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삼성맨의 빛과 그림자
황창규 KT, 삼성맨의 빛과 그림자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2.0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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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식 KT ´구조조정´, 반도체 산업재해 양산과 닮아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지난해 실적이 주춤했던 KT. 황창규 회장은 올해 실적 개선에 성공할까? 삼성식 벤치마킹에 주력했던 황 회장의 경영 성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대규모 명예 퇴직 양산 등 그가 남긴 씁쓸한 그림자 또한 따라붙고 있다. 

▲ 황창규 KT회장ⓒ뉴시스

황창규 KT회장의 친정은 삼성전자이다. 1989년 입사한 후 2008년까지 반도체연구소 이사 등을 지내다 퇴사했다. 

황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뽑은 인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삼성이 반도체 진출 초입 당시 이 회장은 황 회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분야 인재들을 적극 육성했고, 덕분에 지난 2000년 기준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 5위, 이후 2위까지 오르는 꽤거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삼성반도체 발전을 주도한 황 회장은 기존 반도체 이론인 '무어의 법칙'을 깬, '황의 법칙'으로도 유명하다. 인텔의 공동설립자 무어가 "마이크로칩에 저장가능한 메모리는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나고, PC가 이를 주도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지난 2002년 국제학술회의 자리에서 무어의 법칙 관련, "18개월이 아닌 1년에 2배씩 늘어나고 PC가 아닌 휴대폰, 디지털가전 등 non-PC가 주도할 것"이라 했고, 실제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황 회장은 수많은 산업재해 피해를 양산한 책임자급 인물로 지탄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나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초빙될 뻔 했지만 "반노동, 반사회적 경영 책임자를 대학강단에 세울 수 없다"는 일부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도 있다. 
 
황 회장은 지식경제부 단장,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민영화된 공기업인 KT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취임 1년을 넘어서는 황 회장의 경영 행보로 볼 때, 여전히 친정(삼성)색이 너무 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드러내 놓고 삼성식 경영 행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황 회장은 KT호에 오른 뒤 삼성의 경영 방식으로 꼽히는 스피드 경영, 무노조 경영에 강조점을 뒀다. 특히 황 회장이 단행한 8356명 규모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노조의 반발과 함께 "황창규에 의한 타살", "자살률 높은 기업"이라는 비판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한편으로 삼성맨 출신을 요직에 앉히는 모습을 보여,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는 KT재무실장에, 최일성 전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는 KT에스테이트에, 윤종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KT렌탈 전무에,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은 BC카드에 앉힌 것.
 
여기에 비난이 불거지자 사퇴시키기는 했지만, 과거 여직원 성희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화재 출신 인사까지 KT경영진단센터장에 앉혀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지난 연말에는 인사를 통해 1팀은 KT본체, 2팀은 KT 자회사, 3팀은 전체 홍보 등을 관장하는 구조로 전면 개편했는데, 이 역시 황 회장이 삼성식 비서실 체제로 KT를 뜯어고친 사례에 속한다. 아울러 1·2·3팀의 팀장 3명 중 2명도 삼성맨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재무실장 소속의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는 2팀장으로, 삼성전자 홍보팀 출신의 윤종진 전무는 3팀장을 맡았다.  
 
KT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2918억 원의 영업손실, 96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기준 창사 이래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곧장 주가 하락 등 KT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KT는 이에 대해 대규모 명예퇴직 비용 1조원을 지출하게 된 것이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황 회장의 고강도 개혁 리더십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안팎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과거 산업재해 피해 위에 반도체 신화를 남겼던 것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KT가 실적 개선의 효과를 보게 된다면, 그 또한 불편한 그림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일부 있다.   
한편, 황 회장이 KT 취임 후 야심차게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기가인터넷'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용화됐지만,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현황 결과 12월 기준 KT가입자는 전달 대비 0.4% 줄어든 812만9482명으로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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