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만든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만든다"
  • 김주호
  • 승인 2012.09.20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호 한방칼럼]

[에브리뉴스=김주호 원장] 예전에 어떤 환자로부터 심각한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심한 불면증이 있어서 한방치료 중인데 불면 뿐 아니라 가슴 답답한 증상과 두중감(머리가 무겁고 맑지 못한 느낌)이 심해서 지금 치료해서 85% 정도는 좋아졌으나 잠을 여전히 못 자는 것이 문제란다.

그 분은 사실 가슴 답답한 것과 두중감이 해결되면 잠자는 게 수월하리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잠을 못자고 있어 고민이라면서 ‘잠을 못자면 다시 심장열이 쌓이는데 잠을 자야 나머지 15%도 완치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라며 ‘가슴답답, 두중감 치료가 완성되어야 비로소 잠을 잘 수 있는지, 아니면 잠이 먼저인지도 궁금하다’ 고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분께서 궁금해 하시던 '불면', '가슴 답답함', '두중감'은 모두 별개의 증상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기 때문에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 하나의 원인 때문에 신체의 어디든 수많은 증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면이 나으면 나머지 증상이 좋아질까?' 라든가 '나머지 증상 때문에 불면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등의 심정은 물론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실은 둘 다 맞는 말이기도 틀리는 말이기도 하다. 즉, 불면이 나아지면 다른 증상도 좋아지며 혹시라도 다른 증상이 나빠지면 역시나 불면도 나빠지게 된다.

본질적으로는 그 환자분의 호소 증상이 모두 같은 원인에서 오는 것으로, 한의학적으로 불면은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과 간에 쌓인 화(火), 심장과 쓸개의 허약, 음허(陰虛)로 인해 생기는 화, 심장과 비장의 허약 등등 수많은 원인에 의해 비롯되지만 어떤 불면증도 오직 '잠 안오는 증상'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른 증상들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정신적 원인과 함께 말이다.

그러므로 가슴이 답답해서 잠이 오지 않는 다든지, 잠이 오지 않아 두중감이 더 심해진다든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즉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따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 같은 원인으로 오는 것이니까 모두 함께 치료가 되어야 하며, 다른 증상이 다 좋아진다면 분명 불면 증상도 좋아지게 된다.

그 분께는 '잠이 먼저?', '가슴답답이 먼저?' 같은 불안감으로 너무 마음을 쓰게 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질 않으며 되도록 편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잘 해 오셨던 치료에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임해주신다면 분명 좋은 결과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씀드렸고, 계속해서 꾸준히 치료를 받기로 다짐을 받았다. 그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불면 증상도 꽤 호전되어 매우 감사해하고 계시다고 한다.

위의 환자분이 가지고 있던 증상들의 근원이 되는 것이 현대 의학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뇌에서 시작되는 몇 가지 신경 가운데 우리가 스스로 통제하지 않고 몸에서 스스로 ‘알아서’ 조절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자율신경에서 조절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체온, 심장박동, 땀, 소화기계의 연동운동, 감정이나 성욕에 따른 신체변화 등등 수많은 것들을 ‘알아서’ 지금도 우리 몸 속에서 잘 조절하고 있는 대단히 중요하고 섬세한 신경계통이다.

 

자율신경도 뇌에서 나오는 신경계의 한 계통인지라 뇌에 충격이나 무리를 주는 일, 즉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자율신경도 그러한 뇌의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한 뇌의 안좋은 스트레스 상황이 계속되면 자율신경이 타격을 받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기운이 하나도 없다’, ‘머리가 아프다’,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를 한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유 없이 화가 난다’, ‘성관계가 힘들다’ 등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한 두 번씩은 겪어보았음직한 상황들이 아닌가? 바로 이러한 상황이다. ‘잠을 잘 수 없다’는 증상은 그 중에서도 아주 대표적인 증상이다.

즉, 적절히 교감신경이 억제되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수면상태로 유도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뇌의 기능저하가 불러온 자율신경장애로 인하여 그러한 관계가 흐트러지면 적절한 시간에 수면을 취하는 데 매우 애를 먹게 된다.

자율신경은 단순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만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많은 신경정신과 질환들, 대표적으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것들은 뇌가 자율신경의 조절에 완전히 실패하여 생기는 몸의 이상으로, 이러한 경우 뇌에서 시작된 이상이 신체적으로 엄청난 괴로움을 초래하게 된다.

자율신경실조를 조절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는 우선, 신체적 활동을 늘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다. 신체적 활동을 늘린다는 것은 곧 운동을 한다는 것으로, 어려운 운동도 필요 없고 평소보다 많은 거리를 걷거나 가볍게 뛰기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량도 늘어나게 되고 신체의 움직임으로 인한 신경계의 피드백 효과 때문에 뇌의 기능도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수험생들의 경우에도 계속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가끔씩 신체적으로 운동을 해 주는 것이 훨씬 학습 효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밝혀져 있다.

운동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없고 신체적으로 괴로움이 계속된다면 한방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서 환자의 예에서 잠시 언급했듯 한의학적인 화나 음허와 같은 병리상황, 그리고 오장육부의 불균형 같은 문제들을 한방치료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