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계은퇴 승부수, 양날의 칼인 까닭
문재인 정계은퇴 승부수, 양날의 칼인 까닭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7.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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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文 ‘노무현 승부수’에 새누리, 국정원-NLL ‘물타기’ 시도

▲ 지난달 26일 오전 민주통합당 문재인의원이 전남 여수시 율촌산단내 전남테크노파크 신소재 센터 마그네슘 생산동에서 공장 관계자에게 제품생산 과정을 설명듣고 있다. 문의원은 이날 일행과 함께 마그네슘 생산동 등 3개 공장을 둘러 보며 상용화 및 양산체제에 대해 관심가졌다.@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영원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승부수를 던졌다.

정계은퇴까지 불사하는 일명 ‘문재인 성명’.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에서 밝혀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발언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일종의 배수진이다.

문 의원은 전날(6월 30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내고 “국가기록원에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결과,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로 저의 주장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면 새누리당이 ‘NLL 포기는 오해였다, 10.4 정상선언을 계승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준다면, 저로선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총·대선 과정에서 “권력의지가 없다”고 비판받았던 문 의원의 행보치고는 상당히 강경한 발언이다. 그간 즐겨 사용한 ‘방어적 화법’에서 탈피, 공격적 화법으로 NLL 이슈정국에서 ‘구도전선’을 확실히 그어버렸다.

동시에 변방으로 밀려난 ‘친노(親盧)’를 부각시켰다. 선거의 양대 변수인 ‘인물과 구도’로 전선을 뚜렷이 가른 셈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가에선 문 의원의 승부수를 놓고 “노무현의 승부수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문 의원의 승부수는 다목적 카드다. 첫째, 보수진영에서 ‘죽은 노무현’을 반복적으로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퇴행적 정치에 쐐기를 박는, ‘대여 공세용’. 문 의원이 성명에서 공동어로구역 논의에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과 김관진 합참의장, 윤병세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여했다고 밝힌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들은 현재 모두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다.

문재인 승부수는 다목적 카드…문제는 새누리의 국정원 사태 물타기

두 번째는 계파에 머물러있는 친노의 정파(政派) 전환이다. 문 의원은 <새누리당에 제안합니다>라는 성명에서 불균형적인 제안, 즉 자신은 정계은퇴를 카드로 꺼내면서도 새누리당 측에는 ‘사과’와 ‘10.4 정신의 계승과 이행’만 해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NLL 포기는 오해였다, 10.4 정상선언을 계승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준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문재인 민주당 의원)”

지엽적인 NLL 논란에서 벗어나 10.4 공동선언 이행을 통해 평화협력 시대로 나아가자는 얘기다. 이는 남북평화의 새 기틀을 연 DJ(김대중)-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대목이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달 16일 산행 정치에서 “계파로서의 친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뒤 “하나의 정파로서 개혁적인 ‘가치지향’ 하에 활동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새누리당 정보위원회 서상기 위원장과 조원진, 정문헌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NLL 문건 공개 관련 대책회의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YS(김영삼)-DJ-JP(김종필)’로 이어지는 3김(三金)정치의 유산인 계파정치와는 달리, 정파는 가치와 이념에 따라 재편하는 정치 파벌이다. 새누리당의 ‘친박(親朴)’과 민주당의 ‘친노·비노(非盧)’ 등은 계파지만,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의 정치적 파벌은 정파다. 그 누구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경기동부연합’을 계파로 부르지 않는다.

친노가 NLL 정국에서 계파성을 버리고 정파로의 전환을 택한다면,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남북평화’와 ‘참여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빠르게 재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문 의원의 최근 행보와 관련, “문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치 쇼를 못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캠프 공보팀이 ‘보여주기식’ 정치를 하지 않는 문 의원 때문에 난감해했다”면서 “문 의원이 가고자 하는 길이 현재 한국 정치에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의원 승부수의 세 번째 목적은 흩어져있는 친노 결집이다. 대선 패배와 지난 5.4 전대 이후 변방으로 밀려난 친노그룹은 최근 국정원·NLL 정국에서 정치전면에 등장했다. 민주당 내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 친노인 박범계·김현·진선미·전해철 의원 등 친노그룹이 대거 포진했다.

5.4 전당대회에서 출범한 김한길호(號)와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NLL 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친노의 활동공간 확대에 한몫했다. 정치적 유배생활이 불가피했던 친노가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문 의원의 승부수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서상기·정문헌 의원이 총대를 메고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고리로 물타기를 시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이 정치은퇴 승부수를 던지자, 새누리당은 이를 ‘꼼수정치’로 몰아가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국정원 대선 개입과 NLL 이슈를 문 의원의 꼼수정치로 물타기 하려는 의도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의원의 정계은퇴 선언에 대해 “얄팍한 배수진을 치는 것 같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에서 어떤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자기결백성을 보이는 것 같다. 이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강은희 원내대변인도 이날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 의원을 겨냥,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면서도 국정원 국조와 관련해 “국정원 댓글과 관련된 증인이기 때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은 (증인채택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며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 논란과 매관매직 의혹을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학계 대표적인 친노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 선거공작 사건은 노무현이나 NLL과 무관하다”며 분리대응을 천명한 뒤 “국정원은 지금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략구사를 위해 야권의 분열프레임을 꺼내 든 건데, 모두 거기에 말려서 방어에 급급하네요. 야당은 여권의 전략을 좀 배워야겠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선거공작의 본질은 진실규명, 책임자문책,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과 필요 없어요. 억지 사과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한 뒤 문 의원을 향해 “노무현과 NLL은 잊어주세요. 국정원 선거공작의 진실규명에 정치생명을 걸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의 ‘정계은퇴 승부수’ 이후 야권이 대야공세 고삐를 죄지 않는다면,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 진실공방’의 분리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의원의 승부수가 양날의 칼인 까닭이다. 이로써 문 의원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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