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압수수색 논란에서 본 보수의 ‘反자유주의’
이석기 압수수색 논란에서 본 보수의 ‘反자유주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8.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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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재구성②]종북세력은 무조건 잡고 보자?…그들의 폭력성 실체

▲ 29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정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과 공안탄압 규탄 및 대책위 발족 대표자회의 및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이정희 대표가 참석해 발언 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로 통진당, 진보연대, 민노총, 사회동향연구소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받는 걸 보니 역시 이런 조직들이 반국가이며 반사회단체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 잡아들이세요. 수원 지검 공안부 검사님 파이팅.”

보수논객인 정미홍 <더코칭그룹대표>가 28일 33년 만에 부활한 내란음모죄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범보수진영(보수와 극우 포함)인사들과 보수성향 트위터리안들은 정 대표의 글을 리트윗하며 통합진보당을 향해 ‘체제 전복’, ‘내란음모’, ‘공산주의’ 등의 표현을 써가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기득권 세력이 운동권 탄압에 주로 쓴 ‘용공분자’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정치권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까지 ‘용공분자’들이 침투해 암약을 해온 사실을 깊이 반성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용공 불순세력들을 즉각 국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목요상 대한민국헌정회장의 발언이다.

대한민국헌정회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통합진보당이 이번 사태를 ‘용공조작’ 운운하며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가로막은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통합진보당의 문서 파쇄 행위 등은 증거인멸이자 수사방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대한민국상이군경회’ 회원 3명 등 보수단체 회원은 이날 오전 통합진보당 중앙당사에 난입, ‘백색테러’를 자행했다. 이 회원들은 20대 여성당직자를 향해 의자를 집어던지고 유리현관문을 파손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여성 당직자가 얼굴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범보수진영 논객도 총출동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공안당국이 이 의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핵무기와 남한의 종북세력을 ‘제거’하는 길이 통일의 길”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종북세력을 ‘처단’하는 길이 정의를 세우는 길”이라고 종북세력의 ‘처단’과 ‘제거’를 촉구했다.

<시스템클럽>을 운영 중인 지만원 박사는 같은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이란 제목의 글에서 “수상한 자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해 국정원에 넘겨야 할 것”이라며 “지금 빨갱이들이 노는 인터넷 공간에 가시면 자기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커밍아웃하는 빨갱이들을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우리는 보통 상식을 가진 생활인이다” 울분 토로

범보수진영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진보진영 내 종북세력이 꽤 있다.→북한과 연계한 의심이 드는 이들의 목표는 적화통일, 즉 대한민국 체제전복이다.→공안당국은 이들을 모조리 잡아야 한다.→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들과의 공존을 거부한다.’

그들은 말한다. 일단 종북세력을 잡아들여야 한다. 또한 ‘처단’과 ‘제거’의 당위성을 설파한다. 결론은 민주주의 체제하에선 이들과 ‘공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빨갱이’는 우리의 주적이며 이들의 처단은 체제유지를 위해 응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Newsis

여기에 보수언론도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 추측성 기사를 남발했다.

<조선일보> “이석기 의원, 총기 마련해 국가시설 파괴 모의”, <중앙일보> “애국가 거부 이석기, 적기가는 불렀다”, <동아일보> “이석기, 통신-철도-가스시설 파괴 모의” 등의 제하의 기사를 통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 “내란음모죄’의 부활”, <경향신문> “국정원, 진보당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 등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종편은 한발 더 나아가 저마다 <단독기사>를 붙이며 ‘경마장식’ 보도에 열을 올렸다.

<TV조선>은 국정원의 ‘이석기 압수수색’ 관련 보도를 5번의 뉴스특보를 통해 내보냈고, <채널A>는 전날(28일) 오전 뉴스특보에서 ‘단독보도’라며 “이 의원이 변장한 채 도주했다”고 전해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확인되지 않은 검찰발 발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사실상 ‘피의사실공표죄’는 무력화됐고, 이 과정에서 ‘통신시설 타격’, ‘지하조직 통해 습격 준비’, ‘변장, 도주’ 등의 살이 덧붙여지면서 한편의 판타지 영화의 시나리오가 완성돼 가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이 의원과 이정희 대표가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이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부정경선 논란에 휩싸이면서 ‘북한의 지하조직’ 의혹을 받은 터라 ‘이석기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주요 시나리오로 한 드라마는 국민들 시선끌기에 충분했다.

이에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에 강하게 반발하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정희 대표와 이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이번 사건을 “촛불을 꺼뜨리려는 공안탄압”으로 규정한 뒤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진보당 당원들도 보통의 상식을 가진 생활인이며 부모이고 아들딸이다.” ‘통신·유류시설 파괴’ ‘무기저장소 습격’ ‘총기 준비’ ‘인명살상계획 수립’ 등 자극적인 말이 난무하는 현 사태를 바라보는 통합진보당 관계자의 말이다.

이 대표는 “진보당이 얻고자 노력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이지 총 몇 자루가 아니라는 것, 당연한 말을 되풀이해야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범보수진영의 이 같은 행태를 “반(反)자유주의”로 규정했다.

한국 범보수진영의 사상이 ‘극우·냉전·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힌 반쪽짜리 자유주의라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이 ‘좌경용공분자’ 딱지를 운동권 학생들에게 붙인 이유도 이런 원인과 무관치 않다.

남북대치라는 특수한 정치환경 탓에 오염된 ‘자유주의’ 용어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자나 민주주의자, 공산주의자, 사회민주주의자 등 ‘모든 주의자’들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혁명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1870~1919)는 이 같은 말을 남겼다. “나의 정치적 자유는 곧 나의 반대파의 정치적 자유다.” 진영논리로 패권성만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한국의 ‘보수-진보’ 진영에 꼭 들어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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