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2000만원 ‘이혼전쟁’...“발꿈치만봐도 소름 끼쳐…”
1억 2000만원 ‘이혼전쟁’...“발꿈치만봐도 소름 끼쳐…”
  • 문선우
  • 승인 2012.09.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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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칼럼] 예전에 어떤 의사와 대화도중 큰 병이 걸렸을 땐 반드시 세군데 종합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던 말이 기억난다. 오진의 염려라기보다는 치료방법이 의료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란다. 다리가 부러져도 누구는 핀을 박아 고정을 시키자하고, 누구는 일단 깁스로 고정시킨 후 뼈가 붙는 과정을 지켜본 후 다음치료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각종 고소, 고발, 소송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준비와 명확한 증거자료가 100명의 변호인보다 소송의 효자 역할을 한다는 것,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기승전결을 어떻게 시키느냐와 이길 수 있도록 몰아가는 자의 능력 또한 천차만별인 것이다.

작년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는 지인의 소개로 젊은 여성이 찿아왔다. 30세의 이 여성은 결혼생활 4년 만에 남편이 이혼을 선언하며 집을 나간 지 일주일이 됐다고 했다.

아직 아이는 없었고, 결혼하면서부터 전업주부가 됐으니, 아무리 봐도 재산청구면에서 유리한 면이 전혀 없었다. 살고 있는 집은 시가 2억 7000만원 이중, 융자1억 5000만원. 나머지금액 1억2000만원. 결국 1억 2000만원의 분쟁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남편이 집을 나가기 전 5000만원을 주겠다하니, 딱히 변호인을 선임해 나눌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꿈조차 꿔본적이 없는 소송이란 것에 대비해야겠다는 본능 이어서였는지 본능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정말 이혼을 하게 된다면 위자료를 더 받고 싶다고 했다. 1억 2000만원의 분쟁. 더군다나 전업주부, 4년의 짧은 혼인기간. 설령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는 유책사유가 있다한들, 아이가 없으니 양육권과 양육비를 청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변호인을 통해 소송을 벌인들 이미 남편이 순순히 분할하겠다는 이 여성의 몫에서 더 받아낼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이다.

이 여성은 남편이 왜 집을 나갔으며, 자신이 왜 이혼을 해야 하는지 순식간의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패닉이 온 듯 한참을 울다 멍하다 말 하다를 반복했다. 남편은 집나가기 이틀 전까지 같이 소파에 누워 영화를 봤으며, 하루 전엔 갑자기 간단히 짐을 싸 현관에 내놓더니, 아침식사가 끝나고 진지하게 ‘이제 집에들어오지않겠다. 당신 발뒤꿈치만 봐도, 소름이 끼친다’며 현관을 나서더란다.

그 황당함과 불쾌함은 오죽했으랴만은 더욱 황당한 것은 남편은 그 후 연락조차 안 되고 시어머니를 통해서 나머지 이혼절차를 통보 받고 있는 상태였다. 도대체 이혼의 이유가 뭔지, 하루아침에 왜 자신의 발뒤꿈치조차 보기 싫어졌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궁금한 노릇이다.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왜 와이프의 발뒤꿈치가 보기싫어지신건지, 발뒤꿈치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지. 이혼소송은 부부당사자만이 알고 있는 일인 것이다.

