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물이치 모두가 검(劍)에 다 들어 있다”
“우주, 만물이치 모두가 검(劍)에 다 들어 있다”
  • 노정금 기자
  • 승인 2012.10.16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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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열전-1] 검(劍) 명인(名人) 황인진

사람에게 사주(四柱)·삼주(三柱)가 있듯이 검(劍)에도 사주팔자 있다

“죽검(竹劍)은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지 죽이기 위한 검 아니었다”

죽검(竹劍)은 신검(神劍)으로서 황제나 임금이 국제(國祭)를 모실 때나 검무(劍舞)를 출 때 사용되었고 황실 세자, 세손의 권위를 상징했다. 더불어 훌륭한 장식품이기도 했다. 국난(國難)에는 죽창(竹槍)과 낭선보, 창포검, 사입장도 등과 호국무예의 무기로 쓰이기도 했다. 도인(道人)들은 도를 구하는 도구로 사용해 일상생활에서는 조롱떡칼로 쓰이거나 인삼을 자르며 기(氣)를 다스리는 데 사용됐다.

대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전라남도 담양에서 부친의 죽세공예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신검(神劍)인 죽검(竹劍) 명인(名人) 죽경 황인진을 만나 검(劍)에 얽힌 사연과 제작비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죽경 황인진과 죽검(竹劍)

▶ 죽검(竹劍)을 만드는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 언제부터라기보다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죽세공의 업을 아버지 때부터 했었으니까요. 제가 이것을 꼭 이어받는다는 것 보다 제 생활의 힘든 시기가 있어서 경제적 생활을 위해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아버지한테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한 것도 아니지만 제가 봐왔던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 죽검(竹劍)이란.
- 대나무로 만든 칼이에요. 죽검(竹劍)은 신검(神劍)으로 칭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칼을 만드는 방법은 다 똑같아요. ‘죽검’, ‘진검’, ‘가검’.. 모두요. 예전에 보면 조상들이 호신용으로 썼던 검(劍)들이 많아요. 사실 검이라는 것은 검(劍)의 날(揧)을 어떠한 것을 쓰냐에 따라 명칭만 달라져요.

▶ 검(劍)의 종류와 용도는 어떻게 되나요.
- 진검은 진짜 칼을 말해요. 우리가 전쟁에서 살생무기로 사용했던 진짜 칼을 가르키고요. 가검은 가짜 칼을 말해요. 이것은 철이 아닌 비철로 제작하고요. 가검이라는 명칭은 최근에 생겼어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 곳에서 사용하고 진검을 잡기 전에 위험하지 않게 사용 하는 것이에요.

▲ 명인(名人) 황인진의 작품들. (왼쪽 위)죽검,(우측 위)진검

▶ 검(劍)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는 무엇입니까.
- ‘진검’은 무쇠. 가마에서 두들겨 쓰는 단조(鍛造)로 쓰이고 또 스탠레스를 사용해서 쓰여요. 칼을 연마해서 만들던지 하고요. ‘죽검’은 칼날이 대나무로 만든 것을 말해요. 나무를 사용해 만든 검은 ‘목검’이고요. 대나무라는 것은 신기해요. 대나무는 나무로 칭하지 않아요. 대나무라고 부르지만 풀의 종류로 분리해요.

▶ 검(劍)을 만드는 기준점은요.
- 아이들에게 장난감용으로 판매하는 것을 빼놓고는 음양(陰陽)의 조화, 또 오방검이라고 하는 주술적인 부분에 대해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을 만들 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검(劍)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악한 마음과 안 좋은 마음을 가지고 만들면 안 되겠다는 것이에요.

