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SNS 파문’과 언론·팬의 과민반응
기성용 ‘SNS 파문’과 언론·팬의 과민반응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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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평]축구협, 기성용 파문에 ‘경고’…하지만 끝나지 않은 ‘시시비비’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에 소속된 기성용이 전지훈련을 위해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영국으로 출국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 파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축구선수 기성용(스완지 시티 AFC 소속)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가 기성용의 ‘비밀 페이스북’ 내용을 폭로하면서 점화된 이번 사건은 이후 대한축구협회의 ‘경고’ 조치와 신임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협회의 경고 조치와 기성용의 선발 원칙은 별개”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성용을 바라보는 언론과 팬심은 ‘싸늘’ 그 자체다.

모 언론은 기성용에 대한 축구협회의 ‘경고’ 조치를 두고 “한국 축구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전했고, 팬들 역시 “자리는 한정적이고 사람은 많다. 자질이 없고 팀을 와해시키는 선수는 선수가 아니(무풍XX)”라고 일침을 놓았다.

사건의 핵심은 이렇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국내파와 해외파 간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와중에 기성용이 지난달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고 남겼다.

논란이 일자 기성용은 “교회 설교의 일부였다고 했다”고 해명했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 명단에서 빠진 터라 최강희 감독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기성용 논란, 선수 멘탈 문제? ‘집단주의 문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낸 뒤 감독직에서 물러난 최 감독은 지난 3일 모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용을 겨냥, “용기가 있으면 찾아와야지. 그런 짓은 비겁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잠복했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국내파와 해외파 간 갈등설이 재점화됐다. 다음 날인 지난 4일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는 기성용이 비밀 페이스북에 최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고 폭로했다.

그는 <SNS 논란, 해프닝 아닌 심각한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기성용이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으로 뽑아줘서”, “이제 모든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다 다친다” 등의 내용을 썼다고 전했다.

논란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기성용은 버릇없는 선수로 전락해버렸다. 일부 누리꾼은 그를 “역대 최강의 멘탈 쓰레기”라고 비판했고 혹자는 ‘국가대표팀 퇴출’, ‘영구제명’을 주장했다.

일단 SNS가 ‘사적 도구냐 공적 도구냐’ 혹은 ‘축구선수는 공인인가 아닌가’ 등의 해석 논쟁이 되는 사안은 잠시 미뤄두자. SNS는 사적과 공적 영역의 경계에 있지,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 게다가 기성용의 페이스북은 ‘비밀 계정’이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풋내기 선수가 감히 감독에게”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기성용의 페이스북 글은 ‘월권행위’다. 감독과 선수, 선배와 후배의 상하 복종문화에서 한참 벗어난 ‘일탈행위’에 가깝다.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는 왜 없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가대표에게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을 강조해왔다. 한·일전 때마다 그들은 앵무새처럼 말하지 않나. “죽을 각오로 뛰겠다”고.

이 같은 도덕성과 애국심은 한국 특유의 조직주의나 집단주의를 타고 사회 전반에 뿌리내렸다. 최 감독에 대한 비난 글 하나로 ‘퇴출’ 운운하며 수천 개의 댓글을 다는 것은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의 발로인가. 그렇지 않다.

도덕성과 애국심, 집단주의 문화 등은 인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동조과잉’은 이번 사태와 같이 집단적 광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 광기는 여전히 우리의 집단적 기억을 조작하고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기성용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그가 발언을 전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다. 그냥 “기성용 실망이야. 바보 같은 말을 했구나” 정도로 끝나면 되는 것이지, 집단 광기를 뒤로 숨긴 채 비난 댓글을 내뿜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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