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고등학생들도 동참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 규탄 집회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촛불문화제처럼 ‘장기간 대규모’ 대중운동으로 번지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각 대학과 종교단체가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불을 댕긴 가운데, 고등학생들도 시국선언에 가세함에 따라 폭발성이 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고등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촉발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 촛불집회는 이후 대학생과 주부, 종교계 등 집단지성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등학생들이 주도한 당시 촛불집회는 초반 ‘비폭력 평화시위’ 행태를 띠면서 “시위도 놀이”라는 집회문화의 전환을 주도했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웹 2.0’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고등학생들의 시국선언 동참도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문화의 방향성과 폭발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9일째인 29일 처음으로 고등학생들이 움직였다. 경남 산청 간디학교와 충남 금산 간디학교, 인천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 6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엄청난 도난사건으로, 우리에게서 민주주의 가치를 빼앗아 갔다”라며 “고등학생들의 안목으로도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경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한 것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들은 ▲국정원 사건의 객관적 수사와 엄중한 책임 묻기 ▲국정원 정치개입을 막기 위한 예방책과 개혁안 마련 ▲대통령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고등학생의 안목으로도 이러한 시국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시국선언을 마친 고등학생들은 이어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의 주최로 오후 7시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 열띤 열기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 600여명(경찰 추산 400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국정원의 이번 행태에 맞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자”면서 국정원 국정조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공연으로 이어진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9시경 마무리됐다.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고등학생들이 연대정신을 발휘하자, 트위터에서도 이들을 격려하는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고등학생들의 첫 시국선언.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도난당해 여기에 이렇게 모였습니다. 국가 권력은 우리에게서 민주주의 가치를 빼앗아 갔습니다.(@ohbo*****)”, “학교와 교과서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 공부했다. 우리도 국가의 주인이자 주체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boo****)”
한편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민주진보진영의 촛불집회를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개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들은 ‘종북세력’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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