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국회 앞 ‘세월호 유가족’이 대한민국의 현실
제헌절, 국회 앞 ‘세월호 유가족’이 대한민국의 현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07.17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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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재조명] 우리가 제헌절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세월호 특별법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지나 본청을 나서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문장은 1948년 7월 12일 제정되고, 17일 공포된 ‘대한민국헌법’ 제1조다.

들어는 봤지만 인정은 하지 않는 엇박자 속에서 ‘기념은 하지만 기억은 하지 못하는 그날’이 바로 제헌절이다. 헌법에선 주권(主權)이 국민에게 있다고 하지만 세상의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그 순간 국민은 철저히 배재돼 있다.

‘선거권을 가진 국민들이 대표로 뽑았으니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단단히 빠진 사람들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들에게 열심히 일하라고 ‘대표성’을 준 것이지 마음대로 휘두를 권력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하라는 국가의 말이 헛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선거 행위 자체만으로 주권이 부여될 수는 없어서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불공정하다. 성(性), 종교, 세대, 지역, 이념 등 각종 다른 점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대한민국은 어지럽다. 어디서도 헌법이 부여하는 권리는 지켜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로 총체적 난맥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제자를 잃은 교사, 친구를 잃은 학생들 어느 누구에게도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과 권리는 없다. 그저 감시하고 지켜볼 뿐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지만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자식이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고, 살아남은 학생들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친구들이 왜 이렇게 죽었어야 했는지 묻기 위해 이틀밤을 꼬박 걸어왔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 답이 없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칭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 호는 그 조차 지키지 않았다. 이후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등의 용어가 등장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관련 공무원들은 무능함에 시달렸다. 해양 경찰은 신속한 구조를 하지 못했고, 경찰은 보호라는 말로 유가족을 미행했으며, 각종 지식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마디씩 거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과격하게 얘기하면 박근혜 정부 하 많은 공무원들이 헌법을 위반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자신들의 헌법 위반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정부를 향한 비판에는 사소한 것도 일일이 대응하는 꼼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한 교사들 284명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이유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 자체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헌법 위에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제헌절을 기억해야하는 이유다. 제헌절이 공휴일이든 그렇지 않든 그보다 중요한 건 그날을 왜 기념해야 하는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이유를 알고, 찾아내는 것이다.

▲ (왼쪽부터)1968년 제20주년 제헌절 기념식과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6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경축사를 하는 모습.@Newsis

여야(與野), 각자 셈법 맞춰 ‘헌법수호’ 의지

제헌절을 맞아 여야가 각자 내놓은 헌법수호에서도 이견은 보였다. 정부여당은 헌법정신을 훼손하려는 일부 세력에 대한 비판을, 대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헌법 위반을 지적하며 헌법수호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 촉구에 나섰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헌법은 국민의 합의이자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인데, 최근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위협하는 움직임들이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어떤 경우에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의 가치가 폄하되거나 또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언급하며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 가치들이 지금 현 시점에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면 무겁기만 하다"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정의당 박원석 공동대변인도 이 같은 측면에서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금 되새긴다"며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계는 빠르게 7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특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 국민과 유가족의 정당하고 뜨거운 열망을 옥죄고 가두려 하고 있다"며 "국민과 유가족의 뜻이 오롯이 반영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다시 한 번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는 국회희사당 중앙홀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관 하에 제66주년 제헌절 경축식을 가졌다. 정 의장은 경축사에서 “의장으로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국회 개혁을 추진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일하는 국회, 국민이 신뢰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면서 여아에 세월호특별법과 김영란법 등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이날 열리기로 했던 KBS ‘열린음악회’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황을 감안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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