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9호선과 어느 시각장애인 여성
´지옥철´ 9호선과 어느 시각장애인 여성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4.0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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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안전사고 대책은 ´필수´

 

▲ 지옥철이라 불리는 지하철9호선ⓒ뉴시스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최근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연장 개통 이후 짜증내는 목소리들이 늘었다. 러시아워 시간 때의 지하철 9호선은 달리는 시한폭탄, 지옥철이 따로 없다.

3일 기준 출근시간대만 11만1천명이 9호선 지하철을 이용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승강장, 전철이 오면 내부가 미어터지는 것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로 몸살을 앓는다. 앞줄을 따라 발 디딜 틈 하나 만들어도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이 등을 밀어대느라 짐짝처럼 휩쓸리기 일쑤다.

맨 끝에 올라탄 사람은 문틈에 끼지 않도록 벽면에 손을 짚고 최대한 안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기 바쁘다. 개중에는 문이 닫힐락 말락 할 때를 놓치지 않고 멀리서부터 돌진해 안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도 보여 아찔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때는 안전요원이 배치해 있음에도 승객들이 안전하게 타지 못한 상태로 전철이 출발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 들 정도다.

실제 이와 비슷한 일도 있었다. 여의도 부근의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김가영(여,29)씨는 얼마 전 기자에게 “국회의사당 방향의 승강장에 있는 데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급행이 와서 사람들이 막 타려는데, 이 열차가 사람들을 태우지도 않은 채 그냥 출발하는 게 아닌가”라며 “이후 항의했지만,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 이러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극심한 혼잡으로 십년감수할 만한 광경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이러다 대형사고가 터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 때문인지 국민안전처에서 만약의 안전사고에 대비, 9호선 주요 역에 구급차와 소방인력을 배치한다고는 하지만, 사후약방문으로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서울시에 대한 성토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2일 서울시는 혼잡을 줄이기 위해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를 일반열차로 전환하고 무료 출근전용버스를 약 100대까지 대폭 증차하는 등의 고육지책 방안을 내놓았지만 섣불리 추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일단 급행열차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출근시간대인 만큼 차라리 급행열차를 늘리라는 핏대를 세운 소리들도 적지 않다. 대체 버스의 효율성 미비에 대한 지적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유료버스를 무료화한 조치 관련, 전체 서울시민 세금으로 왜 9호선 이용객들에게만 혜택을 주느냐는 형평성 지적까지 잇따라 서울시로서는 진퇴양난 신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수요예측 및 교통 혼잡 대응을 제때 하지 못한 서울시로서는 ‘늑장 대응’이라는 따가운 시선 앞에서 딱히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일련의 상황 앞에서 뇌리에 스친 이는 출근 시간대의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만난 한 젊은 시각장애인 여성이었다. 전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오른쪽이든 왼쪽 줄이든 어느 한 줄을 잡고 서 있었지만, 지팡이에 의지한 이 여성은 어느 줄에도 서지 못한 채 외딴 섬처럼 정 가운데 홀로 서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기자는 그대로 전철이 오면 밖으로 우르르 밀려나오는 사람들에 치일까 싶어 그쪽에 서 계시면 위험하다며 그분께 말을 건넨 뒤 손을 잡고 함께 줄을 섰다가, 막 도착한 전철에 올라탄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러시아워 시간대의 전철을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분들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모두를 위한 안전사고 대책은 더욱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다.

사면초가 상황이지만, 서울시가 여타의 비판 앞에서도 ‘안전사고 방지’만큼은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물론 혈세 낭비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예측 대비 보다 꼼꼼한 안전사고 대책 수립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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