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노무현 길이냐 손학규 길이냐’ 갈림길
김한길, ‘노무현 길이냐 손학규 길이냐’ 갈림길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5.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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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김한길號, 싸늘한 민심확인…순항조건은

▲ @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장면 하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8년 6월. 당시 광장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은 무(無)였다. 민주당 손학규-박상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촛불문화제에 나타나면, 시민들은 야유를 보내기 일쑤였다. 참여민주주의 공간에서 민주당 인사들은 이방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연거푸 참패하자 ‘민주당 무용론’이 확산했다. 친노 지지층은 ‘노무현 색깔 지우기’에 나선 민주당에 등을 돌렸고 비(非)민주 지지층은 당시 민주노동당에 환호했고 진보신당을 향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를 외쳤다.

장면 둘) 2011년 6월 서울 광화문 청계천 광장. 이명박 정부 내내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렸다. 당시 민주당 내 좌클릭을 주도한 정동영 최고위원이 참석했지만,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들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현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더 많은 환호를 보냈다.

장면 셋) 지난 19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가 열린 서울 시청광장. 당내 세력교체를 이룬 김한길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기는 김한길이 있을 자리가 아니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김 대표는 10여 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5년 전과 현재가 묘하게 겹친다. 야권 지지층이 마련한 우정과 환대의 공간에 끼지 못하는 민주당의 정치 포지션이 데자뷔 현상을 연상케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하루 앞둔 22일 김한길호(號)의 전망이 썩 밝지 않은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노무현을 더 사랑한다고 주장한다는 그분들 역시 우리 편의 일부다.” 노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에서 봉변을 당한 김 대표가 지난 20일 영등포당사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최근 언론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는 김 대표는 2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전하며 “결과적으로 그런 형태가 민주당을 얼마나 크게 깎아내리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노 지지층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대표가 취임 직후 던진 말은 “계파 딱지를 떼자”였다. 더 이상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를 구분하지 말고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노무현의 길과 손학규 길 차이점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도 범 친노로 분류되는 배재정 의원과 박용진 대변인이 김한길호에 승선했고, 비서실장에 정세균계인 박민수, 원내부대표에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현 진성준,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혜자 이용득, 노동정책과 청년정책 담당에 은수미 장하나 의원 등을 각각 임명, 당내 세력구도를 고려한 인사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 연합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파 갈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성격이 짙다. 한 관계자는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당내 계파 갈등을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 전후로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의 신당 창당 작업이 본격화된다면, 선거 결과에 따라 범민주세력의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여의도 정가에는 벌써 안 의원 측의 영입대상으로 김영춘-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뉴시스

또한 신주류가 된 비노 측 내부에서도 창조적 파괴를 통한 당 재편작업에 긍정적이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 호남 중진은 대선 이후 기자와 만나 “(선거 결과에 따라 헤쳐모여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말한 바 있다.

게다가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의원들과 계파 해체를 선언한 486그룹, 김근태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등이 손을 잡고 정계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친노 대중이 김한길호에 비토정서를 쏟아 붓는 이유도 이 지점과 맞물려 있다.

다만 한명숙-이해찬-문재인 의원 등 대선 후보급 대중 정치인을 보유하지 못한 비노 측으로선 안 의원 없이는 독자세력화가 불가능,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안 의원 측과의 헤게모니에서 밀릴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 많다. 안 의원과 경쟁적 협력관계인 김한길호가 당분간 ‘경쟁’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한길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민주당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의 길, 다른 하나는 ‘리더십의 무덤’에서 희생양이 된 손학규 정세균 전 대표 등의 길이다.

양자의 공통점은 범 민주진보진영의 연대-연합-통합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뚜렷이 구분된다. 영남출신인 노 전 대통령은 선거 지형상 유리한 구도하에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을 통한 개혁에 나섰지만, 손 전 대표 등은 허약한 리더십 논란 속에 중도를 중심으로 한 선거구도를 짰다. 

손 전 대표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내세운 것은 ‘2011년 4.27 분당(盆唐)을 보궐선거 구도’로 가면 중간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지난 1996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의 선거전략을 담당했던 딕 모리슨이 쓴 ‘중도층 다가서기’와 같은 맥락이다.

손 전 대표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혁신과통합과 대통합에 나서며 당대표 기득권을 내려놓았지만, 대중성이 부족했던 그는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데 실패했다. 측근들 입에선 “비주류의 한계를 실감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한길호가 처한 상황도 과거 손학규호와 비슷하다. 김 대표 역시 대중성이나 세력, 계보 등이 전무하고 친노 지지층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게 등을 돌린 것과 마찬가지로 김 대표를 비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로선 친노 지지층을 안고 출항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손 전 대표가 갔던 개혁을 동반한 연대연합통합과 당내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한 문호개방을 차용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덧붙여 김한길호가 추구하는 ‘을을 위한 정당’의 구체적 실행 플랜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슬로건은 좌클릭-정강정책은 우클릭’의 부조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가진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에서 “국민에게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좌클릭 했던 정책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하더니, 여당은 최악의 보수정책인 줄푸세에 근접해 가고 있고, 민주당도 중도라는 이름 아래 2010년 지방선거 이전 정책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당 혁신방안과 관련, “민주당이 자기 혁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모델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신뢰를 국민들로부터 회복시키는 과제가 가장 관건”이라며 “(이것은) 당 내부가 안고 있는 문제고 민주당이 해결해야 될 문제”라며 대대적인 당 혁신작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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