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문재인, ‘제2의 김용민’ 논란에 역공 당하나
김한길·문재인, ‘제2의 김용민’ 논란에 역공 당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12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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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與 ‘귀태’ 발언 고리로 대야공세 전면…‘NLL-민생’ 투트랙 전략

▲ 왼쪽부터 민주당 문재인 의원, 김한길 대표, 박지원 의원@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정치는 말이다. 이번 발언은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명예 훼손이고 모독이다. 또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국가의 위신을 스스로 짓밟고 격하시키는 행위로, 정치인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이다. 발언 취소와 동시에 사과해야 한다. 당도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고 당 대표 사과와 민주당 당직자에 대한 조치를 해 달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초강수로 응수했다.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 취소와 개인적 사과는 물론 김한길 대표를 겨냥, 당 차원의 사과와 처벌까지 요구했다.

여권의 전면적인 대야공세가 시작됐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뺏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고리로 대대적인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자료일체 공개·열람 일정을 전면 중단하면서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막말’로 규정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국면전환의 분수령이었던 ‘김용민 막말’ 논란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인 김용민 씨는 지난해 4.11 총선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열풍을 안고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으나,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성희롱·노인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실제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를 앞세워 MB(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정치쟁점화하며 총공세를 폈으나, 민심은 냉혹했다.

총선 직후(4월 1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 결과에 따르면, 19대 총선 최대 이슈는 김용민 막말 파문(22.3%) > 경제민주화 공약 (16.1%) > 민간인 불법사찰 (14.9%)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논란 (10.7%) > 야권 여론조사 조작파문 (9.7%) 순이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 김용민 막말 파문과 관련해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고, 실제 당내 여론조사 데이터 결과를 보면 (사건 이후) 지역적으로 3∼4%P의 지지율이 빠졌다”고 말했다.

민주, 文 승부수에도 당분간 ‘수세’…NLL 정국 최대 승부처

반면 대야공세의 고삐를 쥔 민주당은 홍 원내대변인의 돌출 발언에 휘청하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력이 역력했다.

홍 원내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비판한 이후 그간 정치현안에 말을 아꼈던 청와대까지 이틀 연속(10일∼11일) 이에 대해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자 일각에선 민주당의 돌출발언이 국정원과 NLL 정국에서 새누리당 측에 출구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Newsis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귀태’ 발언을 국정원 정국 한복판으로 끌어오고 새누리당이 이날 모든 원내 일정을 중단한 것만 봐도 이에 힘이 실린다. 새누리당의 전략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꼼수’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키를 쥐게 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민주당이 국정원 정국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키포인트마다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문재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열람을 주도하면서 별건인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사안을 구분 짓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NLL로 국정원 사태를 덮는 물타기 전략을 앞세워 민주당을 수세로 몰았다. 국정원 사태를 둘러싸고 벌인 핑퐁게임에서 애초 주도권을 쥔 민주당이 공을 떠안아버린 꼴이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홍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 당일 문 의원은 <김장수 실장님, 김관진 장관님, 윤병세 장관님 진실을 말해 주십시오>라는 성명서를 내고 이들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고 촉구했다. 문 의원으로선 NLL 정국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최후 승부수였다. 

문 의원의 승부수로 ‘국정원 정국’이란 핑퐁게임의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갔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도 김관진 국방장관도 더 이상 침묵하기 힘든 국면이 전개된 셈이다.

하지만 ‘홍익표 막말’ 파문이 덫으로 작용하면서 공은 다시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는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는 묘한 상황이 연이어 연출됐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내부는 강경하다. 원내 일정을 모두 중단한 새누리당 내부에선 이날 ‘투쟁’이란 말까지 나왔다. “홍 의원의 사퇴와 불복성 발언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국회 모든 활동에 대해 투쟁하고 불복하기 위해 지금부터 국회 활동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또한 새누리당은 하반기 정국에선 민생에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 ‘국회 보이콧’으로 대여공세를 무력화하고, 이후 민생카드로 범야권을 반(反)박근혜 프레임에 가둬놓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후 승부수까지 던진 문 의원으로선 새누리당의 물타기 전략을 타개하기 위한 ‘다음 카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지난 5.4 전당대회 이후 당내 존재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김 대표는 ‘홍익표 귀태 발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전략을 짜야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됐다는 얘기다. 김 대표와 문 의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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