유책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이유 중 반드시 유책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한다. 그런 적 없다는 자와 그런 적 있다는 자, 이 둘의 싸움에 그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한다. 우스운 소리로 단순히 발뒤꿈치가 싫어졌다는 말은 이혼의사유가 안되며, 왜 싫어졌는지 씻지 않아, 더러워지고 갈라져 식사를 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는 발뒤꿈치의 사진과, 부인의 발로인해 결혼생활에 어떤 문제가 어떻게 발생됐는지 정확한 증거를 제출해야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젊은 여성의 말을 들은 후, 한 가지 결론에 여러 가지 방법이 세워졌으며 다양한 추리로 구체적인 일명 ‘퍼즐 짜기’를 해보았다. 시어머니를 통해 연락이 이혼절차를 통보받는다는 것은, 여성의 남편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혼을 준비했고, 자신의 부모와는 모든 상의와 동의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렇다면 남편의 발뒤꿈치 발언 전 남편은 오랫동안 이혼 할 구실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덫을 놨을 것이고, 왜 이혼결심을 한 것일까. 왜 가출을 한 것일까. 재산을 순순히 분할하겠다함은 소송을 원치않는다는 뜻일 것이고, 가출은 이혼선언의 뒷받침일 것이고, 아이가 없으니 따분한 결혼생활에 뭔가 활력소가 되는 것을 찾았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 내연녀? 남편은 연봉 2억을 받는 이사였고, 그런 남자를 차지하려는 여자 분명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무기가 있을 것이고, 그 무기란 매력일 것이고... 그 매력적인 여성에게 가기위해 이혼을 해야 했고, 구실을 찾다 찾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발뒤꿈치 발언. 여성의 남편은 그녀가 변호인을 선임해 들이대 봤자, 5000만원 이외에 더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해볼 테면 해보라며 비겁하게 엄마 뒤에 숨어 큰 소리치고 있었고,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그녀의 변호인과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절대 이혼만은 막아달라는 변론을 하라고했다. 이혼을 원하는 것은 남편이고, 그에 동의할 수 없는 권리는 분명 그녀의 것이다.

너무 사랑해서 이혼을 할 수 없다는 그녀의 예상치 못한 구구절절한 반론에 남편은 발을 동동 구르며, 더욱더 높은 위자료를 제시한다는 전화가 왔다. 그 당시 나는 굉장히 단호하게 믿어보시라는 표현까지 쓰며, 더욱더 절절히 매달리라 하였다.

분명 안달이 날것이고, 순순히 응하지 않는 그녀에게 비장의 무기랍시고 말도 안 되는 소장이 올 것이며, 이혼소이유가 터무니없을 것이니,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해두었다. 그 말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그녀가 부부싸움도중 칼을 들었다는 둥 욕설을 심하게 해서, 무섭다는 둥의 허위내용이 난무한 소장이 왔고, 그녀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사실이라는 증거를 제출하라는 내용과, 역시 빠뜨리지 않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내용을 제출하였으며, 그녀는 차츰 소송을 관망하는 자세로 변해가고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의 남편이 내연녀와 밀회를 떠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결정적 현장이 딱 걸린 것이다. 이때를 생각하면 나와 그녀, 그녀의 변호인 마치 이 세 사람의 전쟁 같았다. 펄펄뛰며 우는 그녀와, 드디어 유책사유를 찾았으므로 이혼소송을 걸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라는 그녀의 변호인, 그리고 그 이혼을 막으려는 필자.

결국 그녀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여, 우연히 간통현장을 보게 됐으나, 문제 삼지 않겠다, 아직 사랑하고 있으며, 한 번의 실수로 소중한 가정을 깨고 싶지않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결국 오매불망 간통현장에 대해 그녀의 고소만을 기다리던 남편은 이혼에 동의해주지 않는 그녀 앞에 가출한지 한 달여 만에 백기 투항했다.
은행융자는 자신이 떠않고, 아파트명의를 돌려 줄 테니, 제발 이혼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이젠 칼자루를 쥐셨으니 이혼의 동의하시든, 데리고사시든 현명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고 조언했다. 고소든 고발이든 소송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취지다. 왜 하게 되었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의 패는 무엇인지, 입증 가능한 증거는 무엇이 있는지, 본인 스스로가 점검해 본 후 여러 전문인들과 상담하고 결정한 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쉽지만 어려운 말처럼, 위중할수록 한 발 물러서서 사건을 들여다보면 마치 이솝우화를 읽어내듯 담담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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