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살아남은 아이>“국민 모두 국가폭력에 암묵적 동의”
형제복지원<살아남은 아이>“국민 모두 국가폭력에 암묵적 동의”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4.0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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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선 “피해자 코스프레는 그만! 적극적으로 인권 찾으려는 노력 필요해”
▲ (왼쪽부터) 배우 김의성 씨,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 전규찬 언론시민연대대표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Everynew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이왕 마음을 먹었다면 생각은 짧게 행동은 실천에 옮겨라!” 형제복지원 피해자이자 저자인 한종선 씨가 책을 집필하던 초기에 도움이 됐다는 좌우명을 언급했다.

지난 3일 오후 7시, 북스리브로 홍대점에서 배우 김의성 씨의 사회로 진행된 ‘<살아남은 아이> 저자와의 만남’에서 저자 한종선 씨가 희대의 인권유린이 만행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고 독자와의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2년 11월 발간된 책 <살아남은 아이>는 전규찬 언론시민연대 대표가 국회 앞 1인 시위에 나선 한종선 씨에게 ‘글쓰기’를 제안한 것이 시작이 됐다. 최근에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형제복지원 사건이 조명을 받으면서 다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전 대표는 당시 마주하기 싫은 낯설고 불편한 존재 ‘한종선’을 처음 만났을 때에 대해 “(종선에게서) 희망을 찾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운을 떼며 “이 친구와 나의 의지가 모여 운동가적 연대가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피해자로 상대에게 손을 벌리기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결해나가는 그의 의지에 대해 놀랐다는 얘기다.

▲ 독자 요청에 한종선 씨가 자신의 책 <살아남은 아이>에 메모와 사인을 남겼다.@Everynews

반면 한 씨는 당시 글을 쓰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쓰는 과정이 괴로웠고, 다시 읽고 검수하는 과정에서 기억은 또다시 살아나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마음먹은 행동은 실천으로 빠르게 옮기자는 의지와 함께 전 대표와 문주 출판사 등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책이 출판될 수 있었다.

이날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해결방법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사회를 맡은 배우 김의성 씨는 “TV, 언론 등 매체에서 한번 다루고 나면 이 문제의 본질에 정면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비난의 대상을 만들고, 자극적인 고생담만 확산 된다”며 “이후에는 흥분한 여론이 잠잠해지며 해산하는 수순을 밟는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책 부제인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와 관련, “암묵적으로 국가 폭력에 동의할 수 있는 의식적 주체인 우리들 모두가 같은 책임을 가지고 있다”며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말하고 싶지 않고, 모른 체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드러내 공범의식과 죄책감을 관통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씨는 “우선, 사람이라면 자기가 가져야 할 권리를 스스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책을 쓰기 전에 사람-괴물-사람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매체와 여론에 의존하기 이전에 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임을 스스로 인식해야한다는 말이다.

이어 “‘나 혼자서 가능할까?’라는 피해망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비록 혼자지만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며 “나 한사람의 목소리가 파장을 울리고,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생각과 실천이 동반돼야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역사는 밑바닥에서부터 꿈틀대는 작은 움직임이 모였을 때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 지난 3일 저녁 7시, 북스리브로 홍대점에서 배우 김의성 씨의 사회로 ‘<살아남은 아이> 저자와의 만남’이 진행됐다.@Everynews

자신을 평범한 주부라고 소개한 독자가 “저처럼 평범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냐”는 물음에, 한 씨는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보여주면 된다”고 답변했다. 주부모임 등 일상생활에서도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리려는 작은 실천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독자 김나연 씨(21)는 “오늘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사건을 마음으로만 분노할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한 행동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사건은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25일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및 여야의원 54명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형제복지원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산하에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 2년간 설치 ▲조사와 관련된 동행명령 가능 ▲청문회 실시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및 생활·의료지원 ▲시민 기금 모금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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