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송파 세 모녀 7주기 추모제와 기자회견 열렸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송파 세 모녀 7주기 추모제와 기자회견 열렸다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2.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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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 모녀의 정신은, 이 한국 사회의 가난을 끊어내 버리는 것”
“도대체 이 나라의 정치는 사람이 아닌 누굴 위하고 있는 것인가”

[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빈곤사회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가 26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 앞에서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1부에서 기도와 헌화를 통해 추모하고, 2부에서는 7년이 지난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빈곤 문제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정유진 기자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들이 북을 치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동안 추모객들이 한 명씩 흰 국화를 손에 들고 헌화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1부는 ‘빈곤과 차별 때문에 영면한 이들을 위한 기도회’로,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북을 치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송파 세 모녀를 위시한 사회적 약자, 빈곤계층을 위해 기도를 올렸고 헌화, 추모 공연도 이어졌다.

1부 사회를 맡은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며칠 전에는 제주도에서 성소수자 운동을 하시는 김기홍 활동가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가 공개되었는데 유서에는 ‘한국 사회는 차별과 혐오가 너무 심하다.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다’고 적혀있었다”며 “우리 사회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자,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난민이라는 이유로 차별·혐오가 넘쳐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송파 세 모녀는 가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래 한국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송파 세 모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 지독한 가난의 구조는 끊어내야 한다”며 “한쪽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에 달하는데, 한쪽에서는 5만 원이 없어 목숨을 끊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2부 기자회견 순서에 이르러서는 첫 번째 발언자로 지몽 스님(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오늘날 빈곤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아직도 불안정하게 존속되고 있는 부양의무자 제도는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시와 멸시가 쏟아지며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불교 경전에서도 ‘가난의 고통은 죽음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만큼 가난은 육체적·정신적·심리적으로 다양한 괴로움을 만들어 극단적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며 “(중략)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오늘, 하루속히 제도적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가난 때문에 더 이상 죽는 일이 없는 사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발언은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의 박경석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정부가)송파 세모녀법을 만들어서 뭐 했습니까? (취약계층, 복지사각지대 등을)발굴했대요, 발굴. 가난이 고인돌입니까, 구석기 유물입니까? 지금 이 시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다. 송파 세 모녀가 죽었고, 청주에서도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현재의 문젠데, 발굴은 뭔 발굴이냐”고 일갈하며 “정부는 포용국가의 ‘포’자도 꺼내지 말라”고 일축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세 번째로 발언하고 있는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 기자회견의 발언자들은 추모의 뜻으로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서 차례차례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정유진 기자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의 미혼·한부모 복지시설 ‘애란원’을 방문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미혼모 비정상’ 발언을 꼬집으며 “가족의 정상성 운운하지 말고 가난한 가족의 문제가 자녀로 이어지고 빈곤이 세습되는 것만은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홈리스야학 로즈마리 학생회장 또한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국가는 빈곤 문제를 부모와 자식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강요하면서 부양의무를 떠넘기고 있다. (중략)앞으로는 송파 세 모녀와 같이 가난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지위가 높으신 분들이 발로 뛰어서 이런 일을 막아주는,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노동도시연대의 유검우 대표도 “오늘 이 자리가 참 가슴 아프다. 이런 경우가 없게 하려고 그렇게 애를 많이 썼는데, 돈 없는 사람들도 살 수 있는 세상 만들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라며 송파 세 모녀가 남긴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두고 “자신의 가난에 대해 사죄의 편지를 남기고 삶을 포기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거론하며 “저마다 집을 많이 짓고,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모두들 개발 공약만 주구장창 내놓고 있다. 이런 약속은 누구를 위한 약속인가. (중략)이 나라의 정치는 사람이 아닌 누굴 위하고 있는 것인가. 사람이 먼저랄 땐 언제고”라며 비판했다.

“이는 시민을 무시하고 사람을 모욕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사람이 아닌 돈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시장 후보들을 끌어내리자. 내 탓이 아닌 가난에 대해 저들의 잘못을 당당하게 말하자. 그래야 가난해도 살 수 있는 세상, 돈으로 사람을 핍박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을 지킬 방법을 내놓으라”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들을 겨냥해 요구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가 발전기 기름이 다 소진되어 마이크 없이 낭독을 해야만 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송파 세 모녀 추도제 및 기자회견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사진=정유진
기자회견을 마친 발언자들이 다 같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회자는 "오늘뿐만이 아니라 빈곤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연대하고 활동하는 곳에서 계속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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