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D 출판사의 7세 이상 이용가 어린이 대상 만화책에서 남성에게 이별을 고한 여성에게 염산을 끼얹는 장면이 묘사되어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하고 여성혐오 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만화책에서는 “우리 이제 그만 헤어지자, 아무리 생각해도 넌 내 수준에 맞지 않아”라면서 남성에게 이별을 고한 여성을 ‘하지만 성격은 영 별로였어, 무척 도도하고 건방졌지’라고 묘사하고, 남성의 화난 표정과 함께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는 복수심에 불탔고, 며칠이나 몰래 여자 주변을 맴돌던 남자는 결국...’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음 장면에는 염산때문에 얼굴 한 쪽이 녹아 흘러내리며 비명을 지르는 여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있고 ‘여자의 얼굴에 염산을 부어 버렸다고 해’라는 설명이 함께 들어가 있다.
‘염산 테러’는 보통 보복을 위해 행해지며 남성이 여성에게 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는 여성이 구애나 청혼을 받아주지 않거나 혼전성관계를 했을 때 등 여성혐오적인 원인과 고통으로 여성을 응징하고 여성의 외모를 망치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여성혐오적인 결과 때문에 극단적인 여성혐오 폭력으로 치부되는 대표적인 범죄이기도 하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 최근까지만 해도 염산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으며, 묻지마 테러나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성 테러의 형태로 ‘염산 테러’ 범죄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2015년에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를 가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되었으며, 2017년에는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들에게 염산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만화가 진짜 문제인 것은, 염산 테러를 한 가해자(남성)이 잘못된 것보다, 피해자(여성)에게 문제가 있어서 복수를 당했다는 식으로 그린 것이 잘못이다. 마치 여자가 도도하고 건방졌기 때문에 그런 피해를 당했다는 식의 내용전개에서 남자의 잘못은 쏙 빠져있다(트위터 H 유저)” “실제로 염선테러를 당하는 여자는, 남자의 폭력적 성향이나 집착에 질려 이별을 고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여자의 문제로 몰아가고 그것을 또 아이들에게 보게 하다니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니다(트위터 H 유저)”라고 의견을 표했다.
만화계의 성폭력과 성차별 근절을 위한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는 22일 SNS 계정에 만화에 대해 “여성이 ‘도도하고 건방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마치 사건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고 남성은 복수심이 들면 염산 정도는 부을 수 있다는 듯한 전제가 여성 혐오의 나라답게 조기교육으로 보여준다”라며, “작화가 및 저자에게 최소한의 폭력성과 성평등 교육도 안 시키냐?”라고 글을 게시했다.
한편 간행물윤리위원회 유해간행물 신고, 민원 게시판에는 해당 만화에 대해 전량 회수 및 유통 금지를 촉구하는 신고글이 22일부터 지금까지 약 1,000여 개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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