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 11명 후보가 11개 요구안 제시하며 혜화역 선거유세까지 나서
‘탈시설장애인당’, 11명 후보가 11개 요구안 제시하며 혜화역 선거유세까지 나서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2.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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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 있는 아르코미술관 앞에서 23일 오후 4시부터 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 후보 11명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내세우는 공약을 발표하는 합동 유세시간을 가진 뒤, 가까운 혜화역으로 이동하여 직접 시민들에게 ‘탈시설장애인당’을 알리며 장애인 정책 11개 요구안이 적힌 유인물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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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장애인당의 각 후보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저마다의 공약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유진 기자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당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같은 당이 아니라 “매 소개 시 가짜 정당임을 함께 언급하고 있으며, 심지어 공식 선거기간 개시일 전 자진 해산할 것을 명시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위성정당’이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장애인의 의제를 알리고 또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며, 장애인 차별 철폐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투쟁정당’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11명의 후보자는 각각 ‘발달장애인(박현철)’, ‘장애여성권(장주연)’, ‘자립생활(조상지)’, ‘건강권(박정숙)’, ‘재난(이희영)’, ‘탈시설(김진석)’, ‘문화예술(한기명)’, ‘이동권(최영은)’, ‘의사소통·보조기기(이미정)’, ‘교육권(김명학)’, ‘노동권(추경진)’ 등의 주요 장애인 정책 공약을 하나씩 담당하고 있다.

금일 후보들이 탈시설장애인당 벽보를 붙인 벽 앞에 나란히 자리를 잡자, 우선 지지 발언을 하러 온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의 신지예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신 대표는 자신도 “탈시설장애인당의 당원”이라 소개하며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정당으로 바로 선 모습을 지지한다. (중략)대한민국 국민들은 탈시설장애인당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가족이고 이 땅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국민이다. 오늘 여기에 나온 11명의 후보들 모두 지지하며, 저도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발언했다.

사회자는 “비록 우리가 가짜 정당이기는 하지만, 저희의 외침, 저희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우리에게 너무나 필요한 정책을 말하고 있기에 더욱 간절한 것”이라며 첫 번째 발언자로 이희영 후보를 소개했고, 이 후보는 “직접 해보니 활동이 쉽지는 않지만 탈시설장애인당 활동을 하면서 우리도 한 발짝, 한 발짝씩 정치에 다가서고 있다”며 투쟁을 계속할 것을 강조했다.

김진석 후보는 발언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길게 말하진 못했지만 “탈시설이 백신”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사회자는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백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코로나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가 백신인 것처럼 장애인들에게 ‘탈시설(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노동권리를 맡은 추경진 후보는 “노동계에서 비장애인보다 2배는 더 외면당하고 있는 장애인의 현실”을 말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일자리를 ‘전국적으로’ 확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동권의 최영은 후보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을 들려줬다. 작년 유월 버스를 타기 위해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했더니 버스기사가 난색을 표하며 “버스를 타려고 하면 먼저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해요”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하더라는 얘기였다. 이에 최 후보는 차량 번호와 기사 정보를 사진으로 촬영해 전화로 민원을 넣었는데, 상담원은 사과조차 없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장애인도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다”며 저상버스 확대 도입을 주장했다.

조상지 후보는 “장애인자립생활 권리 보장에 대한 요구”를 내세웠으며, “(중략)독립을 하여 세대 주가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집을 얻고 활동 보조인과 생활을 하면서 진짜 조상지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대목에선 전장연 관계자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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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장애인당 당가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후보들과 전장연 관계자들 사진=정유진 기자

중간에 사회자는 “지루하시죠? 당가 한번 부르며 자유롭게 율동해주세요”라며 당가를 틀었다. 탈시설장애인당 당가는 “더 이상 죽지 않아. 밖으로 나가는 거야. 시설 밖으로 나와. 함께 살아보자, 탈시설장애인당. 그 누구도 차별 않는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탈시설장애인당 후보들과 관계자들은 휠체어 위에서도 흥겹게 어깨춤을 췄다.

이어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미정 후보는 “의사소통은 선택이 아닌 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박현철 후보는 “발달장애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고,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 가족, 아니면 시설에 갇혀 사는 수밖에 없다. (중략)더는 발달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열심히 요구하고 바꾸겠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신입 활동가이기도 한 장주연 후보는 “나의 자립에 대한 가족의 차가운 반응에 이것은 내가 장애인이고, 또 장애를 가진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장애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좀 더 장애여성 중심의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그러한 시스템이 확충될 때까지 투쟁을 끝까지 해나가겠다”고 말을 맺었다.

박정숙 후보 또한 “장애인들은 병원도 자유롭게 못 간다. (중략)참다 참다 큰 병을 만들어 대학병원을 가기도 한다”며 “서울시장이 된다면 동네마다 누구나 쉽게 오가며 치료받을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사무국장의 지지 발언을 끝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2명의 후보를 제외한 9명 후보들의 발표가 끝나자, 후보들과 전장연 관계자들은 가까운 혜화역으로 이동해 정말 표심 잡기에 나선 서울시장 후보들처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탈시설장애인당을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11개 요구안을 구호로 외치며 유세 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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