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주도적으로 실시했던 일은 중도로의 외연확장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수단체에 개천절 집회 자제를 요청한 것과 광주에 직접 내려가 5.18 묘역 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은 게 그 예다. 그 결과 김 전 위원장은 보수정당의 지지율 회복과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낙승을 이끌었다. 김종인 비대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라 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중도로의 외연확장을 추구한다.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그가 약속한 것은 팬덤정치에서 대중정치로의 확장,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엄격한 정당, 대중에 집중하는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 등이다. 강성집단보다 다수의 중도층을 겨냥한 약속들이다. 상식적인 약속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논의 없었다”고 선을 그었으며,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SNS에 “사과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며 사실상의 저격을 했다. 당의 쇄신을 위해 1996년생, 20대 여성을 비대위원장에 앉혀놓고서는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비판하는 형국이다.
민주당 지도자급 인사가 쇄신을 내걸고, 기습적인 사과를 하는 게 박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는 지난 대선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보는 당원들의 시각이 달라졌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대선 정국에서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쇄신을 약속할 때 그를 비난한 사람은 없었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예정에 없던 큰절을 할 때 “사과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비난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당 의원들이 앞장서 비판한다.
지금 민주당에서 27살 정치인을 지지하는 의원은 찾기 어렵다. ‘조금박해’의 일부 의원이 전부다.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데려왔다던 비대위원장을 따르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당원들이 신임 비대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기는커녕 당내 곳곳에서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박 위원장이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가. 알다가도 모를 대목이다.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