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민] 10․26 재보궐 선거가 끝난 가운데 서울시장에는 범야권 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기초단체장 11곳 중 8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정치적 상징성과 중요성을 따졌을 때 야권으로서는 결코 나쁘지 만은 않은 결과다. 특히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대거 투입되며 대선 전초전으로까지 불린 선거였기에 야권 특히 대표적인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는 이번 결과가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기쁘기만 할까? 그러기엔 극복해야할 과제들 또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할 부분은 ‘박원순’이 어느 정당에 소속된 후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로서 이번 선거는 자당의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에게 단일 후보를 빼앗긴 다소 김빠진 선거일 수도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 올인하다시피 하며 지원을 했음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쪽은 민주당이나 손학규 본인이 아닌 ‘안철수’라는 제3의 인물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안철수 교수는 야권의 대선 가도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대적할 유일한 대항마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손 대표로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달가울 수만은 없다. 이는 문재인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교수가 부상하기 직전까지 야권의 새로운 대항마로 여겨졌던 문 이사장으로서는 안 교수의 등장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 이사장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또하나 아쉬운 부분이 부산 동구청장 선거이다. 14.5% 포인트 차이의 패배는 당초 박빙을 예상했던 문 이사장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이다. 특히 거의 부산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선거를 지원했기에 더욱 뼈 아픈 패배인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며 야당은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야당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이번 결과에 웃을 수만은 없는 잠룡들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