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럼에도 수고했고, 수고했다
[기자의 눈] 그럼에도 수고했고, 수고했다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11.14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c) 김양균

[에브리뉴스=김양균 기자] 수능일이었던 13일, 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추위는 비단 수능 한파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수험생과 가족, 또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편의 학생들에게 13일은 참으로 서늘한 하루였을 것입니다.

매년 수능이 치러질 때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각 언론사가 쏟아낸 수능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합니다. 영역별 난이도, 고사장 풍경…….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뉴스사이트의 트래픽에도 도움이 됩니다.

묻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지,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편집국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매체인 <에브리뉴스>에서 트래픽은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알지 못했거나 알아도 지나치는 이야기를 발굴해 전하는 것은 기자된 책무이기에.

그럼에도 수험생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미안함은 강세리 학생의 글로 대신합니다. 강세리 학생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 이 글은, 잔인한 13일을 버텨낸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리라 확신합니다.

▲ (c) 강세리

너에게

1년 동안 나는 대학을, 너는 한 번 더 공부를 했다.

나는 서울로 올라갈 짐을 싸며 싱숭생숭해 했고, 너는 다시 공부하기 위해 남은 문제집을 분리하며 싱숭생숭해 했을 것이다. 이 문제집은 버려야 할지, 남겨야 할지 무슨 인강을 들어야 할지. 나는 어떻게 화장을 해야 할지, 이 옷을 대학가서도 입어야 할지 고민할 시간에.

나는 술자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너는 책상에 익숙해지기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했을 것이다. 벚꽃이 떨어지던 날 나는 언젠가 함께할 누군가를 떠올리며 설레어했고, 너는 작년을 떠올리며 교복입고 친구들과 함께 떠들며 웃던 날을 떠올렸을 것이다.

5~6월 달 쯤, 대학생활에 점차 적응하면서 나는 내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너는 재수 생활에 대한 회의감과 유지해오던 페이스의 흔들림으로 방황했을 것이다. 간간히 들리는 친구들의 소식과 카카오톡 프로필, 페북 소식으로 더 흔들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는 다시 책상에 앉았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풀던 문제집을 펴고 다시 채점을 하고, 풀고, 외우고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너는 다시 꿈꾸었을 것이다. 너만의 대학생활과 포부로 누구보다 지금을 잘 이겨낼 거라는 스스로의 응원과 함께.

나의 1년, 나의 스무 살도 참 소중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의 1년을 더 존경하고 감사해하고, 소중히 여기고 싶다.

수고했다. 그 누구보다.

조금 늦더라도, 더디더라도 니 인생이고 그래서 너는 그 누구와는 다른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거. 친구지만 존경하고, 또 존경한다. 이제는 지고오던 마음의 짐 잠시 내려놓고 조금 뒤부터는 나와 함께 20대의 길을 걷자.

수고했고 또 수고했다.

2014년 11월 13일 강세리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1학년)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