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보! 사랑해! 애들아! 사랑한다!
[칼럼] 여보! 사랑해! 애들아! 사랑한다!
  • 이수홍 수필가
  • 승인 2012.10.25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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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이수홍, Love&Like

[에브리뉴스=이수홍]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좋아합니다.” 라는 말은 많이 쓰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도 사랑합니다 라고 한다.

지금은 두 팔을 머리 위에 올려 하트모양을 만들면서 사랑한다는 표시를 하기도 한다. 나도 많이 쓰는 말과 제스처다. 미국 사람들은 Love와 Like 라는 말을 구별하여 쓴다.

내 고향 구례산동에서는 해마다 봄이 오면 <산수유 꽃 축제>가 열린다. 축제에 맞추어서 3월 23일 산동면 원촌초등학교23회 동창회를 했다. 여자 졸업생은 7명중 1명만 살아있는데 참석하지 않는다. 꿩 대신 닭인지 닭 대신 꿩인지 모르지만 부부동반으로 한다. 금년에는 남자 13명 여자 10명이 참석하여 아기자기하고 실속 있게 했다.

다음날 아침에 고향 후배 朴용덕이가 그의 형 용선이 차로 고로쇠 약수를 한통 가지고 왔다. 그들은 고인이 된 여자 동창생 기모의 동생들이다. 작년 동창회 때도 약수를 한통 가지고 와서 기모를 생각하면서 동창생들이 함께 마셨다.

금년에도 동창생들과 마셔야겠다고 했더니 전주로 가지고 가서 가족들과 마시라고 했다. 동창생들에게 들키지 않게 차 트렁크에 실었다. 나는 이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용덕이는 호남국토관리청 공사현장 감독관으로 있을 때 아주 친하게 지냈다. 술 마시고 노래도 많이 불렀다.

그는 서기관 국장으로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에다 헌집을 매입해서 별장을 만들었다. 맨드라미 차(茶)와 감 홍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고, 시와 수필을 쓰고 색소폰을 불면서 살고 있는 멋쟁이다. 지금도 나와 끈끈한 정을 갖고 살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재경 산동향우회에서는 3월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산수유 꽃 축제>에 버스 4대를 대절해서 참석했다. 이종동생 李기운이는 나를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사촌 동생 保鉉이와 큰 조카 準洙는 전화만 했다.

서울 泰碩형님은 그 버스를 타라고 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고 밤 열차로 내려오셨다. 내가 차를 가지고 구례구역 까지 가서 모시고 왔다. 형님은 동편에 보이는 산 노고단과 고리봉에 하얀 눈이 덮여있고, 만발한 산수유 꽃을 보고 많이 격앙된 모습이었다.

백제회관에서 오리주물럭 점심을 먹으면서 밥그릇 뚜껑도 열지 않고 소주1병에 산수유주 2병을 마셨다. 나는 운전하느라고 안마시고 형님 처남 황선율이는 등창이 나서 못 마셨다.

그때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온 사촌동생 保鉉이와 큰조카 準洙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은 큰 조카에게 “야 이놈아! 작은아버지가 오셨다고 하면 와서 인사를 할 일이지 전화만 하고 있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연세가 81세니 걸릴 것이 없고 한잔 마신 탓이리라. 황선율이는 밥값을 내고 형님을 나에게 매끼고 가벼렸다. 산수유 꽃 축제 행사장으로 갔다. 형님은 친구 김동주님을 만나 슈퍼마켓에서 또 산수유주 1병을 마셨다. 만일 실수를 하면 나에게도 책임이 있고 내가 실수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서 차에 모시고 전주로 왔다. 형님은 그렇게 취하면 잠을 자는데 잠도 안자고 계속 떠들어 댔다.

“나는 고향에서 자랄 때 큰형님과 29세에 돌아가신 둘째형님께 뺨을 많이 맞고 자랐다. 수홍이 너의 뺨을 때린 기억은 한번 있다. 유원지 운흥정(雲興亭) 깊은 물가 바위 끝으로 나가는 것을 위험하다고 못나가게 해도 말을 듣지 않아서 뺨 3대를 때렸다.”

울다가 웃다가 전주역에 도착 할 때 까지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운전만 하고 아내도 듣고만 있었다. 생시에 먹은 맘 취중에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형님이 살아온 험한 길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술주정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수필을 읽듯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형님은 일제 강점기와 여순반란사건을 겪고 6‧25때는 의용군을 갔었다. 험한 삶을 ‘산수유 꽃도 울었다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겠다고 했는데 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노래하는 산수유 꽃⟫ 이라는 책을 냈을 때 감동을 했었다.

나는 지금도 형님께 책을 내도록 권유하고 있다. 전주에 도착하여 돼지 암뽕에 전주막걸리를 한잔 더 마시고 간다는 것을 모임이 있어 서울행 열차를 타고 가시도록 했다.

나는 산수유 축제에 가서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 좋아한다. 그중에 형님은 사랑한다. 여타 사람들은 좋아한다. 아내는 무촌 한 몸이고 형님은 2촌, 큰조카 준수는 3촌, 보현이는 4촌이다.

그래서 1촌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다. 형님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뺨을 맞고 자라고 나를 사랑해서 뺨을 때렸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자랑스럽게 말 했을 것이다.

나는 사람을 많이 좋아한다. KBS일일연속극 ‘당신뿐이야’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온 사람들도 다 좋아한다.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에 사람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사람보다는 못하다. 이명박 대통령,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다 좋아한다.

사랑하다의 반대말은 미워하다고 좋아하다 의 반대말은 싫어하다 다. 내 나이 76세다 거꾸로 뒤집어도 67세다. 내년에는 77세가 되니 거꾸로 뒤집을 수도 없다. 100세를 살 폭을 대도 살날이 24년 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를 미워하고 싫어할 시간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다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 하지만 진정 사랑한 사람은 아내와 우리내외가 난 새끼들뿐이다. 여보! 사랑해! 애들아! 사랑한다!

▽ 이수홍 프로필

- 판소리 연구가(고수로 활동)
- 행촌수필문학회회원
- 인삼공사 체험수기 최우수상(2006)
- 완도 고수대회 일반부 최우수상(2006)
- 경정 정년퇴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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