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기사 ‘헛걸음 시스템’ 뒷짐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헛걸음 시스템’ 뒷짐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2.05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J대한통운-판매처, ‘교환요청’ 취소불구 빈집 찾는 택배기사에 ‘나몰라라’
▲ CJ대한통운ⓒ뉴시스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1. 유진아(28·가명) 씨는 얼마 전 소셜커머스 쿠팡을 통해 구입한 신발의 지퍼가 열리지 않아 교환신청을 했다. 그러다 하루 뒤 신발의 지퍼가 열려 쿠팡 고객센터를 통해 ‘교환요청’을 취소했다. 고객센터에선 “교환요청이 취소됐다"며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님이 방문하시면 ‘교환신청을 취소했다’고 말하고 돌려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아무도 없는 빈집인 데다 택배 기사의 헛수고가 신경쓰여 “택배도 취소해 달라”고 하니, “그건 저희쪽에서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끊고 약 5시간 뒤 택배기사가 텅 빈 집에 방문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유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품을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죄송하다”는 유 씨의 말에 택배기사의 한숨섞인 “알았다”는 짤막한 답변이 돌아왔다.

#2. 한동선(32·가명) 씨는 지난 9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추석선물을 위해 인터넷쇼핑에서 구입한 견과류, 과일 선물세트에서 하자가 발생한 것. 해당 사이트를 통해 교환접수를 하고 “추석대목이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방문이 2~3일 늦어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택배기사의 방문이 늦어지자, 접수 이틀 뒤인 오전 10시경 “교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교환할 물건을 달라”며 택배기사가 방문했다. 한 씨가 “교환을 취소했다”며 어리둥절해하자 택배기사가 말없이 문을 닫고 가버렸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 ‘교환요청’을 했다 이를 다시 취소한 고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교환요청을 취소했음에도 택배기사들의 헛걸음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황당한 시스템 때문이다.

유씨와 한씨는 구매한 제품을 모두 CJ대한통운을 통해 받았다. 유씨는 “택배기사님이 ‘(교환하기로 한) 물건 가지러 왔다’면서 전화를 했는데 헛걸음하게 해서 죄송스러웠다”면서도 “헛수고를 막기위해 (취소) 전화까지 한건데 왜 미안해야하는 일이 발생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씨도 “교환요청을 취소한 이유가 불필요한 처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럴줄 알았다면 굳이 취소 전화를 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 서울 금천구 가산동 CJ대한통운택배 서울지사 서부터미널.ⓒ뉴시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 “고객사(제품 판매처)에서 (취소요청이 들어오면) 요청받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헛걸음을 하는 등의)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각 사업소별 택배기사는 당일 오전 9~10시경 집하, 배송지, 물량 등을 확인하고 11시께 배송에 나선다. 전산에 입력한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전 11시 이후 사항은 적용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대 200여 명의 기사가 있는 사업소도 있어 실시간으로 ‘취소 요청’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시스템상 이를 기사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취소요청은 구매처(쿠팡 등 쇼핑사이트) 전산으로 가는데, 그쪽에서도 실시간으로 집계해 (CJ대한통운 등 택배사에) 전달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고객사로 화살을 돌렸다.

실제 쿠팡 고객센터에선 ‘택배기사가 오지않게 해달라’는 유씨의 요청에 “고객이 교환요청을 취소해도 택배사에 따로 알리진 않는다. 고객이 직접 택배사에 연락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사에 알리지 않아도 판매처의 손해가 없는 논리가 작용한 셈이다.

문제는 택배기사들이 헛걸음하고 있음에도 관리 책임이 있는 CJ대한통운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관계자는 “하루 150~250건의 오더 중 이 같은 ‘취소’는 1~2건에 불과하다”며 시스템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고객과 택배기사 사이에 불쾌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가 취소요청을 하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도 의도치 않게 택배기사를 헛걸음 시키게 되는 것.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덩달아 교환·환불 요청도 증가하는 추세다.

익명을 요청한 한 택배기사는 “이런 일이 종종 있지만 어쩔 수 없지않냐”면서도 “취소요청 물건을 받으러 왔는데 집은 비어있고, 전화까지 안 받으면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에브리뉴스 EveryNews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진미파라곤) 313호
  • 대표전화 : 02-786-6666
  • 팩스 : 02-786-6662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0689
  • 발행인 : 김종원
  • 편집인 : 김종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종열
  • 등록일 : 2008-10-20
  • 발행일 : 2011-07-01
  • 에브리뉴스 EveryNews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1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브리뉴스 Every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verynews@every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