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자국기업 감싸기 논란...코오롱, 미국 업 듀폰에 '패소'
미국 법원 자국기업 감싸기 논란...코오롱, 미국 업 듀폰에 '패소'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2.08.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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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영준 기자] 미국 법원은 얼마전 삼성전자와 애플간에 벌어진 특허관련 법정다툼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자국 기업 감싸기라는 불공정한 판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가 3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소재 동부법원에서 다국적 기업 듀폰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슈퍼섬유인 '아라미드'를 20년간 세계에서 생산이나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2의 삼성전자와 애플간 법정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총탄을 막아낼 정도로 내구력이 강하고 섭씨 500도의 고열을 견뎌내는 첨단 섬유로 주로 군수, 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사용된다. 듀폰은 1973년 '케블라' 브랜드로 아라미드 섬유의 상용화에 성공했고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을 출시했다.

아라미드 시장은 미국 듀폰사와 네덜란드 악조사를 인수한 일본 데이진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70% 정도를 독과점하고 있는 듀폰은 이 시장에 한국의 코오롱이 진출하자 위협을 느끼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1985년, 듀폰보다 간편한 아라미드펄프 원천기술 개발

우리나라에서 아라미드 산업은 1985년 한국 국책사업으로 지정돼 30여년 동안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분야다. 코오롱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당시 카이스트) 윤한식 박사팀은 1979년부터 공동개발에 나서 1984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라미드펄프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윤 박사의 아라미드펄프 제조법은 듀폰보다 훨씬 간편했다. 아라미드펄프의 재료인 '실'의 분자들은 자연 상태에서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듀폰은 실 분자에 황산을 처리하고 가는 구멍으로 실을 뽑아냈지만 윤 박사는 마치 양털처럼 분자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실이 형성되는 방법을 찾았다.

윤한식 박사팀이 개발에 성공한 아라미드 섬유는 듀폰사 아라미드 섬유보다 제조공정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생산원가를 1/3으로 줄이면서도 강도가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윤 박사는 85년 이 신소재를 미국과 일본, 유럽에 특허를 획득한 다음 그 내용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과학학술지인 네이처지 87년판 326호에 3페이지에 걸쳐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 이는 한국 섬유기술을 세계에 알린 쾌거로 평가받았다.

그러자 미국 듀폰과 네덜란드 악조사 등은 당시 기술 침해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윤한식 박사팀은 85~87년 잇따라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아라미드 기술의 독자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듀폰은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해 아라미드펄프의 '물질특허' 소유권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물질특허 소유권은 윤한식 박사의 아라미드 연구활동을 지원해온 코오롱이 보유하고 있었고 이미 세계 각국에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코오롱은 1984년 KIST에 석좌기금 3억원을 기탁해 후속 연구를 지원해오고 있다.

원천기술 개발 이후 이를 상업화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상당한 투자가 소요됐다.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한 방법으로 대량생산을 유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코오롱은 마침내 독자 기술로 2005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라미드 상용화에 성공했다.

◇듀폰, 끈질긴 '악연'

듀폰과 코오롱의 끈질긴 악연은 윤한식 박사가 아라미드 물질특허를 획득한 1983년부터 시작됐다.

듀폰은 윤한식 박사가 미국, 유럽, 일본으로부터 아라미드 물질특허를 획득하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고 10년간 이어진 지루한 소송은 1993년 12월 유럽특허청 항소심 재판소가 윤한식 박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종료됐다.

소송에 패한 듀폰은 아라미드 원료공급업체인 네덜란드 악소사에 한국에 원료를 공급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했고 윤한식 박사로부터 아라미드 기술을 이전 받은 코오롱이 아라미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러면서도 듀폰은 1985년 물질특허를 보유한 코오롱에 합자 사업을 제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산공급권 로열티 지급 문제 등 합자조건에 이견을 보여 협상은 결렬됐다.

듀폰은 당시 세계 판매권은 듀폰이 소유하고 코오롱은 생산공급권을 소유하되 1억 달러(약 1000억원) 이상의 로열티와 한국 내 양산 설비에 따른 투자와 후속기술을 지원할 것을 제의했었다.

듀폰은 코오롱이 2005년 연간 500t 설비로 생산을 시작, 2006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판매를 확대해나가자 점차 견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9년 듀폰에서 해고된 엔지니어가 코오롱과 접촉하자 영업기물 누설 혐의로 자사의 공장이 위치한 버지니아지 법원에 코오롱을 고소했고, 버지니아주 법원은 코오롱에 9억1990만 달러(약 1조445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의 미국시장 판매액은 33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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