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며느리는 라식수술 우리부부는 청춘으로"
[칼럼] "며느리는 라식수술 우리부부는 청춘으로"
  • 수필가 이수홍
  • 승인 2012.11.13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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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에서> 수필가 이수홍 ‘A / S와 리모델링’

우리 내외는 아침청소로 일과를 시작한다. 전에는 앞산을 올라가서 운동을 하는데서 시작했다. 요즘은 17개월 된 손녀 은수가 8시에 오니까 청소를 해야 한다. 청소도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하니 신난다.

음식쓰레기는 아내가 처리하고 분리수거 쓰레기 처리는 내 몫이다. 방바닥을 소독된 물 티슈로 닦는 일도 내가 한다. 손녀가 방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고 손녀가 뱉어낸 음식을 아내가 주워 먹는다. 그래서 방바닥을 머리털 하나 없이 깨끗이 닦는다.

그러고 나서 7시안에 아침밥을 먹는다. 땀을 흘리면서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먹는 아침밥맛은 꿀맛이다.

옛날 우리 부모님 들이 오일장에 갈 때면 새벽밥을 먹고 갔다. 출근 할 일도 없는데 빨리 밥을 먹으면서 오늘은 어느 장에를 갈까라고 한다. 1일 6일이면 순창장, 2일 7일이면 내 고향 구례 산동장, 3일 8일이면 구례장, 4일 9일이면 남원장, 5일 10일이면 곡성장에 가자고 하면서 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그날의 일과 계획에 대하여 말이 이어진다. 그런데 오늘은 느닷없이 아내 말이 고등학교1학년 손녀 영인이가 눈 쌍까풀 수술을 할머니가 해 주셔야 한다고 했단다.

내가 즈이 엄마 라식수술을 우리가 해 주었는데 나중에 시집가서 시부모에게 해 달라고 하면 되지 라고 했다. 아내는 둘째 며느리도 우리가 라식수술을 해 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원래 a/s는 생산회사에서 하는 것이니 친정에서 해 주어야 하는데 괜히 우리가 해 주었다고 말하니. 아내 왈 a/s가 아니고 리모델링이라 우리가 해 주었지요 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a/s는(after-sales service)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품의 사용법을 알려 주거나 구입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교환, 또는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 더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눈의 라식수술은 잘못 만들어진 것을 고치는 것이 아니고 도수 안경을 벗기려고 하는 것이라 리모델링이다.

그래서 생산자인 친정에서 할 일이 아니고 소비자인 시집에서 해야 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세상 이치가 다 그렇고, 그래서 진리는 하나다. 막내며느리는 아직 a/s나 리모델링을 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손녀를 낳으면서 개복수술을 한 후유증으로 고생을 했으니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a/s나 리모델링 할 일이 없을 테니 우리 내외의 인생이나 10년 젊게 리모델링해서 살자고 했다. 20년쯤 젊게 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큰 아들을 내가 열 살 아내가 6살에 낳은 것이 되니 천상 10년 젊게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몸은 10년 마음은 20년 젊게 리모델링하자고 했다.

식탁정담(食卓情談)을 하는 동안 손녀가 올 시간이 되어 집문 앞으로 나갔다. 서쪽 하늘에 음력 스무이틀 하얀 반달이 솜털방석을 깔고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한 식탁정담을 엿듣고 방긋이 웃고 있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이수홍 프로필 

- 판소리 연구가(고수로 활동)
- 행촌수필문학회회원
- 인삼공사 체험수기 최우수상(2006)
- 완도 고수대회 일반부 최우수상(2006)
- 경정 정년퇴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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