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진보> “보수언론 그르다” 전제 깔면 필패(必敗)?
<싸가지 없는 진보> “보수언론 그르다” 전제 깔면 필패(必敗)?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0.04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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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가지 없는 진보.@인물과 사상사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라는 말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 걸까? 이 말이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유행어 비슷한 인기를 누렸고, 이후 정치권에서 싸가지라는 말이 정치 용어 비슷하게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김영춘이 자신이 했던 그 말이 “너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도 기억해두기로 하자. 사실 김영춘이 우연적이거나 본의 아닌 악역을 맡았을 뿐, 싸가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정치판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中-


진보의 ‘이성 중독증’…싸가지 없는 진보 불러왔다?

강준만 교수가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으로 ‘싸가지 있는 정치’를 제시했다. 상대편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제대로 읽는 눈이 트여 집권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권 후의 성공까지 거론한 이유는, ‘싸가지 문제’가 선거는 물론 평소의 정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과 이념이라도, 싸가지 없게 행한다면 유권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강준만 교수는 진보의 ‘이성 중독증’을 지적한다. 이성 중심의 정치관이 싸가지 문제를 사소하게 보는 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진보의 싸가지 문제란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이다. 예컨대,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왜 진보를 좋아하지 않고 보수에 표를 찍냐고 호통치는 듯한 자세,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동료에게도 상처를 주고야 마는 행위, 번드르하게 말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꾸는 태도 등이다. 지금부터 싸가지 문제가 어떻게 진보를 나락에 빠뜨렸는지 실감나게 관전해보자.

진보의 언어는 모욕과 쌍욕인가?

진보 진영에선 독설과 욕설을 앞세운 카타르시스 효과를 노린 담론만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흐름에서 벗어나면 대뜸 날아오는 질문이 “박근혜 정부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따위의 것이다. 진보의 언어는 모욕과 쌍욕인가? 이기고 싶다면서도 사실상 패배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바꾸고 싶다면서도 바꾸지 않게 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이들이 진보 진영의 주류로 행세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진보진영 “보수언론은 늘 그르다” 전제 깔면 ‘필패’?

이 지구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도는 것도 아닌데, 진보 진영에선 모든 걸 보수언론 중심으로 이해하려 든다. 심지어 “무슨 일이건 조중동의 반대로 가면 맞다”라고까지 말하는 이들마저 있는데, 이 정도면 ‘조중동 숭배’라 부를 만하다. “보수언론은 늘 그르다”는 전제야말로 진보의 필패를 부르는 첩경이다. 보수언론이 그렇게 어리석을까? 그런 생각은 보수언론의 힘은 과대평가하면서 보수언론의 지능은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안티 조중동 운동을 하는 분들의 생각은 존중하지만, 이젠 ‘안티’보다는 진보 언론을 키우려고 애쓰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진보는 걸핏하면 진보 언론에 대해 불매운동이라는 협박 카드를 꺼내들고 그걸 관철시키는 못된 버릇을 갖고 있다. 진보 언론의 어떤 기사나 논평이 마음에 안 들면 반론을 쓰면 될 일조차도 사과문을 싣게 한다. 정말 ‘싸가지 없는 진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행태다.

야당 ‘심판론’, 효과 없는 마법의 주문

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들이 잘 할 생각은 않고 늘 보수에 대한 비판과 심판으로 자기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론 절대 안 된다. ‘심판’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진보를 골병들게 만든다. 정권 심판론에만 의지하다 보면 독자적인 의제 설정이나 정책 생산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심판을 외치는 와중에서 싸가지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판’은 반대편만을 향할 뿐 자신들에겐 적용되지 않는 마법의 주문이다.

강준만, “새누리·보수 ‘존중’ 해야 해”

“적을 업신여기면 반드시 패한다(輕敵必敗之理)” 이순신 장군의 말씀이다. 이 말 이상 진보에게 좋은 말이 없다. ‘싸가지 없는 진보’는 상대편을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보수를 숭배하거나 존경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제대로 읽는 눈이 트여 집권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

<자료=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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