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상처’인 나와 너를 위한 위로 '독과 도'
‘누군가의 상처’인 나와 너를 위한 위로 '독과 도'
  • 박지영 기자
  • 승인 2012.09.14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인 것인가. 억압과 차별과 편견과 서러움의 능선을 넘느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보며 이 책을 썼다"

[일요주간=박지영 기자] 모두가,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자본주의의 톱니바퀴에 절망의 원인이 있고, 그 자본주의의 획책에서 벗어나 제대로 살고자 하는 ‘행위’에 희망의 동인이 있음을 말하려 한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세상이 바뀌어도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책 『독과 도』는 지금, 여기 나와 너와 우리를 향한 따끔한 위로다.

서평의 고수 ‘파란 여우’ 윤미화의 새 책 『독(毒)과 도(道)』는 ‘우리,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라는 공동체를 바라보는 절망을 통해 역설적으로 희망을 찾고자 한다.

고민

왜 독과 도일까. 저자는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를 견디느라 켜켜이 쌓인 마음의 상처를 ‘독’이라 정의한다. 안타깝게도, 아니 허무하게도 현대인의 삶 구석구석 처박힌 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방법은 하나. 욕망을 욕망하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를 패착에 이르게 하는 자본주의를 즐기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쌓인 ‘독’을 덜어내는 ‘길(道)’밖에 없다. 나 혼자가 아닌, 타자와 우리라는 공동체를 보는 길, 세계가 끊임없이 변해도 우리가 묵묵히 걸어가는 저 길의 끝에는 여전히 ‘희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모두가 힘겨운 시대.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지경에 이른 세상 속에서 우리는 무시로 이렇게 토로하곤 한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잘살고 있는 것일까? 저자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세상의 모든 ‘독’의 근원을 찾기 위해 한미FTA, 광우병, 4대강, 삼성, 왕따, 교육, 환경, 동물, 공정무역, 예술, 사랑, 결혼 등 깊고도 넓은 독서를 몸소 실천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독이 든 자본주의의 삶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식을 향해 쓴소리를 뱉어야 한다는 것을, 자본주의라는 틀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져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통해 ‘공동체’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도시에서의 삶을 스스로 접고, 시골로 낙향해 책을 읽고 책에 관한 글을 쓰며 살아간 지도 수년이 되어 간다. 어쩌다 가끔 일이 생겨 서울을 가노라면 예전에 다닌 길이 낯설 정도다. 저자가 시골에서 염소를 키우며 책을 읽는 사이, 서울은 더 거대해졌다. 늦은 밤 지하철에는 마네킹처럼 생기 없는 ‘지하철 나그네’들이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책 읽는 사람은 물론이요 ‘사람을 보는 사람’이 사라졌다. 그때마다 저자는 목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묻고 싶었다고 한다.

“사는 게 쉽지 않아요, 그죠? 나만 중심 잡고 살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죠? 왜일까요? 그래요, 우리는 제도에 구속되었답니다. 행복을 얻으려면 더 빨리 달려서 더 많은 돈을 벌라고 부추기는 국가와 자본이라는 제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이러한 세상의 굴레 속에서 누군가의 상처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어요?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인지를 한 번이라도 고민해 보셨어요?”

위로

출산비용이 없어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만삭의 여인,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 등록금에 신음하는 대학생, 결혼비용이 없어 헤어지는 슬픈 연인, 정리해고로 실직한 뒤 투쟁에 지쳐 아파트 23층에서 뛰어내린 쌍용자동차 노동자, 명문대 입학 강요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어머니를 살해한 아들... 저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조여 오는 마음의 독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삶의 비극을 잉태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들이 한때 무릎을 맞대고 앉아 따듯한 밥을 먹던 사람들임을 안타까워한다. 이러한 비통하고 절박한 세상 속에서 책을 붙들고 있는 게 무슨 소용 있나 무기력에 빠질 때도 많았다고 토로한다. 생각해보라. 소용돌이치는 만경창파 같은 세상에서 책 따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과 한미FTA와 백만 명 청년실업과 자살률 증가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부서진 뗏목’을 타고 ‘화폐지상주의 급류’에 휩쓸려가는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우울했다는 저자의 고백은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살면서 날개가 부러진 새들, 살면서 쓰러진 나무들, 살면서 넘어진 사람들, 살면서 허기진 영혼들에게 단 하루라도 사랑의 안식일이 주어졌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 SNS에서 화려한 수다로 하루를 연명하지만 공허함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손에 들고 아직 만나지 못한 세계를 낚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억압과 차별과 편견과 서러움의 능선을 넘느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진솔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독이 든 자본주의의 삶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의식을 향한 쓴소리, 자본주의라는 틀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가져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 우리가 ‘공동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담기 위해 자신의 독서 인생의 정수를 담은 이 책이 우리의 남은 삶을 이끌어주는 소중한 지침서로 남을 거라는 확신은 여기에서 나온다. 나와 너와 우리를 향한 위로, 그것이 독과 도다.

저자 윤미화는 1964년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삼성전자를 거쳐 공무원 생활을 끝으로 40대 이후 일체의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촌구석에서 살고 있다. 40대에 귀농을 단행한 후 5년간 1,000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독파, 불가능한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결국 내로라하는 책 전문가들에게 깊고도 넓은 내공을 인정받았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파란여우'라는 닉네임의 블로거로 활동을 다년간해오며 각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섭렵하며 날카로운 서평을 작성하여 수준 높은 독서가로 정평이 나있다. 자연을 벗 삼은 귀농생활을 통해 글과 삶이 일치된 일상을 살며 올바른 시선과 생각으로 쓴 그녀의 서평은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인문·사회학적인 시선으로 살짝 뒤틀어 책을 바라보고 책의 장o단점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분석해내는 그녀의 독서기는 기존 숱한 독서기와는 차별화된 '깐깐한 독서기'를 지향한다. 비 오는 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읽다 잠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경향신문과 각종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염소를 친다. 쓴 책으로는 서평 에세이 『깐깐한 독서본능』이 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