▶ 사실, 검(劍)의 가격도 궁금합니다.
- 네. 사실 진검 같은 경우 1백만 원에서 2천만 원, 3천만 원까지 있어요. 죽검(竹劍)도 마찬가지고요. 가격은 재료의 차이가 가장 크고요. 그리고 명검(名劍)이라는 것이 있어요. 여기에는 사인검(四寅劒), 삼인검(三寅劒)이 있어요. 사인검(四寅劒)은 무인을 상징하는 호랑이 인(寅)자가 네 번 겹쳐지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든 검으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고 알려져 왕이나 하사받은 공신들만이 소장하던 보검이에요. 삼인검(三寅劒)은 간지의 인(寅)자가 세 번 겹칠 때 만든 검이고요. 사람에게 사주(四柱)와 삼주(三柱)가 있듯이 검(劍)에게도 사주팔자가 있는 검이 있어요. 이런 검은 10년에 한번 만들 수 있는 검이죠. 호랑이해에 만드는 검을 ‘잡귀를 물리치고 부귀를 가져온다. 액운을 막아준다’고 했어요. 이런 검들이 고가로 들어간다.

하늘의 뜻을 받드는 죽검(竹劍)신검(劍)

▶ 주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검(名劍)은 어떤 효과를 가져온다고 자부합니까.
- (웃음) 사실 ‘있다’. ‘없다’ 라고는 제가 이야기 못하죠. 이것은 역사적인 것이니까요. 명검(名劍)을 만든 제 입장으로는 사람의 사주(四柱)로 봤을 때 금(金)이 없는 사람들은 이것을 채워줘야 되고 물이 없는 사람은 이것을 채워줘야 합니다. 나무는 물을 좋아하고요. 세상의 우주만물은 이러한 이치입니다.

▲ 명인(名人) 황인진이 복제한'충무공 이순신'검(劒)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주로 검(劍)을 찾는 사람은요.
- ‘진검’은 운동하려고 하시는 분들, ‘죽검’은 장식용, 선물용, 주술적으로 쓰여 다양한 사람이 찾아요.

▶ 죽검(竹劍)이 신검(神劍)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습니까.
- 이번에 제가 신검을 하나 복제하고 있어요. ‘오방신검’이었는데요. 만들면서 드라마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복제가 거의 끝날 무렵, 무당이 한 명 찾아왔어요. 그 무당이 “40㎝짜리 신검이 있다는데 그 신검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까”라며 저에게 부탁을 해서 제가 “지금 만들고 있어요. 우리나라 한 점밖에 없는 것을 복제하고 있는데요”라고 하니 “꿈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복제가 거의 끝날 무렵 그 무당분이 가져갔어요.… ‘오방’이라는 것은 사방에서 방향이 하나가 더 있다는거에요. 하늘은 양(陽)이고 땅은 음(陰)이고 음과 양의 중간은 사람입니다. 음과 양의 조화 속에 오방(五方)이 존재하는데 오방의 중심점은 바로 ‘나’예요. 그 중앙을 색으로 따지면 노란색이고 사물로 따지면 우리 집이고, 등등.. 내가 존재하는 그것이 오방의 가장 중심의 ‘황용’입니다. 황용은 임금을 뜻해요. ‘임금만 황용은 아니고 나도 황용이요’, ‘황용은 사람으로 치면 사주팔자(四柱八字)다’, ‘집으로 보면 집 자리다’, ‘묘로 보면 묘 자리다’라고 해요. 이것들이 신검(劍)안에 다 들어있는 것입니다. 음양(陰陽), 오방(五方),만물, 우주, 모든 것이 ‘오방검’안에 함축되어 있는거에요.

▶ 검(劍)을 만드시면서 철학에도 조회가 깊습니다.
- 검(劍)을 만들면서 철학적인 부분이 80%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검(劍)이 살생무기로 쓰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검이 살생무기로 쓰이지가 않죠. 검(劍), 특히 죽검(竹劍)은 신비롭습니다. 죽검(竹劍)은 철학적인 것, 사람을 살생하지 않고 사람을 살리는 ‘활인의 검’이라고 해요. 일반적으로 ‘활인검’, ‘살인검’ 이라고 불리며 검을 말하기도 하는데요. 죽검(竹劍)은 예부터 사람을 살리기 위한 ‘활인검’이었지 죽이기 위한 검은 아니었어요.

