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열풍에 담긴 불편한 진실
‘진짜사나이’ 열풍에 담긴 불편한 진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02 15: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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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평]예능 신세계 연 ‘진짜사나이’…‘진짜와 그냥’ 사나이 경계

▲ MBC 일밤-진짜사나이 출연진@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가히 폭발적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열광하고 있다. 스타 없는 예능도 성공할 수 있다는 방송계의 신(新) 패러다임을 창조했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말이 나온다. ‘리얼 병영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MBC 일밤 <진짜사나이> 얘기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20분에 방영되는 <진짜사나이>는 배우 김수로와 장혁·류수영, 코미디언 출신 방송인 서경석, 가수 손진영, 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이전 멤버 엠블랙의 미르), 호주인 코미디언 샘 해밍턴 등이 병영을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지난 4월 14일 첫 방송을 탔다.

<진짜사나이>는 기존 예능에서 간간이 보여줬던 ‘단순 병영체험’에서 벗어나 육군훈련소 입소부터 자대배치, 유격, 화생방 등 일반 병사와 같은 수준으로 군사훈련을 받는다. 프로그램 성격상 관찰카메라를 동원,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되짚으며 웃음과 눈물, 감동 등의 복합적 감정을 시청자에게 선물한다.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20분만 되면, <다음> <네이버> 등 각종 포털 사이트에 <진짜사나이>를 비롯해 장혁, 샘해밍턴, 류수영 등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폭발적 인기는 시청률에서도 증명됐다. 지난달 23일(1216회) 시청률은 15.9%(TNmS 기준). 예능 1위(종합 4위)다. 앞서 <진짜사나이>는 지난 4월 14일 12.4%를 시작으로, 5월 6일 12.8%로 안정궤도에 오른 뒤 6월 들어서도 ‘12.5%→13.0%→12.8%→15.9%→13.6%’ 등을 기록, 예능 강자로 급부상했다.

대다수 언론은 <진짜사나이>의 인기 요인으로 ‘리얼’을 꼽았다. 이전 연예인의 신변잡기에 치우친 다수 예능과는 달리, <진짜사나이>는 “똑똑한 이가 가도 이등병 때는 바보가 된다”는 군대에서 그야말로 ‘구멍’ 병사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예인과 비(非) 연예인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시청자들은 예상치 못한 연예인들의 잇따른 실수에 폭소하며 웃음코드를 재발견했고, 이들의 ‘생고생’에 진한 감동을 느끼면서 새로운 소통창구를 발견했다.

여기에 신자유주의 이후 만연된 남성의 박탈감 등이 맞물려 시대가 남성성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사회코드로 자리 잡은 ‘아버지’를 시작으로,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군대’의 공통점은 ‘보상 없는 고생’이다.

한마디로 분단체제가 낳은 사생아인 ‘한국식 군대’에서 ‘남성’ 연예인들이 고생을 자청하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희로애락, 즉 인생 자체를 맛본다는 얘기다. 나의 아버지가, 나의 형과 동생이, 나의 오빠나 남자친구가 경험한 흔한 일상을 말이다.

<진짜사나이> 웃음 코드 뒤에 숨겨진 ‘남성군사주의’

한때 KBS <개그콘서트>에서 이런 말이 유행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덧붙여 예능도 예능일 뿐 오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나는 나는 진짜 사나이 / 군대 갔다 온 진짜 사나이/ 군대 안 가면 그냥 사나이 / 그래서 우리는 진짜 사나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가수 손진영이 만든 신(新) 군가다. 가사 말이나 음이 흥겹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비(非)연예인 병사도 이동 간에 이 군가를 부르면서 흥에 겨워한다. 일종의 자기만족이자 보상심리다. “나는 사나이 중 ‘군대 갔다 온’ 진짜 사나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의 실수 등을 통한 웃음코드 뒤에 감춰진 ‘남성주의 군사문화’는 다소 불편하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는 거지”라는 상명하복 문화가 만연된 한국 사회에 군대의 서열구조와 명령체계 등이 침투할까 우려스럽다.

남성주의나 군사주의, 유교문화 등의 가치질서는 은연중에, 아주 천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든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남성과 여성을 가르고, 남성 중에서도 ‘진짜 사나이와 가짜 사나이’를 구분 짓는, 그것도 그 기준이 군대라니, 당혹스럽다.

남성 VS 여성, 군필자 VS 미필자 등의 이분법적 사고, 그 자체가 남성주의 문화의 단면이다. 만일 <진짜사나이>를 보고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폭력을 수반하는 군사주의 문화에 익숙해졌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군사주의 문화는 은폐된 가운데 우리 일상을 지배한다. 그리고는 폭력성을 수반한 남성주의 문화를 미화한다.

<진짜사나이> 중 ‘유격훈련’을 주제로 한 방송에서 한 조교가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샘 해밍턴에게 말했다. “가족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더 강한 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게 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대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후 민주화 시대에도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들을 수렴하는 데 실패했다. 사회 내 복수의 의견이 성립될 수 있는 집단가치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다원화된 담론을 수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가 이 같은 획일적 문화에 기인한다면, 과장된 말일까. <진짜사나이>를 보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웃음 뒤에 숨겨진 이런 문화에 민감하게, 깨어있는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래야 “남자니까, 남자 자식이…”이라는 구체제에서 파생된 말이 종말을 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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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뺨치네 2013-07-02 21:57:49
선전, 선동하지 마시고 전쟁터 종군기자로 한번 다녀와보시고 글 다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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