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이 간이침대에 실린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도착, 오후께 구속 영장이 발부되자 국제중 사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또 다시 증폭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학교 측도 학부모들도 아니다. 국제중 학생들이야말로 입학 절차부터 재학·졸업하는 순간까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신세가 됐다.
국제중은 입학생 선정 과정에서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입학성적조작을 명목으로 뒷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상당 금액의 현금을 챙기고 학부모들은 자녀를 입학시킨다는 그들만의 윈윈 게임이다.
하지만 정작 입학 당사자인 학생들에게도 윈으로 작용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불순한 과정으로 입학했다는 오명이 국제중 학생들 전원에게 뒤덮인 상황이다.
부당입학 뒤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 역시 온전히 학생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본인의 실력보다는 부모의 재력에 힘입어 입학한 학생의 경우 쟁쟁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지 모른다. 또 돈으로 진학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은 악습을 또 다시 전달하는 성인으로 자랄 확률도 높다.
재학 중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당 입학한 학생뿐이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지원·합격한 학생들 역시 물질적·정신적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일반중학교로 전학을 간다. 전학 후 생긴 공석을 채우는 몫은 다시 재력가 혹은 권력가의 자녀들에게 돌아간다.
졸업 후에는 국제중 출신 학생의 상당수가 특목고에 진학한다. 특목고의 진학 경로가 학생의 영특함보다는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결정되는 비율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부모의 형편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자신의 앞길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학습한 어린 학생들이 성장한 이후의 세상은 재력이 곧 혜택이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논리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영리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이 지금보다도 더욱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영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시스템은 결국 국가적 손실로도 작용한다.
국제중 비리관련자들의 탐욕,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다. 국제중의 존폐여부가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제중을 존속시킬지 폐지할 것인지의 여부가 국제중 사태의 핵심은 아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죄가 없다. 그 아이가 금수저로 혼자 쌀밥을 독식할 것인가의 여부는 아이를 교육하는 부모와 학교의 책임이다.
재력가들에게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한 부를 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베풀라는 의미가 아니다. 금을 가진 자는 자신의 부를 즐길 권리가 있다. 단 갖지 못한 사람들이 획득한 기회까지 박탈하고 재력을 이용해 탈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력이 있으면 좋은 집을 사고 좋은 차를 사면 된다. 경제적 사배자 학생의 입학 가능성을 빼앗거나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처럼 타인의 목숨을 조종하는 방법에 부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국제중의 존폐여부를 논한다면 국제중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제중을 존속시키고 학생들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배경이 아닌 학생 스스로의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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