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세금 기피 현상´, 100% 외국계회사 취약성 드러냈나
오비맥주 ´세금 기피 현상´, 100% 외국계회사 취약성 드러냈나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1.2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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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물 공짜 사용, 세금 탈루 의혹 등, 잇따른 ´먹튀 논란´…´왜´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봉이 김선달' 도마에 오른 오비맥주의 세금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100%외국계회사의 구조적 취약성이 먹튀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외국계 회사에서 지분 전량을 인수해 지배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맥주 회사인 AB인베브. 이 글로벌 회사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을 생산하는 벨기에와 브라질의 합작사다.
 
▲ 왼쪽부터 오비맥주를 전량 인수한 벨기에계 맥주회사 AB인베브 카를로스 브리토 글로벌 CEO,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사장, 장인수 오비맥주 부회장.ⓒ뉴시스
 
AB인베브는 오비맥주를 취하는 과정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지난 1998년 두산그룹의 오비맥주를 인수한 AB인베브는 2009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2조 원대로 되팔기에 이른다. 그런 뒤 지난해 58억 달러(한화 6조 1677억 원)를 들여 KKR로부터 지분 전량을 다시 인수한 것. 덕분에 KKR은 4조원 대의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AB인베브가 비싼 값으로 오비맥주를 되사들인 데에는 오비맥주의 알짜배기 수익률에 주목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1991년 페놀 사건 이후  국내 주류 업계 2위에 머물렀던 오비맥주는 영업의 달인 장인수 사장(현 오비맥주 부회장)의 경영 능력과 카스 돌풍 등에 힘입어 경쟁사인 하이트를 꺾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주류기업 입지를 굳힌 오비 맥주의 점유율은 한때 점유율 6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2004년 기준 10.31% 수준이었던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29.21%에 이어 2013년 설립 후 최초로 마의 30%선을 넘기는 상승력을 보였다.  
 
▲ 2013년 오비맥주 감사보고서 매출 현황.ⓒ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1998년부터 줄곧 외국계기업으로 있는 오비맥주가 고액 배당, 세금 탈루 의혹 등 먹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3년 당기순이익 3천 102억보다 무려 1천800억원 가량 많은 배당총액 4천885억원을 네덜란드계 사모펀드에 고액 배당했다. 이를 KKR이 인수한 해인 2009년부터 계산하면 외국계 대주주가 5년 동안 챙긴 고배당은 약 7100억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당시 오비맥주의 지주사였던 이들 외국계 사모펀드는 수천억원의 고배당을 챙겼음에도 정작 세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 ⓒ뉴시스
국세청은 사모펀드가 몰트홀딩이라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판단 아래 배당소득세 1636억 여원의 추징금을 오비맥주에 부과하기도 했다.
 
그런데다 비상장회사인 오비맥주는 상장회사 대비 상대적으로 회계감사의 강도가 낮아 분식 회계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오비맥주는 37년 간이나 한강물 사용료를 내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관련 파문이 불거진 것은 경기도의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양근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면서부터다.
 
양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비맥주가 1976년 이천공장을 준설한 이후 37년간 남한강에서 취수한 하천수로 맥주를 제조하고 있음에도 물값을 내지 않았고, 경기도가 이를 방치해왔다"고 맹비난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공짜로 사용한 물값은 하천수 사용료 허가량(1일 3만 5000제곱미터) 기준으로 37년간 237억 755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오비맥주는 경기도나 여주시가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아 모른 데다 댐 건설법을 근거로 물사용료 예외조항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이천공장은 1986년 충주댐 건설 전에 지어져 댐용수 사용료를 면제받았다. 그렇지만 이럴 경우에도 하천법 제37조의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토지의 점용료, 그밖의 하천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물 사용료를 내야 한다. 
 
▲ 양근서 경기도의회 의원
양근서 의원은 <에브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비맥주가 근 40년간 한강물을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그동안 몰랐다는 반박을 하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 측에서 보면 무책임한 답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양 의원은 이어 "오비맥주는 몇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며 "제가 문제제기 했을 때도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서 물값을 안 내도 된다는 식의 공식적인 서면답변을 보냈다. 그런 것을 보면 모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쨌거나 경기도와 여주시도 뒤늦게 간과한 부분을 인지하고 지난해말 오비맥주에 12억원을 고지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5년 전까지만 소급 부과가 가능해 과거 30년 여간의 사용료는 받을 길이 없게 됐다. 
 
현재 오비맥주는 물사용료에 대해 법적인 다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모습은 지난번 세금 탈루 논란을 대응하는 태도와 묘하게 닮아있다. 오비맥주의 외국계 사모펀드는 추징금을 부과한 국세청에 반박하며 불복심판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이 같은 오비맥주의 태도와 관련, 국내 투자에 인색한 대신 이익창출에만 매달리는 외국계회사가 갖는 취약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비맥주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유출 등 외국계회사의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냐는 일련의 시선들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오비맥주는 100퍼센트 외국계 회사가 대주주로 있다"며 "2013년 외부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듯이 연 매출 1500억 회사에서, 5천억 가량 이익배당으로 받아갔다. 이익배당은 결국 주주한테 가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계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외국계주주로 볼 때 오비맥주는 수익이 많이 나는 알짜기업이다. 가장 주력 제품인 맥주를 만들면서 거기 들어가는 원료 자체를 공짜로 쓴 것 아닌가"라며 "설비투자 등 지역사회에 공헌한다고는 하지만, 구조적으로 외국계회사이기 때문에 국내에 투자는 하지 않고, 주주이익만 극대화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오비맥주가 국내 브랜드 맥주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해외 라이센스를 받아 주류 수입을 주로 하고 있다"며 "국내 맥주 맛이 없어도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일이 없다. 국내 맥주에 대한 품질개발에 인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한편, 오비맥주를 소유한 벨기에계 AB인베브는 맨 처음 인수했던 2009년부터 오비맥주의 영업이익을 높이고자 내부적으로 비용절감시스템을 누차 강조해왔다. 공짜물 사용 역시 이러한 방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비약적인 시선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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