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은 영토선? 해상분계선? 우리안의 ‘경계선’
NLL은 영토선? 해상분계선? 우리안의 ‘경계선’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6.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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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재조명]與野, NLL 본질 제쳐두고 비본질적 정쟁에 골몰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2월 13일 적의 추가도발에 대비하고 서해와 NLL 사수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해 NLL 인근해상에서 한국형 구축함인 양만춘함을 비롯해 호위함, 초계함 등이 참가하는 해상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난 1952년 9월 27일 유엔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웨인 클라크에 의해 발표된 일명 ‘클라크 라인(Line)’에서 시작.

1년 뒤인 53년 8월 30일 클라크 총사령관이 남북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목적으로 38선 이남인  남한 서해 5도와 북한 황해도 해상 사이에 설정한 경계선. 2013년 상반기 정치권 이슈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NLL(서해 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이다.

블랙홀인 ‘NLL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을(乙) 법안 등이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만큼 폭발력 있는, 휘발유성 의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언록을 단독 열람한 새누리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을 고리로 민주당을 겨냥,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압박했고, 이에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물타기 하기 위한 꼼수”라고 맞받아쳤다.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문제가 여당과 야당이, 보수와 진보가, ‘죽느냐 사느냐’의 치킨게임을 벌어야 하는 일일까. 문제제기는 이 지점부터다. 왜, NLL 자체가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해석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NLL, 도대체 너는 누구냐

NLL의 통상적인 명칭은 ‘서해 북방한계선’이다. 영토선 혹은 해상 군사경계선이라고 공식 지정된 바는 없다. 일종의 해상경계선 성격을 지닌다.

유엔연합군과 북한이 한국 전쟁의 정전협정을 맺은 5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군사분계선이 합의된 것과는 달리, 해상경계선을 놓고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유엔연합군은 연안수역 범위를 놓고 3해리를 주장한 반면 북한은 12해리로 맞섰다. 당시 해상경계선이 명확한 합의 없이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는 유엔 사령관 통제하에 둔다고 했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연합군과 북한 간 해상경계선 합의는 실패한 셈이다.

1년 뒤인 53년 8월 클라크 총사령관은 ‘일방적으로’ 해상 경계선을 설정했다.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에 반대하면서 남북 간 충돌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유엔은 남한 서해5도와 북한 황해도 사이 해상에 NLL을 설정했다. 쉽게 말해 서해 5도와 북한의 옹진반도를 양분한 것이다.

여기서 NLL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난다. 유엔은 우리 정부 측에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북한에는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북한이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다만 북한은 유엔의 NLL 설정 이후 20년이 지난 1973년까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 측과 유엔이 NLL을 ‘사실상’ 해상분계선으로 인식한 이유다.

그러던 북한이 73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황해도’와 ‘경기도’의 연장선에 있는 이북 수역은 북한 해역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우리 측에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엄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NLL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

소련의 붕괴로 냉천체제의 종말을  고한 1991년 9월, 남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남북은 같은 해 12월 13일(정식 효력은 92년 2월 18일)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남북은 부속합의서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에 NLL이 포함되는지는 해석 논쟁이 불가피하다.

YS정부 때는 與野 입장 ‘정반대’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청계광장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쪽으로 나뉘어 각각 진보 단체와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고 있다.@뉴시스

NLL은 여전히 협의가 ‘진행 중’인, 그리고 ‘협의해야 하는’ 경계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밝혀진 사실 하나는 NLL은 영토도 군사분계선도 아니며 합의된 해상경계선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일 뿐이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1974년 1월 1일자 미국 CIA 문서에는 NLL이 65년 1월 14일 해군사령관(유엔군사령부의 해군구성군사령관)에 의해 설치됐고, 정전협정 체결 당시 NLL이 설정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주류 역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NLL의 실체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NLL을 경계선으로 인정하더라도 남북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유엔은 NLL과 관련,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군사력을 분리하는 데 기여해 온 실제적인 경계선”이라는 입장을 견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을 시작으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등 잇따라 NLL 무력화 시도에 나섰지만, DJ 정부 등은 “현재 NLL은 준수돼야 한다”며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정치권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NLL을 놓고 All or nothing 게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첨예한 논란이 되는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이다. NLL 포기 발언이 아니다. 포기 ‘취지’ 발언이다.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재임 시절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 말은 NLL 포기 취지 발언인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헌법에 근거(제3조)하면, NLL은 영토가 아니다. 헌법에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NLL이 영토선이 될 수는 없는 셈이다.

NLL을 ‘군사분계선 혹은 영토선’이라고 인식하는 보수진영에선 이를 주권과 동일시하고 진보진영에선 NLL이 군사분계선이 아닌 만큼 “NLL 지역을 평화지대로 선포하고 공동어로수역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무엇이 사회총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인가. 가치 판단의 차이다.

YS정부 때인 96년 7월 16일 이양호 국방장관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NLL은 정전협정과 무관하게 공해상에 그은 선으로, 군사분계선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만큼 NLL의 논거는 가치판단, 진영논리에 갇힐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LL 논란은 현재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국정원 사태 등의 이슈를 모두 삼키고 있다. 당사자인 북한과의 대화 없이는 결론이 날 수 없는 의제를 두고 남한의 보수와 진보가 죽을 각오로 싸우고 있는 셈이다. NLL을 둘러싼 논란의 실체는 우리 안의 보혁,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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