인정되지 않아 패소했다.
21일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이종석)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 씨와 이숙영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씨·이씨에 대한 판결에 대해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벤젠과 전리 방사선 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있다”며 업무와 백혈병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함께 소송을 낸 고(故) 황민웅 씨와 투병 중인 김은경·송창호 씨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백혈병 발병의 원인으로 보이는 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과 관련, “이번 사건은 피해자들이 숨진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쉬운 사건이 아니었다”면서도 “발병 경로가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백혈병 발병 사이 연관성을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재판 결과에 대해 “이긴 사람은 좋지만 나머지 세분도 일하다 병에 걸린 게 맞다”며 “삼성이 영업 비밀이라며 다 감추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입증책임을 지도록한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등을 위한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산재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며 “이번 판결로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산재 인정의 길이 열리기 바란다”고 밝혔다.
황민웅 씨 등이 패소한 것과 관련해선 “수백 종의 유해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라며 “이들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앞서 황유미 씨는 삼성전자 온양·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지난 2005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린 뒤 2007년 3월 당시 23세의 나이로, 같은 라인에서 근무했던 이숙영 씨는 2006년 8월 당시 30세 나이로 숨졌다.
이후 황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2007년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반올림이 발족되고 유사 소송이 잇따르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존중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고 “회사는 이미 아픔을 겪는 가족에 대한 사과, 보상, 예방 노력을 약속한 만큼 협상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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