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돗물’, 과연 먹어도 될까?
불안한 ‘수돗물’, 과연 먹어도 될까?
  • 김찬희 기자
  • 승인 2019.11.05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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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무거운 생수를 직접 조달하자니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배달을 시키기에는 배달 기사에게 괜시리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1인 가구에게는 정수기 또한 큰 부담이고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소비하면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도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수돗물이었다. 쓰레기 처리도 할 필요 없이 컵에 바로 그때 그때 따라 마시면 되고,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니 배달 걱정도 없다. 근데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걸까?

시장분석기관 Statista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식수를 연간 498,200리터를 소비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생수 시장은 2385억 달러로 기록되었다. 한편 지난 9월, 이마트가 자체브랜드 생수인 ‘국민워터’를 5일만에 41만 병을 판매, 1억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생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세에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생수’를 다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아리수를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붉은 수돗물이 나온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시 직원들이 아리수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돈 주고 믿고 사먹는 생수가 환경에는 당연히, 우리 몸에도 생각보다 안전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공영 방송(NPR)의 조사에 따르면 페트병의 화학물질은 용기 내부에 침투하여 물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플라스틱의 산업용 화학 물질인 BPA가 프탈레이트류 물질, 즉 환경 호르몬이라고 하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유출 되어 아기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거나 유방암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페트병에 있는 물을 한모금만 마셔도 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한국수자원공사 실험에 따르면 페트병 생수 뚜껑을 따자마자 물 1ml당 세균 1마리, 생수 개봉 후 한 모금 마신 직후에는 세균이 900마리로 증가했으며, 마신 지 하루가 지난 생수에서는 4만 마리가 넘는 세균이 검출돼 기준치의 400배가 넘는 수치가 측정됐다.

페트병이 환경에 어떠한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있다. 최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지목되면서 기업들은 페트병을 비롯해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풀무원샘물은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위해 ‘풀무원샘물 by Nature’ 2ℓ의 무게를 3g 줄인 새로운 패키지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환경부가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이 올 연말부터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28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했다.

물론, 수돗물이 반드시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건이 1개월여 이상 지속되어 26만1000세대, 63만5000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1991년에는 낙동강 페놀유출사고로 직접적인 신체적 피해와 함께 수돗물에 대한 범국민적인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수돗물 음용 비율은 턱없이 낮다. 2017년 수돗물시민네트워크 등의 자료에 따르면, 수돗물 직접 음용 비율은 7.2퍼센트이며,  끓여서 먹는 간접 음용 비율은 49.9퍼센트다. 미국 직접 82%, 영국 90%와 비교하면 높은 수돗물 관리 수준에도 불구하고 아주 낮은 편이고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막연한 불안감’이 31.9%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UN에서 선정한 수질 순위에서 한국은 1위 핀란드, 2위 캐나다...7위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여덟 번 째로 물 여건이 좋은 나라로 뽑혔다.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는 전국 정수장의 수질과 수돗물의 PH, 탁도, 수온, 잔류 염소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우리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이용해 무료로 수질검사를 요청 할 수도 있고 각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가정내 노후 수도관 교체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파트의 녹슨 수도관이 걱정된다면 검사를 직접 받아보고 교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여러 선진국은 우리 나라 못지 않은, 또는 우리 나라보다 더욱 더 엄격한 수돗물 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보다 열악한 나라는 어떨까?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 바라나시. 갠지스 강은 힌두교 신자들의 성지다. 힌두교 신자들은 이 강을 신성시 해 샤워를 하고 음수도 하며 시체를 태운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김찬희 기자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 바라나시. 갠지스 강은 힌두교 신자들의 성지다. 힌두교 신자들은 이 강을 신성시 해 샤워를 하고 음수도 하며 시체를 태운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사진=김찬희 기자

