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성매매 종사자들의 ‘비범죄화’ 추진 안건 논쟁
자발적 성매매 종사자들의 ‘비범죄화’ 추진 안건 논쟁
  • 문세영 기자
  • 승인 2013.06.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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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②] 성매매특별법과 성적자기결정권 – 현행법과 개정안 실효성 공방

대한민국은 성(性)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성’을 거쳐 권력의 단면을 드러낸다. 그래야 남자고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 일쑤다. 성에 탐닉하는 중독증은 계층·지역·세대 등을 막론하고 무한 질주 중이다. “거기 갔어? 좋은 데 갔지”라는 말로 음흉한 눈빛을 교환하는 사람들…. 혹자는 돈을 주고 성을 사는 것은 재력과 권력을 뻐기는 천박한 것이라고, 다른 이들은 성매매 여성을 향해 “좋아서 나온 거 아니야”라고 책임을 되돌린다. 자신의 관점에서 성매매 문제를 본 탓이다. <에브리뉴스>는 성매매 기획(총 3회)을 통해 성매매와 성적자기결정권 문제를 집중 해부한다. “성매매 여성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어떨까.” 문제제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편집자주>

[에브리뉴스
=문세영 기자] 지난 20009월 성매매 업소 집결지였던 군산 대명동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5명이 업소 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2년에는 개복동에서 유사 화재로 무려 14명의 성매매 종사자가 또 다시 사망했다. 이 사건들은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화재조차 피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묶여 있음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20017월 미국 국무부가 조사한 인신매매보고서에서 한국이 최하위인 3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성매매 여성의 인권 회복을 위해 성매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여권신장 운동이 발발하기 시작했다. 

이에 20043'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 '피해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같은 해 923일부터 이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 지난 3월 31일 용산소방서가 노후한 건물이 많은 성매매집결지 용산구 한강로 일대에서 화재예방 훈련을 실시했다. @Newsis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성판매자와 성구매자로 보는 구도를 깨고, 성매매 알선자까지 포함시켜 삼자구도를 형성, 중간착취자까지 처벌하는 방편으로 작용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을 억압하는 을 없애 사회복귀를 돕는 채권 무효조항을 강화했고 강압에 의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게 된 피해자는 형사처벌에서 제외토록 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 9년이 흐른 지금, 성산업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으며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이를 피하는 방법도 진화해 탈매춘을 장려한다는 성매매특별법이 오히려 성매매의 지능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측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가 법적 처벌로부터 제외된다는 법적명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성산업 종사자들은 법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경우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모든 성판매자들을 '비범죄자'의 범주 안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김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금전적 어려움 때문에 성매매를 하는 여성도 피해자로 간주,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명은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일괄 처벌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성착취반대 및 성매매여성비범죄화공동추진위원회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성매매 방지팀'이 민주당과 함께 마련한 이번 개정안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규정에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성매매 개념을 '거래'에서 '성 착취'로 전환하면서 성 매수자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는 한편, 매수 대상이 되는 여성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자발적 성매매' 여성이 쉽게 돈 버는 일을 택했다는 점에서 옹호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신체가 온전한 젊은 여성이 이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2013년 성매매방지법 전면 개정안공청회에서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자신의 인격과 인권을 돈 때문에 파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자발적인 성매매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 성매매 여성을 모두 피해자의 범주 안에서 재고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에브리뉴스>의 지난 성매매업소 현장취재에 따르면 성매매 종사자들은 스스로를 자발적 성매매자로 칭하며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산업 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성산업에 입문해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자발적이라는 용어를 부인하고 성매매를 노동이 아닌 인격파괴라고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현행법뿐 아니라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도 의구심이 든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과 세미나실에서 ‘2013 성매매방지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Newsis
자발적이라는 용어는 차치하더라도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래 성산업이 갈수록 문란해지고 성매매 종사자들도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번 개정안이 성매매 피해 여성을 오히려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판매자를 비범죄화하는 것은 여성들의 성산업 종사를 인정하는 꼴이 돼 안일한 생각으로 성매매 업소에 뛰어드는 여성이 증가하고 그 만큼 피해 여성들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진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을수록, 인신매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번 개정안이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성매매 종사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성산업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성매매 규모 역시 증가할 확률이 높다. ‘규모의 경제효과 이론에 따르면 성매매 시장이 확대되면 인신매매 등의 범죄율도 증가한다.  

결국 이번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으로 발생한 논쟁의 요지는 성판매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성판매자의 처벌을 금하는 방향으로 가는가, 아니면 형평성과 성매매 산업 증가를 우려해 지금의 현행법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제3의 방안을 마련하는 가다.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이선미 활동가는 <에브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산업 관련종사자들의 범위를 확장해 유사성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직업까지 포괄할 경우 노래방도우미 성폭력 상담이 종종 있는 편"이라며 대체로 상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성의 성을 사길 원해 폭행부터 강간까지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 성매매 종사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성을 구매하는 사람을 처벌해야지 성을 파는 여성을 처벌해선 안 된다""상당수의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산업에 유입되는 경로는 그들의 경제적 빈곤 때문이므로 그들을 처벌하는 것은 잔혹한 처사"이며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한다고 해서 성산업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처지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성매매 접대문화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성행한 것은 물론 군사정권 때는 정부 주도 하에 성매매와 유흥을 담당하는 건물을 짓기도 했다. 매춘은 인류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직업이라 칭해지기까지 한다. 따라서 이 활동가의 주장처럼 성매매 산업을 전면 근절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적 대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성매매 근절보다는 성산업 관련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문제는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이 대책 방안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모든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 했을 때 성산업 피해자가 감소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성매매 종사자들을 증가시켜 인권 사각지대의 피해자 발생 빈도를 높일 것인가, 성매매특별법 개정안의 통과 혹은 폐기, 그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의 인권을 위해 보다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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