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발 ‘회장님 건재’ 기사, ‘단독’이 부끄러워
삼성발 ‘회장님 건재’ 기사, ‘단독’이 부끄러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11.10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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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부재 6개월, 삼성과 언론의 기묘한 공생 관계
▲ 9일 국내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이건희 회장 관련 기사들 (c)포털사이트 화면 갈무리

[에브리뉴스=김양균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간 삼성 측은 끊임없이 제기돼오던 건강이상설을 일축해왔다. 이런 가운데 9일 ‘이 회장이 하루 19시간 가까이 깨어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국내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한때 ‘이건희’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기사들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이 회장이 일평균 15~19시간 눈을 뜨고 있으며 휠체어에 앉아 병실을 이동, 깨어있는 시간도 늘어났다는 것.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 및 영상, 의학적 소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확인 결과,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안위를 묻는 문의가 있었고, 기사의 내용과 같은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삼성발 기사’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삼성 측은 기자가 요구한 증빙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의사소통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이 역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간 이 회장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인터넷과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돌았다. 추측성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이 회장이 입원한지 엿새 후 모 인터넷매체는 별세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삼성 측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일순 잠잠해졌다가 다시 루머가 고개를 드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또 이 회장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 20층 VIP 병동에는 소수의 의료진 외에는 외부인의 접근이 불허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언론은 사실상 삼성 측의 공식발표와 내부자의 목소리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의 언론 보도 행태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실제 9일 해당 기사를 단독으로 내건 모 신문의 홈페이지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이냐’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비평 전문매체인 <미디어오늘>의 민동기 편집국장은 삼성 기사의 오랜 관행을 지적했다. 기자가 최소한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삼성 측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민 국장은 “삼성 관계자를 통한 인용보도, 전언을 통한 보도는 문제가 있다. (이 회장의 건강이) 호전 되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인데, 부정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단독’으로 기사를 내보낼 필요가 있었나”라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현재 삼성그룹의 회장 역할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맡고 있다는 것은 삼성 안팎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SDS 상장은 5조원대로 추정되는 상속세 마련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도 예견되어 왔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춘 지 6개월. 그러나 삼성그룹에서 이 회장의 지배력은 아직 절대적이다. 이 부회장의 ‘아직은 부족한’ 영향력을 위해 삼성은 이 회장의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추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그리고 언론은 삼성의 바람을 충실히 도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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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14-11-17 02:45:4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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