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 연대설? 그 이면에 담긴 함의
안철수-심상정 연대설? 그 이면에 담긴 함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6.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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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安-沈, 양당체제 타파 공감대 형성…현실 가능할까

▲ 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뉴시스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실체 없는 안철수 신당과 진보정의당의 연대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난 5일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여의도 정가에선 제3정당을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과 진보정의당이 양당체제 극복과 노동 의제를 고리로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묘하다. 이들의 행보를 둘러싼 함의가 묘하게 맞물린다. 이들의 회동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은 13일.

안 의원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양당체제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선 여야 의원 중에서도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 의원이 지난 5일 안 의원 사무실을 찾아와 30분가량 정치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양당체제의 독과점 극복을 주장한 안 의원과 진보정치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심 의원이 만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양자회동의 시발점과 언론에 흘린 주체, 양자회동을 전후로 나타난 이들의 정치 행보다. 이들의 양자회동은 심 의원이 적극 나서면서 지난 5일에 이뤄졌고 이 사실은 13일 안 의원 입을 통해  나왔다.

5일과 13일 사이엔 안 의원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개소가 있었다. 앞서 진보정치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 독자세력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안 의원 측은 이날 직후 “소문난 잔치가 먹을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사로 합류한 이옥 덕성여대 교수나 작가 조정래 씨, 발기인에 참여한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정연정 배재대 교수 등은 지난해 대선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이었다. 안 의원 측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안 의원의 독자행보 동력이 떨어질 때쯤, ‘안-심’ 회동 사실을 알리면서 ‘양당 독과점’ 체제 극복이라는 구도전선을 명확히 그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정치개혁 주도권을 한 번 더 당길 수 있는 판을 만든 셈이다.

진보정당과 대중정당? ‘양자택일’ 문제

심 의원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이다. 지난해 총선 이후 ‘풍찬노숙’ 중인 심 의원은 양자회동을 한 지 5일 만인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어떻게 구체화 되느냐에 따라 개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정치개혁의 조건만 충족한다면, 안 의원과 연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1일, 여의도 정가에는 하나의 큰 이슈가 자리 잡았다. “진보정치가 과거의 낡은 사고 틀에 갇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한 일명 ‘심상정 반성문.’

“양당체제야말로 슈퍼갑”이라고 말한 심 의원은 ▲독일식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대통령선거·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국회 교섭단체제도 폐지 도입 등을 주장하며 공정경쟁질서에 대해 역설했다.

진보정치의 숙원인  선거제도 개편 등의 정치개혁 명분만 쥐어지면 어떤 세력에도 문을 닫지 않겠다는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개소식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성우빌딩에서 열리고 있다. 최상용 후원회장(왼쪽부터), 안 의원, 최장집 이사장, 장하성 소장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뉴시스

심 의원의 통렬한 진보반성문은 지난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고아로 전락하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0년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민주개혁진영의 반성문과 흡사했다. 정치개혁이란 ‘명분’도 쥐고 치고 나갈 수 있는 ‘묘수’도 찾는 일석이조의 승부수라는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양측이 “정책연대는 누구와도 가능하다”라는 원론적 입장에서 단 한발 짝도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안 의원 측은 노동중심 정당이 아닌 ‘노동가치지향’ 정당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진보정의당 당원의 숙원은 노동정치 ‘복원’이다.

진보정의당 내부적으로 참여계, 인천연합, 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등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그 중 누군가 노동정치를 배제하는 순간 일부 세력이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진보정의당 당원들은 당 게시판에 ‘심상정 반성문’과 관련해 “보수정치인의 정치기술을 잘 배우고 있다”고 비판하며 ‘안철수=보수’ 논리로 심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진보정치의 화약고 같은 ‘진보의 우경화’ 비판과 맞물리는 지점이다.

그러자 심 의원은 14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안 의원과 연대설에 대해 “언론에서 ‘회동했다, 협력하기로 했다’는 말씀을 했지만 표현이 좀 과잉됐다”면서 “아직 안 의원이 새 정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당 차원의 연대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보정의당 서울시당 관계자도 지난주 기자와 만나 ‘안철수-심상정’ 연대와 관련해 “그냥 원론적인 얘기”라며 “안 의원 측의 정치개혁 구체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면서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 측이 비례대표제 확대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 양측의 연대 자체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진보정의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주최 <한국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전면 도입과 정치개혁>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해 “비례대표제의 확대는 당내 민주주의 등 선결문제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한 진보정의당도 활로를 위한 묘수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들의 회동이 ‘판을 흔들기 위한’ 레토릭에 그칠 공산이 많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특히 안 의원이 대중성을 버리고 진보 어젠다를 잡을지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87년 체제에서는 ‘대중적 진보정당’이 선거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명확한 만큼, 안 의원으로선 진보정당보다는 대중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포인트는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60년 정통의 제1야당 민주당과의 정계개편을 둘러싼 정치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판을 흔들어 몸집을 키운 뒤 야권발(發) 정계개편 과정에서 하나의 중심축으로 서기 위한 정치적 행보에 가깝다는 얘기다. 단, 그 시점은 내년 6.4 지방선거 전까지다. 그 이후 이들의 행보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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