▶ 죽검(竹劍)이 ‘활인검’으로 어떻게 활용이 된 것인가요.
- 사람을 죽여서 살리는 것이 있고 살려서 살리는 것이 있어요. 어려운 말이죠. 이것이 ‘활인검’과 ‘살인검’으로 구분이 되는 것이고요. 사람을 죽여서 사람을 살리는 것은 예를 들어 외적이 침범했을 때 외적을 물리쳐야 이 나라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살아요. 죽여야만 우리를 살리는 것이죠.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죽여서 살리는 검이 되는 것이에요. 사람을 살려서 살리는 검은 주술적인 검을 말해요. 즉 신검(神劍)을 말해요. 병든 사람과 액운이 들어와 있는 사람, 예전 임금의 제사를 모실 때 쓰는 검이 있어요. 이것이 사람을 살려서 살리는 것이에요. 이런 것이 ‘활인검’ 인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검(竹劍)을 사용했어요.

“지금살고 있는 이 대나무집을 제가 제 손으로 짓었어요. 아픈 와중에도 이집을 지은 이유는 제가 살아있는 의미를 남기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살아 숨쉰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어요.

▶ 살면서 힘든시기는 언제였나요.
- 젊었을 때 많이 아팠어요. 병원에서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시골에 오게 되었어요. 의학을 포기하고 살려고 시골을 왔어요. 당시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왔을 때 막막했죠.

▶ 현재 건강은 어떠하세요.
- 시골에 와서 제가 자연치유와 자연식을 먹으면서 많이 치유가 되었어요. 하지만 지금도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건강하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건강해요. 저의 생활이 대나무와 함께하고 자연과 함께하니 정신적으로도 맑아지니까요. 대나무는 저의 생명요. 대나무는 저의 존재의 가치요. 대나무가 없으면 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 죽검(竹劍)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요.
- 제가 대나무와 함께하면서 아픔도 많았어요. 연단의 아픔(두들겨 맞는 아픔)을 너무 많이 겪었어요.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린나이(당시 30대 후반)로 명인(名人)칭호를 받게 되다 보니 저보다 더 먼저 좋은 작품을 만드시고 70~80년을 이 분야를 한 분들이 있는데 어린나이에 명인의 칭호를 받았을 때는 시기, 질투가 있지 않았겠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지금도 시기, 질투가 있기 때문 그런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 뿌듯했던 점이 있었다면요.
-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을 때요. 즉, ‘이것을 복제해야 되는데..’ 하는 것을 만들었을 때 뿌듯해요. ‘오방검’을 만났을 때 특히 그랬어요.

▲ 명인(名人) 황인진이 작업실에 비치된 검(劒)

▶ 앞으로의 계획이 있습니까.
- 지금 저는 ‘전라남도 진검 제조 허가1호’에요. 단군 이래 호남지방에 정식적으로 허가를 받은 사람은 저 한 명입니다. 우리나라 검(劍)을 보면 정확한 명칭을 갖고 있는 검(劍)들이 없어요. 제가 해야 될 부분은 잊어져 간 검(劍), 묻혀져 버린 검(劍)들을 복제, 보건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을 할 것 이에요. 지금 이런 작업들을 하고 있고요. 이것이 제가 사명감으로 느끼는 부분이에요.

▶ 역사 속에 묻힌 검(劍)을 복제·보건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 죽검은 문헌이나 역사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이것을 찾아서 복제하고 보건하는 것, 끄집어 내는 것이 사실 힘들죠. 역사의 유례, 뿌리를 더 깊이 찾아야 하는 데 이런 자료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역사의 사라져 가는 검(劍)이나 특히 대나무 관련된 죽창, 창포검 등 사라져 가는 것들을 복제해서 조그마한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 후계자는 있습니까.
- 계승자라고 있었는데 의무적으로 비슷하게 있어야 되니까(머뭇). 솔직히 딱 붙어서 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 딸이 저의 일을 배우고 있어요. 검(劍)을 만드는 일이 힘듭니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죠. 이것이 많이 아쉬운 점이에요. 제자가 있으면 같이 교류하면서 검(劍)과 소통하면서 지낼 수 있을 텐데요.

▶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힘든 일(검을 만드는 것)이지만 보람과 의미를 가지고 기술을 배우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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