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성향 다른 삼형제…예견된 ‘형제의 난(亂)’
효성그룹, 성향 다른 삼형제…예견된 ‘형제의 난(亂)’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4.10.2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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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조현문 “끊임없이 음해” vs 효성 측 “사실과 달라”…‘법정行’
▲ 효성그룹 본사.@연미란 기자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효성그룹(회장 조석래)이 바람 잘 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조 회장이 지난 11일 부정맥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이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장남 조현준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형제의 난(亂)이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검찰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조 사장을 비롯해 류필구 전 노틸러스효성 대표이사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6월 효성 계열사 두 곳과 임원들을 줄줄이 검찰 고발한 지 약 5개월 만에 해당 건을 확대시킨 셈이다. 검찰은 6월 고발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장기석)에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배당,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조 변호사는 효성이 ▲개인·법인이 부당이득을 취하도록 공모 및 조작 ▲회사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 주식 매입 ▲허위 용역 기재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이들을 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를 떠난 뒤 잇따른 고발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상대적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쉬운 효성 측과 달리 조 변호사는 발언의 기회가 많지 않은 데 따른 해명으로 보인다.

조 변호사는 "모든 불법을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효성그룹을 떠났으나 효성그룹은 그간 본인에 대해 허위 사실로 끊임없이 음해를 해왔다"며 "사문서 위조와 명의 도용 등을 통해 오히려 사내 불법을 본인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아왔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효성그룹의 부도덕한 인신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검찰 수사를 통해 회사를 바로 잡고 진실을 밝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그룹 측은 차남의 잇따른 고발과 관련,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대부분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조 변호사도 경영진의 한사람이었으며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왜곡된 주장임이 밝혀질 것"이라며 “그동안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는 물론 임직원, 형제까지 고소, 고발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 변호사는 지난 6월 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주)신동진의 최 모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두 곳 계열사는 사실상 장남 조현준(47) 사장과 조현상(43) 부사장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어 두 사람을 겨냥했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이 건과 관련, 지난해 6월 두 계열사의 횡령 및 배임이 의심된다며 법원에 회계장부 열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두 계열사에 대한 고발이 알려진 지난 7월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지난해 6월) 제기한 소송결과 대부분 효성그룹이 승소하고 일부만 (조 전 부사장에게) 열람을 허용했다”며 “완료된 건을 가지고 재차 형사고발을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버지(조 회장)가 몸이 편찮으신 상황에서도 개의치않고 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법조 출신이라 법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차남의 형사고발과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의 난(亂)은 예고됐다?…달라도 너무 다른 삼형제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재 두형제(현준·현상)와 둘째 조현문 변호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없다.

일각에선 조 회장이 일찍이 후계구도 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7%의 지분을 삼형제에게 똑같이 쥐어준 것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것이 ‘포스트 조석래’를 욕심나게 했고, 성향이 다른 삼형제가 결국 부딪히게 됐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지니스 마인드가 몸에 밴 전형적 기업인인 장남과 달리 차남은 냉철하고 이성적이어서 장남-아버지와 경영 스타일을 두고 부딪힌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에 대해선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도 직원에게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할 정도로 바른 생활 사나이로 평이 나 있다”면서도 “그런 면이 장남이나 아버지(조 회장)와 크게 부딪히지 않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계구도가 확실히 보이는 한화그룹 삼형제(동관·동원·동선)와 달리 효성은 세형제가 다 너무 잘나서 아버지(조 회장)가 고민이 클 것”이라며 “그 고민을 경쟁에 맞긴 게 실수”라는 얘기도 나왔다.

일각에선 “아버지(조 회장이)가 편찮으신 상황에 고발밖에 방법없었을까 싶다”면서 “고소·고발로 얼룩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차남이 떠난 효성그룹은 현재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지분을 끌어모으며 치열한 후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재판까지 겹치면서 후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효성 측은 지분 경쟁과 관련, “경영권 방어 측면”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100% 후계경쟁이 맞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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