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국의 새로운 이민법과 한국 스타트업의 고민
[칼럼]미국의 새로운 이민법과 한국 스타트업의 고민
  • 오힘찬 칼럼리스트
  • 승인 2013.02.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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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 오힘찬 칼럼리스트]'누가 하버드를 갔다더라', '스탠포드 석사/박사를 지냈다더라'고 하면 집안의 경사라고 얘기하곤 하지만, 국가의 경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스타트업 비자(Startup Visas)'를 새로 만들 것을 의회에 요구했으며, 양당 상원의원 10명은 새로운 이민법안을 제안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고급 IT 인력을 수급하기 위함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쉽게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고용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진행 될 경우 신생 기업을 토대로 한 고용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 덕분에 정책으로 반영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분석된다.
스타트업이란 실리콘 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 신생 벤처를 뜻하지만, 과거 벤처와 달리 IT 기술과 모바일, 웹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이 주를 이루며 소규모, 소자본으로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융합한 좀 더 체계적인 형태의 벤처를 의미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모두 스타트업 기업들이다.

미정부가 이렇게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지난해 약 $265억(한화 28조 8천억원)으로 한국의 1조2333억원과 비교하면 23배 가량 높다. 물론 GDP 규모를 생각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이것은 밴처캐피털의 규모일 뿐 개인 투자자와 크게 뜨고 있는 크라우드소싱의 투자 규모를 합하면 미국의 스타트업 전체 투자 규모는 $500억 수준에 달한다. 한국과는 54배 수준이다. 이런 거대한 투자 흐름이 일어나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거나 혹은 대기업에 인수되어 막대한 투자금이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보자. 2010년 스탠포드 동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가 만든 사진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은 2012년 6월 누적 가입자 8천만명을 달성한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인스타그램은 초기 매출이 없어 그저 남은 투자금으로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10억에 인수했다. 15명의 직원, 남은 자본 $70,000에 불과했던 인스타그램은 한순간에 거대한 자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돈을 인스타그램에 쏟았고, 성공한 스타트업이 되었다. 미국은 세계 자본을 순환하여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인스타그램을 포함하여 27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더군다나 페이스북조차 스타트업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스타그램의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마이크 크리거는 브라질 이민자고, 졸업 후 미국에 남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부분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명문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비자나 영주권이 없어 마이크 크리거처럼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비자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같은 기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스타트업 정책에 MS와 같은 기술 대기업들도 환영하고 있다. 이들을 인수하거나 우수한 인재가 미국에 남게 됨으로 스카웃하여 자신들의 인력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가 될 지도 모를 업체를 신설하도록 하는 정책일 수 있지만, 장래를 내다보고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적은 투자 규모는 아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개인 투자는 전무하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일부 새로운 비즈니스로 가기보단 기존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스타트업은 해외의 성공 모델들을 카피한 것이 대부분이고, 이 마저도 대기업들이 먼저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진입벽이 높다. M&A에 대한 투자보단 비슷한 서비스를 허접하더라도 빨리 내놓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투자가 늘고 대기업이 침해를 하지 않으면 미국과 같이 스타트업이 활발해질까?

지난 1월 29일, 앱센터운동본부와 구글코리아는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K스타트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5명의 멘토단이 참여했는데, 멘토 중 구글의 G메일 디자이너인 샌더 폴락은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한다고 하면 쿨하다고 생각한다'며 '실리콘 밸리에는 영웅 스토리가 많고, 그렇다보니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들도 스타트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한국은 아닌 것 같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기업에 들어가야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또한 로열티카드 업체인 '펀치드'의 공동 설립자로 2010년 $1,000만에 구글에 인수 된 스타트업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말은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청년들이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가는 것일까? 틀렸다. 대기업을 성공의 비전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두려워하며 맞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그나마 있는 스타트업도 최대한 실패 할 일 없는 카피 제품을 만들거나 투자도 그 쪽에 몰려있다. 대기업들은 경쟁 업체가 생기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고, 견제부터 하려 든다. 당연히 스타트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국에서도 성공한 스타트업은 존재한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카카오'나 대표 소셜커머스 '쿠팡', 애니팡으로 대박을 터뜨린 '선데이토즈' 등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가 주목할 뿐 사라져간 스타트업에 대한 분석이나 고민은 매우 적다.

그럴 바엔 실패 할 일없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대기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악순환이 국가 경쟁력에 있어 과연 좋은 것이냐고 되묻는 것이다. 미국은 정책까지 뜯어 고쳐 더 많은 스타트업을 키우고 더 많은 고급 인재를 포섭하려 움직이고 있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힘을 쏟는다는 뜻이다.

한국도 정책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을 존중하고 실패를 위로할 수 있는 비옥한 환경이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은 기업 중심이 아닌 인재 중심으로, 실패한 스타트업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살려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거나 또 다른 기업에서 활동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는 어떤가? 성공한 기업에 들어간 사람이 곧 우수한 인재다. 이런 기업 중심의 환경에서 누굴 존중하고 인정해줄 수 있을까?

'매년 얼마를 벤처에 투자하겠다', '지원금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도전하려고 하는 청년들은 적고, 그 지원금은 또 실패의 상징으로 굳어질 것이다. 단순히 얼마를 사용한다에 한정하는 한국의 정책과 구조의 확장으로 자연스런 투자를 이끌어 내려는 미국의 정책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스타트업은 국가의 미래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늘어야 한국을 향한 글로벌 투자 유치가 늘어날 것이다. 그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 원인이 대체 무엇일까?

하버드에 진학한 것이 집안 경사라고 하자. 그 하버드 생은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척박한 한국보다 비옥한 미국을 선택할 것이고, 그는 미국인이 될 것이며, 우린 인재를 잃는 것이다. 국가의 악재다. 하지만 누가 그를 욕할 수 있을까? 단지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의 새로운 이민법을 바라보며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두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신 해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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