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월호 수색 중단, 누군가는 웃고 있다
[기자수첩] 세월호 수색 중단, 누군가는 웃고 있다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11.11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실종자의 생환을 추모하며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나무십자가.(c)김양균

[에브리뉴스=김양균 기자] #장면 하나. 세월호 참사 발생 두 달 후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숱한 국회의원들이 진도를 찾았다.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모 의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실종자 가족은 의원을 붙들고 다음과 같이 울부짖었다.

“자식 뼛조각 찾으려고 이러고 있는 것 알긴 아십니까?”

이후 기자는 해당 의원이 진도를 다시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지 못했다.

#장면 둘. 세월호 참사 발생 5개월 후, 한가위

방송이 시작되자, 반듯한 자세로 앵커가 멘트를 시작했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 잘들 보내고 계십니까?”

사고 소식으로 도배되었던 신문과 방송에 세월호 뉴스는 쑥 들어가버린지 오래. 한가위 연휴였던 지난 9월 7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또’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과 체육관에 동그렇게 앉아 수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들은 조용했다. 참사 초반, 미진한 구조 상황을 강한 어조로 질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실종자 가족인 권오복씨에게 왜 다그치지 않았냐고 묻자, 대답 대신 한숨이 돌아왔다. 권 씨는 기자에게 “그래봤자……. 하루빨리 가족을 찾는 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고 탄식하듯 말했다. 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물리치료를 담당하던 이재관씨는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가족들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고.

▲ 진도 팽목항(c)김양균

11일 오전 이주영 장관은 세월호 실종자의 수중수색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참사 발생 209일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이번 발표를 지켜보는 내내 참사 초기의 현장에서 목도한 참담함과는 또 다른 복잡한 심정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다. 체육관의 탁한 공기, 불편한 잠자리, 극심한 스트레스에 반년 가까이 노출된 터라 건강하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했으리라. 가족들은 하루 두 번, 진도군청과 팽목항에서 이뤄지는 회의에 참가, 수색 상황을 전해 들었다. 수중수색 작업이 한창인 바지선에도 번갈아가며 올라 구조 상황도 지켜봤다. 그러나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어보였다. 그저 기약 없는 기다림뿐.

기자가 접촉한 다수의 잠수사들은 수색의 고충을 토로하곤 했다. “제 차례가 돌아오면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그래도 꾹 참고 들어가요. 실종자의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아주 많이.” 해외 등지에서 수년 동안 수색작업을 했다는 베테랑 프리랜서 잠수사는 실종자가 유실됐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99.9%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실종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잠수사의 안전문제로 수색을 중단하겠다는 이번 결정에 회심의 미소를 지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간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수색 중단 및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세월호 진상조사는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했건만, 그들에게 세월호는 이제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아주 깔끔하게.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