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경영 성과는 현대제철에서, 그룹 승계 실탄은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나설 분위기다.
현대제철은 2일 동부특수강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공정거래위로부터 시정조치란 조건부 승인을 얻어 조만간 현대종합특수강으로 회사명을 바꿀 예정이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몸집은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31일에는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주력 사업으로 매진했던 하이스코의 냉연제품 제조 및 판매부문을 분할합병했다.
현대제철은 경영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합병한다고 했지만, 바깥의 시선은 달랐다. 현대제철을 통해 정 부회장의 경영 성과를 높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점이 있다.
정몽구 회장은 국내 최대 슈퍼 기업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달리 여전히 왕성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현대제철을 발판 삼아 경영 수업의 내실화를 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경영 전면에 나설 지도 주목되고 있다. 앞서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당해 년도 10월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이 사의를 표했다.
박 전 부회장은 당진제철소 투자 완료와 현대하이스코 냉연 합병 후 경영이 안정화되면서 후진 양성을 위한다는 뜻으로 자진 사퇴했는데, 후진 양성이 정 부회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평가다.
현대제철 등기임원으로 있는 정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완료된다. 하지만, 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의 지분이 전무하다. 다만, 현대제철의 최대주주인 기아자동차에서는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최대주주이다. 현대자동차 2대주주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정 부회장 등 오너 가족이 우호 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는 현대모비스이고,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이다. 뒤이어 정몽구 회장,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여타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대주주로 올라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인 셈.
따라서 정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현대차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를 얻는 게 관건이다.
이 지분은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있는 기아자동차의 지분율에 해당한다. 일정 시점이 되면 기아자동차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정 부회장이 사들이는 방향으로 전개되거나 지분 맞교환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정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대량 매각하려다 실패를 맛본 바 있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정 부회장의 승계의 핵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엔지니어링 시가총액은 현대건설을 넘어서며 그룹내 핵심건설계열사로 자리잡는 게 아니냐는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38.6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을 그룹 승계의 실탄 창고로 활용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상장 후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거라는 관측이다.
일련의 조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마련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SDS 추이와 닮았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상장차익만 챙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눈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