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대란, 신조어 변천사로 보는 불황 속 자화상
청년실업대란, 신조어 변천사로 보는 불황 속 자화상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4.2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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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화 현상 뚜렷, 해빙기는 언제쯤…

▲청년실업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진은 참여연대 인턴 대학생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청년실업은 춥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청년 실업, 빙하기 시대가 끝날 줄 모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15세에서 29세 까지의 청년실업률은 11.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실업률 통계기준을 변경했던 1999년 7월 11.5%라는 실업률을 기록한 이래 사상 최고,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몇 년 전인 예나 지금이나 청년 실업률 문제는 별반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한국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연령별 고용률과 일자리 창출>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9월부터 2009년 기간 20~24세 연령층의 고용률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같은 해 청년층의 일자리는 24만개나 감소했고, 대졸 이상 실업자는 27만 2천명을 웃돌았다. 당해 연도 젊은 층 취업인구는 960만 명으로 18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수치라는 한숨은 여기저기서 들렸다. 외환위기 당시 20~39세 취업자가 천만 명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해도 청년 취업 현황이 개선되지 못한 것이자, 2015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청년 고용 악화는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난이 지속되고 있다.ⓒnewsis
예나 지금이나 청년 실업난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상은 신조어 변천사를 통해서도 체감할 수 있다.

청년 고용 저조 현상이 극심하던 2009년경에도 뜻을 알기만 해도 침울해지는 신조어들이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이십대에 퇴직한 백수라는 이퇴백이 있다. 이는 이십대 90%가 백수인 ‘이구백’, ‘졸업백수’(졸업하자마자 백수)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또는 임시 공공근로제에 머물고 있는 인턴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왔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보다 좋은 직장을 얻자는 마음에 편입해서 몸값을 올리는 대학생족들이 늘어나면서 ‘에스컬레이터족’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더불어 토익만 믿고 공부하다가 취직을 못한 이들을 지칭해 ‘토폐인’, 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길이 막힌다는 뜻의 ‘삼일절’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나마 어떻게든 취업을 하자는 사생결단 주의가 대세였다. 구체적인 회사 타이틀을 내건 취업스터디가 붐을 이뤘고, 대학동아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터디 기수’까지 등장하며 지각이나 무단결석 시 소액의 벌금을 내는 등 엄격한 규율은 기본, 경제논술시험을 보는 곳, 토익 800점 이상들끼리만 모여 공부하는 등 가입절차가 까다로워도 어떻게든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려한 취준생들이 다수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대학생, 취업준비생,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달관세대라는 신조어가 뜨고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를 우리말로 옮긴 달관세대는 비정규직이든, 돈을 적게 벌든 상관없이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세대를 말한다. 좋게 보면 만족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적당한 타협, 일찌감치 포기를 한 세대로 보는 시선도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취업 정보 안내 게시판에서 채용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newsis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젊은층 1150명을 대상으로 ‘달관세대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8.6%가 달관세대를 들어봤으며, 이중 85.6%가 달관세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감을 표한 의견에는 ‘내가 그렇다’(28.9%), ‘취업이 어려우니 소비를 줄여 생활하는 게 낫다’(26.7%)등이 차지했다. 또 달관세대에 대한 사회적 해석에 대한 의견에는 절망, 체념(47.8%), 사회적 포기(35.0%), 안분지족(14.8%), 효율적(2.4%)등의 순으로 부정적 해석 쪽에 더 많은 응답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래에는 재포자(재취업포기자)라는 신조어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 도움을 받는 캥거루족에 이어 스스로 취업을 포기한 채 실업급여로 생활을 이어가는 20~30대 실업자들이 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0∼30대에게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액은 1420억3377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4억 원(11.3%)가량 늘었다. 직장 내 조직문화에 적응을 하지 못해 재포자의 길을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4년 신입사원 채용실태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5.2%를 기록한 가운데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로 직장을 그만둔 비중은 47.6%에 달했다.

‘청년 실신’이란 신조어에서도 불안한 청년 실업 실태를 엿볼 수 있다.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합성어인 청년실신은 취업을 하지 못한 채 학자금과 대출금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청년층을 비유해 나온 용어다.

그밖에 인문대 졸업생 중 90%가 논다는 뜻을 가리킨 ‘인구론’, 화려한 스펙을 지녔지만 오랫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미취업자를 뜻하는 ‘장미족’ 등 청년실업 관련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오포세대, 그 뒤로 꿈과 희망이 보태진 신조어 ‘7포 세대’는 불황속 청년실업자들의 자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 같은 시대상 관련, 지난해 12월 SBS<힐링캠프>에 출연해 의미있는 발언을 남긴 바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까?”라는 청년 패널의 질문에 “지금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김영하는 이어 “청년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이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에게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사치인 시대다”며 “해야 할 일만 해도 바쁜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고 창의적이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자리에 머무는 것도 힘든 시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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