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물건이냐”…인식 바꾸는 ‘민법 개정안’ 요구 목소리
“동물이 물건이냐”…인식 바꾸는 ‘민법 개정안’ 요구 목소리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8.3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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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포럼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에 동물학대 관련 사진들을 전시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동물복지포럼과 동물권행동 카라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에 동물학대 관련 사진들을 전시했다. 사진=안정훈 기자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지난달 인천시의 한 누리꾼은 중고거래 앱 커뮤니티에 잃어버린 반려견에 대한 소식을 올렸다. 13년간 키운 강아지를 마당에 풀어놨더니 누군가가 훔쳐갔다는 것이다. 전단지를 붙이는 등의 수소문 끝에 강아지를 훔친 자가 자수했지만, 강아지는 찾을 수 없다. 개를 건강원에 팔아 도축해 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복날이면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도 이로부터 비롯했다.

이러한 행위는 현재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③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동물에 대하여 포획하여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동물임을 알면서도 알선·구매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같은 일이 일어난 것.

이런 사고가 계속되는 이유는 동물의 생명이 경시되는 경향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동물권(동물의 권익을 인정해야 한다는 개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법무부가 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로 넘어가기도 했다. 현행 민법은 민법 제4장 물건 제98조 물건의 정의에서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한다.

개정안은 ‘제4장 물건’을 ‘제4장 물건과 동물’로 수정해 동물과 물건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게 취지다. 또 제98조의2 ‘동물의 비물건화’ 조항을 신설해 무기물인 물건과 동물을 구별, 동물의 지위를 법문화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개정안은 2022년 8월31일 기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생명권 보호 목소리

동물복지국회포럼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물권행동 카라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동물복지국회포럼의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물권행동 카라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현행법상 동물학대가 있어도 긴급격리 및 보호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호를 해도 소유권이 귀속된 소유자(주인)가 권리를 포기하기 전까지 동물은 소유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을 소유자에게 귀속된 물건이라 보는 법적 인식이 족쇄가 된 셈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은 물건에 지나지 않기에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는 재물손괴죄에 머무르고, 미약한 처벌이 뒤따르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민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전시동물과 산업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 등에 대한 착취, 학대, 살해로부터 온전히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동물권을 인정하는 건 세계적 추세, 즉 시대요구라는 주장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동물을 비물건화했으며, 독일은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민법 개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도 동물의 지위에 대한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대요구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이 넘는 국민이 이에 동의하기도 했다.

카라 측은 “피해를 호소할 수 없고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지각력 있는 존재인 동물에 대한 온전하고 상식적인 보호를 위해 국회는 민법개정안 통과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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