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특집] 수능 끝, 세상의 쓴 맛을 봤다
[수능특집] 수능 끝, 세상의 쓴 맛을 봤다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1.1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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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서울살이, 생각보다 팍팍했다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우리사회에서 대학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본지 편집국은 ‘대학’이 과연 우리 삶에 얼마나 의미를 갖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편집자의 말

▲ ⓒ뉴시스

“알바를 하며 맛 본 사회생활은 아주 거지 같았죠”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송현아 씨(20·여·가명)는 지난 1년을 이렇게 기억했다. “영화관에서 팝콘 드리미를 하면서 서비스직은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어요.” 송 씨가 말하는 팝콘 드리미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담아주는 아르바이트다. 몇 번의 시도끝에 구한 알바라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시작했다. 평일은 ‘신입생’으로, 주말은 팝콘 드리미로의 생활이 시작됐다.

목포 토박이인 송 씨의 알바생활은 반말을 들으며 시작됐다. 그나마 불러줬던 이름도 점차 ‘야’로 통일돼 갔다. “어리면 반말을 해도 된다는 법이 있는 것 같았어요.” 영화관 점장과 손님들의 무차별적인 ‘반말 테러’에 상처 받은 송 씨는 결국 2개월만에 그곳을 그만 뒀다. 이후 브랜드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기 위해 수차례 면접을 봤지만 녹록지 않았다고. “취업도 아니고 알바인데 들어가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마음이 급하니까 결국 주차장 알바까지 하게 됐죠.”

주차장 알바는 고됐다. 평일은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주말은 오후 2시에서 11시까지. 송 씨는 꼿꼿하게 서서 90도로 인사를 해야했다. “하루종일 서 있으니까 다리는 퉁퉁 붓고,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창문을 반만 내리고 뭐라고 하는 어른들, 간혹 마주치는 제 또래 애들. 이렇게 마음고생하느니 차라리 덜 쓰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송 씨의 고된 알바는 결국 학교생활에도 지장을 줬다. 동기 및 선후배들과의 사교활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지쳐갔다.

그 대가는 고작 20만원. 공과금이나 교재비를 쓰는데 사용됐다. “또박 일주일동안 죽어라 일하는데, 생활이 안되는 ‘생활비’였어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해서 등록금을 받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수능 끝 자유 시작이라고 누가 그러던가요. 이건 지옥의 시작이었어요.”

송 씨는 다시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다닌다. 돈을 벌지 않으면 휴학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바가 힘들 때면 왜 서울까지 와서 학교를 다니나 싶어요. 대학 안나오면 뭐 먹고 살거냐고 하니까... 대학 생활을 하기도 전에 맛본 세상은 냉혹해요. 왜 알바비만 오르지 않는거죠?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에요.”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내년 시급은 5,580원이다. 현재 송 씨가 받고 있는 시급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은 알바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평균 1,024시간이 필요하다는 통계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 만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은 우골탑으로 불리는 등록금에 택도 안된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현재 시급 수준이 너무 낮아 학생들이 동시에 아르바이트를 여러개 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시급부터 올려야겠지만 이것은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등록금을 줄이거나, 장학금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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