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의 단초, 성공불융자 악용 ´왜´
자원외교 비리의 단초, 성공불융자 악용 ´왜´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4.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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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온상으로 전락, 檢 수사향방은…

▲ ⓒ윤진석 기자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자원외교비리 수사의 첫 피의자였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결백을 호소한 다음날(9일) 북한산에서 목을 매 숨졌다. 비운의 소식을 접한 사회적 안타까움이 짙은 가운데 한편으로는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제2라운드 수사 및 SK이노베이션 등 기업에 대한 성공불융자 감면 특혜 의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원외교비리 논란의 중심인 성공불융자제도. 무엇이 문제일까.

성공불융자제도는 신약개발, 기술개발, 해외자원개발 등 전략적 가치는 높지만, 투자 위험이 커서 기업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사업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1984년 전두환 정권 때 만들어졌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 자원 확보 및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목적으로 이 사업을 도입했다. 금리도 0.75%로 낮은 데다 사업이 실패해도 융자 원리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해줘 기업으로서는 부담감이 적다. 사업이 성공하면 원리금과 함께 특별부담금인 순수익금의 20%를 회수하게 된다.

채택률 98%, 탈락 4곳뿐
성공률 회수율은 미비…

2.1지식가능연구소는 이명박 정권 들어서부터 성공불융자제도가 확산됐다고 지적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지식경제부, 산업자원 등의 위탁을 받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심의를 전담하도록 한 가운데 석유개발사업과 광물개발사업에 대한 융자는 각각 석유공사와 광물공사가 담당하도록 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심의한 209개 사업 중 205건이나 성공불융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지원금액은 총 12억달러(한화 1조3422억원)이나 됐다. 채택률이 98%나 됐으며, 탈락 대상은 4곳 밖에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후기 이후 감면 규모가 대폭 늘어난 점도 논란이 되는 요소다.

▲자원외교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뉴시스

앞서 5개 정부에서 연평균 2건 등 1984년부터 2010년까지 총 54건에 불과했던 감면 규모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 그리고 현 정부 정권 초반까지인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6건, 총 상환감면은 47건이나 차지했다. 이는 지난 5개 정부 때와 엇비슷한 건수를 자랑하고 있다. 감면금액 역시 30억 원 수준이었던 2011년에 비해 2013년 1천억 원, 2014년 580억 원 넘게 감면됐다.

성공률과 회수율 미비, 특정 기업에 지원금이 몰리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3년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역대 석유개발사업은 총190개였지만 이중 성공한 사업은 16개 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실패율로 결정 난 사업은 10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이후 석유개발융자를 가장 많이 받은 업체는 석유공사 11억8734만4877달러(44.5%), SK이노베이션 4억2865만9682억달러(15.1%), 대우인터네셔널 2억2185만1503달러(8.3%)순으로 3개 기업의 지원금이 전체의 69%나 차지하는 기형적 모습을 보였다.

▲경남기업 사무실 내부ⓒ뉴시스

특정 공기업·대기업에 지원 몰림 왜?   
"사라진 혈세, 국고 손실 초래"

광물개발융자는 총16개 업체에 740억1100만원의 대출금이 지원됐지만 회수율은 182억2600만원(24.6%)에 불과했다. 광물개발융자 대출금 역시 광물자원공사 161억9200만원(21.9%), 엘에스니꼬동제련 140억6800만원(19%), SK네트웍스 103억7200만원(14%) 등 순으로 제일 많이 몰렸다.

같은 당 부좌현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 기간 성공불융자 감면액 상위 기업은 한국석유공사 2245억원, SK이노베이션 605억원, 한국가스공사 202억원, LG상사 152억원, 삼성물산 147억원 순으로 특정 공기업 및 대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공불융자 제도를 둘러싼 국고 손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식가능연구소는 지난달 20일 칼럼을 통해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4년 동안 석유개발사업에서만 성공불융자로 사라진 혈세는 1억8천만 달러가 넘는다”며 “대략 1600억원에 달하는 국고손실을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사업이 실패했기 때문에 감면받았을 것이지만 성공불융자제도는 태생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감시대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주목할 점은 이상한 의사결정 구조”라며 “개발사업 당사자인 석유공사, 광물공사가 허울뿐인 해외자원개발협회를 움직여 이 융자제도를 농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두 공사가 민간기업 등과 결탁하면서 얼마든지 눈속임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도 했다.

심의를 관할하는 심의위원회의 역할에 의아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외에도 포스코, 한국전력 같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협회는 단순 업무만 맡고 있다고 하지만, 학계, 연구계, 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들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성공불융자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일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자원외교비리 수사 대상 1호 경남기업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8개의 해외 자원탐사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부로부터 성공불융자 330억여원을 지원받았고, 이중 100억원대 자금이 용도와 달리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며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한다면서 단서가 없자 분식회계로 잡아들였다" 등 "표적수사" "억울하다" "MB맨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를 도왔다"며 강하게 결백을 주장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억울함을 밝혀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검찰의 수사 또한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자원비리외교 부실의 온상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에 대한 수사가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만 검찰은 자원외교비리의혹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성공불융자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감사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00년 정부로부터 한화 800억원 가량의 성공불융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2010년 12월 해당 사업 관련 이익을 얻어 정부에 6억 5800만 달러를 되돌려줘야 했지만, 당시 지식경제부(현산업통상자원부)고위 공무원 등의 협조를 받아 한화 1400억 가량을 부당하게 감면한 정황을 포착,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특혜 받은 적 없다"며 감사원의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옥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대한 수사가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성 전 회장이 생을 마감하기 전 경향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각각 7억 원과 1억 원의 금품을 건넸다고 밝힌 것이 10일 알려지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겨냥이 현 정부로 번진 가운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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