기자도 인도에 1년간을 거주했다. 인도에서 살았다고 말 하면 들려오는 흔한 질문중에 하나는 “물은 어떻게 했어?”다. 물론 인도에 거주하는 다수의 외국인들이 양칫물을, 심지어 샤워나 머리감는 것을 생수로 처리하기도 한다. 본인 또한 여러 사람들에게 악명높은 인도의 수돗물에 대한 괴담을 지속적으로 들어왔으나 잠깐 들렸다 가는 여행자의 생활이 아닌 장기적인 일상이 되다 보니 일일히 생수를 사다가 씻는 것은 무리였으며 겨우 이틀만에 나는 양칫물과 세수, 샤워물을 모두 수돗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딱히 탈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수백만 명의 인도인들은 그들이 직접 소비하고 사용하는 물이 충분히 안전한지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80년에 인도 시골 지역의 1%만이 안전하고 사용 가능한 물을 이용할 수 있었고 2013년까지 이 수치는 30%까지 증가했지만, 인도의 시골지역 대부분은 안전한 물이 공급되지 못한 실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6년, 워터에이드(WaterAid)의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한 물을 공급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수를 기준으로 인도를 세계 최악의 국가 중 하나로 꼽았다. 인도에서는 7천6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안전한 물 공급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UN 수질 순위에서 인도는 120위에 올랐다. 이로써 인도에서 수돗물을 먹는 것은 절대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는 지역차가 있지만 그나마 강수량이 높은 편이며 큰 강도 흐르는 곳이다. 그렇다면 물이 부족한 나라는 어떨까?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정기적으로 가뭄에 시달리는 건조한 나라다. 큰 강은 북쪽과 남쪽의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지만, 인구가 집중되는 곳과 대규모로 용수를 필요로 하는 광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맞서기 위해, 나미비아는 댐을 건설하고, 멀리 물을 운반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했고, 나미비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도 윈드호크에서 음용수 재사용을 개척했다. 또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초의 대규모 해수 담수화 공장을 건설하여 우라늄 광산에 물을 공급했으며, 북부의 오카방고 강에서 물을 끌어오려는 큰 계획을 1980년대에 부분적으로 완성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도시 거주자들은 건기가 계속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식수에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 나미비아의 윈드호크, 오카한자 등의 많은 도시 지역은 처리된 폐수를 재활용 해서 쓰기도 하는데 특히 윈드호크에서는 재활용된 물을 음용할 수 있는 ‘식수’로 사용된다. 나미비아 폐수 관련 논문에 의하면, 1968년 이후 윈드호크의 도시 식수 생산의 14%는 폐수가 차지하고 있고 이 물들은 생물학적 활성 탄소, 염소화 등의 다중 처리로 식수로 정화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나미비아는 안전한 물이 전국적으로 공급이 되지 않아 문제를 겪고 있다. 나미비아 신문사 더 나미비안(The Namibian)에 따르면, 화장실 설치 비용이 없어 나미비아의 298개의 학교에는 화장실이 없으며 어린의 사망의 50% 이상이 오염된 물과 화장실 설치 부재로 인한 위생 불량과 관련이 있다고 전하며, 시골 지역에서는 2008년 기준 오직 13%만이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이 공급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 에미레이트, 두바이 근처 사막. ©김찬희 기자
아랍 에미레이트, 두바이 근처 사막. 사진=김찬희 기자

같은 건조한 나라여도 ‘부유한 나라’로 손에 꼽히는 아랍 에미레이트는 다르다. 아랍 에미레이트는 해수 담수화와 지하수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알 아인과 리와에서는 지하수를 농업용으로, 식수는 대부분이 아랍 에미레이트 전역의 해수에서 공급된다. UAE 인터렉트 조사에 따르면 지하수는 물 수요의 71% 담수화수는 24%, 폐수는 5%를 차지했다. 두바이 전력회사에 따르면 아랍 에미레이트의 수돗물은 각 건물의 물 탱크와 파이프의 상태가 양호하다는 전제 하에 마시기에 안전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 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시민들이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서울시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음용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뉴스1
지난 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시민들이 '아리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서울시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음용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제휴=뉴스1

한국에는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여러 광역시들이 지자체 수돗물 생수 브랜드가 있다. 서울의 아리수, 인천의 미추홀 참물, 부산의 순수 365가 그것이다. 하지만 미추홀 참물은 인천 붉은 수돗물 피해주민에게 제공한 미추홀 참물 페트병 바닥에 녹색 이끼류가 발견돼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고 서울시가 수돗물 정수와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정작 서울시 공무원들은 급수기에서 나오는 아리수는 손도 대지 않고 뒤에서 정수기 물을 마시고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서구 3개 학교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수질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혀졌고 강화군 양도면 수도시설 채수 수질검사 결과에는 우라늄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혀졌다. 수돗물 음용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잊을만 하면 터지는 수돗물 관련 이슈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각 지자체들은 홍보 이전에 수질검사 및 수도관 등의 시설관리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이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을 때 페트병 쓰레기로 인한 환경 오염과 생수 비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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