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종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여론조사 100% 예정이던 1차 컷오프 투표를 여론조사 80%, 당원투표 20%로 바꿨다. 또 최종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따지기로 했다.
선관위-대선주자 힘싸움…간담회 불참, 정홍원 사의표명까지
역선택 방지 조항이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혹은 정권유지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들의 의견은 경선 결과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뜻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소위 ‘이기기 쉬운’ 후보자를 뽑아 당심을 흐트러뜨리는 걸 막기 위한 조항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국민의힘 선관위와 대선주자들의 갈등은 정홍원 선관위원장의 사의 표명까지 이어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5일 공정경선 서약식 및 간담회를 열었는데, 12명 후보 중 홍준표.유승민.하태경.안상수 후보가 불참했다. 경선 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했으나 이 대표가 만류했다. 정 위원장은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에 협력하고 따라야지, 그걸 다르지 않겠다는 (후보들의) 태도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조사서 ‘본선 경쟁력’ 따진다…“與후보와 겨룰 때 어떻게 나오느냐 볼 것”
결국 선관위는 1차 컷오프 투표 비율을 여론조사 80%, 당원투표 20%로 하는 절충안을 냈다.
1차 컷오프에서는 4명을 떨어뜨리고 8명이 2차 예비경선을 치른다. 예비경선은 다음달 8일 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로 진행되며 후보는 4명으로 압축된다.
본경선 투표에서는 당원 50%, 여론조사 50% 비율을 유지하는 한편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따지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여권의 유력한 후보와 우리 후보를 1대 1로 놨을 때 어떻게 나오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선룰 결정에...일각서는 “일시적 봉합” 분석도
일각에서는 이번 선관위의 결정이 후보 반발을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것뿐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본경선에서 후보들의 갈등만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에브리미디어 강준영 여론조사팀장은 “이번 결정은 후보들의 반발을 일시적으로 봉합하겠다는 수순이다. 국민의힘 경선룰로 보기에도 미흡하다”고 했다. 그는 “후보들 간의 유불리 셈법이 더 첨예하게 대립할 3차 경선에서는 오히려 후보들 간의 충돌 불씨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팀장은 “본선 경쟁력 여론조사 반영은 (여론조사 시의) 설문 방법과 반영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 그때 모든 후보들의 동의를 구하는 데에 난항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국민의힘 경선 룰은 후보들 간의 충돌이 있더라도 지도부와 선관위, 그리고 후보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완전히 결정해야 했다”고 봤다.
황교안 “보이콧은 당원 자세 아니야” 반발
실제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철회되면서 대선주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앞서 역선택 방지 조합의 도입을 피력했던 윤석열, 최재형 후보는 후에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 최종 결정을 이끌어내기가지 애써주신 정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도 SNS를 통해 “오늘 선관위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짧은 코멘트를 남겼다.
황교안 후보는 일부 후보들의 보이콧을 두고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 철회에 대해서는 “더 황당한 것은 집단행동의 명분이 결과적으로 ‘문빠들을 우리 당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소위 문빠는 여당 경선에도 그 허장성세에 비해 실체가 미미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불안정한 여론조사에서 미세한 외부 작용도 결과를 바뀔 수 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우리 지지층의 의사가 왜곡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선관위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들이 집단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있고, 어떤 후보는 대선에서 찍어주지도 않을 문빠들의 역선택에 기대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집단행동, 보이콧은 당원의 자세가 아니며 국민의 정권교체 여망을 수포로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곧 이 문제는 결론이 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경선룰 샅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의견개진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지금같은 일탈적 행태는 경선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니 정말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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