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으로만 전해진 ‘주전’ 588년만에 비밀 풀렸다
문헌으로만 전해진 ‘주전’ 588년만에 비밀 풀렸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2.07.1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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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김영찬 기자] 조선왕조실록에서 문헌으로만 전해져 베일에 싸였던 ‘주전(籌箭)’의 실체가 규명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조선 전기 자격루의 핵심부품으로 동력전달과 시각조절 장치인 ‘주전’에 대한 비밀을 풀고 복원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자격루는 세종대왕 때 장영실이 제작한 자동물시계로 조선의 표준시계다. 자격루의 구조와 설명은 세종실록의 ‘보루각기(報漏閣記)’와 ‘보루각명병서(報漏閣銘幷序)’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籌箭) 사진. 사진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籌箭) 사진. 사진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격루는 외형적으로 두 개의 대형 장치가 결합해 보인다. 하나는 물의 양과 유속을 조절하는 파수호와 수수호가 있는 수량 제어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자동시보 부분이다. 이때 수량에 따라 일정한 시각마다 구슬을 방출해 동력 전달과 시각을 조절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에 복원한 주전시스템이 바로 수량 제어장치와 자동시보장치를 연결해 자격루 표준물시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동력 전달과 시각 조절 장치다.

파수호는 자격루에서 물 공급 항아리를 말하고, 수수호는 파수호에서 나오는 물을 받는 원통형 항아리를 의미한다.

주전시스템은 수수호 안에 있는 부전인 주전죽(籌箭竹)과 그 위에 있는 방목(方木), 방목 속 좌우에 설치되는 2종류의 동판(銅板), 동판에서 구슬을 장전하는 구슬방출기구로 구성된다. 

국립중앙과학관에 따르면 연구책임자인 윤용현 박사(국립중앙과학관 한국과학기술사과장)는 국립중앙과학관의 기본연구과제인 ‘조선 전기 자동물시계 주전 전시품 개발’ 연구를 통해 주전의 원형을 588년 만에 새롭게 복원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동판과 구슬방출장치의 유물을 바탕으로 흠경각 옥루를 복원한 바 있는 윤용현 과장이 주축이 돼 한국천문연구원의 김상혁·민병희 박사, 수도문물연구원 오경택 원장이 함께 자격루 주전 시스템 복원설계에 성공했다.

조선에서는 하루 12시(時)를 알려주는 정시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밤 시간이 되면 그 길이를 5등분해 5경(更)을 만들고 경(更)마다 다시 5등분한 점(點)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를 경점법(更點法)이라고 한다. 밤 시간을 25등분한 시각체계는 절기마다 변하는 부정시법인데 ‘누주통의(漏籌通義)’는 이러한 밤 시간을 알려주는 지침서다. 누주통의에는 총 11개의 경점용 주전이 언제 사용되는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출토된 동판과 구슬방출기구 유물은 경점용 주전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주전 사용법을 설명한 누주통의와 비교해 동판 유물은 명문이 표시된 ‘일전(一箭)’ 이외에도 ‘3전’과 ‘6전’에 해당하는 주전이 함께 출토된 것임을 밝혀냈다.

또 발굴된 경점주전인 동판과 구슬방출기구를 ▲보루각기 내용과 비교 ▲함께 출토된 일성정시의, 금속활자, 총통, 동종의 제작시기 고려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인 보루각 자격루와 흠경각 옥루의 구조를 고려해 출토 주전유물의 제작 시기를 1536년 중종 보루각의 주전으로 제시했다.

현재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한국과학기술사관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복원 자격루를 이관한 뒤 이번에 연구된 조선전기 자동물시계 주전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원형에 가까운 복원 자격루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은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과학 유물을 발굴한 성과에 이어 미제로 남아있던 자격루의 주전시스템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향후 자격루의 구슬신호 발생에 대한 핵심 과학 원리를 국민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전시기법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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